[엄마 숨이 안쉬어져 21] 가습기살균제 문제해결 현황과 과제 특별검사제 도입해 피해자 찾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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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숨이 안쉬어져 21] 가습기살균제 문제해결 현황과 과제 <상> 특별검사제 도입해 피해자 찾아내야

최예용 0 4491

[<주간경향>·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 기획 가습기 살균제 참사 기록 ‘엄마, 숨이 안 쉬어져’](21)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 현황과 과제 - <상> 진상규명 “특별검사제 도입해 피해자 찾아내야”

 

주간경향 2017년 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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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진상규명이고, 둘째는 피해대책, 셋째는 재발방지다. 2016년 8~10월에 진행된 국회의 진상조사특위도 이 세 가지 목적을 내걸었다. 진상규명은 피해자 규모 파악, 건강피해 확인, 가해기업과 정부의 책임규명 등 네 가지가 핵심이다. 피해대책은 책임기업과 정부기관의 진심어린 사과와 배상이다. 재발방지는 다시는 생활화학제품으로 소비자가 죽고 다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품 안전관리,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위한 사회적·법적 제도개선과 기업 스스로의 안전기준 마련 및 이의 공증이다. 이러한 문제해결의 내용들이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을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진상규명, 피해대책, 재발방지의 세 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진상규명을 살펴보자. 첫째, 피해자 규모 파악이다. 2017년 1월 15일까지 5380명이 피해신고를 해왔고, 이 중 20.9%인 1122명이 사망자다. 단순히 정부에 피해신고를 해온 경우만 집계한 결과다. 꾸준히 이어지고는 있지만 작년 6월 이후 언론보도가 줄어드는 추세와 궤를 같이한다. 담당기관이 시내버스 등에 피해신고를 안내하는 광고를 하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 효과가 의심스럽다. 근거를 갖고 추산한 바 현재의 신고 수는 잠재적 피해자의 1~2%에 불과해 이제 막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다. 오래된 피해자를 찾아내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제대로 된 피해자 찾기는 요원해 보인다.

피해 신고자수 잠재적 피해자의 1~2% 수준 

새해 초에 60대 여성분이 전화로 문의해왔다. 시집간 딸이 낳은 1살·3살의 손녀들이 몇 년 전 원인미상의 폐질환으로 차례로 세상을 떠났는데, 나중에서야 가습기살 균제를 의심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의 엄마인 신고자의 딸은 친정엄마에게 신고하지 말라고 야단이란다.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며, 그런다고 죽은 아이들이 살아오냐고 말도 못 꺼내게 한단다. 할머니는 너무나 억울해서 딸을 설득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 집에서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심각한 피해사례인데도 신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아직도 많은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와의 관련성을 모르는 경우는 알려주고 깨닫게 해주면 된다지만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이 병원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끔찍한 기억을 되살려내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고, 내 손으로 사서 사용한 죄로 그렇게 되었다는 자책감과 죄의식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2016년 11월 9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시민단체 활동가가 무대에 올라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2016년 11월 9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시민단체 활동가가 무대에 올라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피해자를 찾아내는 일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 먼 과거의 일이 되고, 특히 사망의 경우 유족들이 더 알기 어럽기 때문에 살인범에 희생된 살인 피해자를 찾아내는 것과 같이 수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작년에 검찰은 피해자를 찾는 수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신고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만 확인했을 뿐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재가동하고 피해자를 찾아내는 일을 중요한 임무로 하는 것과 아예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피해자를 찾아내고 제조사와 정부의 책임에 대해 수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국회의 국정조사특위를 재가동해서 병행하면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최근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국정조사와 특검이 병행되면서 공조하는 것이 좋은 예다. 여기에 특별법으로 피해자를 찾아내는 정부와 민간차원의 캠페인이 효과적으로 전개되어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갖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더 구체적으로는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된 기간 동안 병실을 갖춘 전국의 2~3차 병원에 입원했거나 사망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하는 방식이 추진되어야 한다. 충분히 알리고 직접적인 대면조사를 실시해 최대한 찾아내려는 노력을 해야 제대로 된 피해자 찾기의 진상규명이라고 할 수 있다. 

진상규명 분야의 두 번째 내용인 건강피해확인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 계수화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어떤 질병이 가습기 살균제로 발병하는지 연구가 거의 안 돼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정부의 역학조사 당시 특정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되면 호흡기와 폐로 연결되는 기관지 끝 부분에서부터 염증이 시작되어 폐 전체로 뿌옇게 확산되고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의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어 기존의 폐섬유화 기전과 특징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임상과 동물실험에서 확인되었다. 문제는 같은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 노출로 다른 폐질환과 다른 장기에의 건강영향은 어떠한지 알 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른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건강피해도 마찬가지로 모른다. 하지만 2011년 이후 5년이 넘는 동안 5000명이 넘는 피해자가 신고되었으므로 이들의 노출과 건강영향의 특징과 양상을 조사하면 건강피해를 밝혀낼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조사·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건강피해확인에 대한 연구 거의 안 돼 있어 

최근에서야 천식과 비염, 태아 피해, 폐렴 사망 등이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피해신고자들은 폐질환, 심장질환, 피부질환, 각종 면역질환과 암까지 다양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미국에서는 농약으로 분류될 정도로 독성이 강한 만큼 제품에 노출된 이후에 나타나는 각종 건강피해와 관련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접근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정부는 초기의 판정기준만을 고집하고 있다. 결국 건강피해확인이라는 진상규명 분야는 건강피해가 노출자의 몸 전신에 걸쳐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때,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십여 장기 중 하나인 폐에 한해, 그것도 급성증상만 확인된 걸음마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피해 확인 분야는 의학과 보건학, 독성학 등 전문가들의 역할이 큰 분야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갖기 쉬운 자기분야 중심의 편협한 마인드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1만명이 넘는 피해자가 나온 세계적인 공해병인 일본의 미나마타병과 1000여명의 노동자 직업병 피해사건인 한국의 원진레이온의 경우에서 해결방향을 배울 수 있다. 미나마타병의 경우 처음에는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을 기준으로 했지만 수은에 오염된 어패류 섭취조건이 다양하고 나타난 건강영향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수십 년의 피해자 활동을 통해 법원이 최종확인했다. 즉 한 가지 증상만 나타나도 ‘미나마타병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일본의 대법원인 최고재판소의 판결이 50년이 훨씬 지난 다음에야 나왔다. 원진레이온의 경우 피해자들의 지난한 요구로 피해인정 범위가 확대되었고, 피해자와 정부가 낸 기금으로 전문병원을 세워 지속적인 치료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진상규명의 세 번째인 가해기업과 정부의 책임규명은 2016년 검찰의 수사로 5년여 만에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 가장 큰 피해를 발생시킨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 그리고 홈플러스가 공식 사과했고, 나름의 피해배상 계획이 제시되었다. 검찰수사로 조작에 개입된 대학교수 2명이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고, 위 세 기업의 관련자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 구형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결과 심지어 외국인 임원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어 제대로 법적 규명이 된 것이라고 결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옥시의 영국 본사에 국회의원과 피해자들이 항의방문해서 겨우 사과를 받은 것 말고는 홈플러스, 세퓨, 엔위드 등 외국계기업의 외국본사에 대한 책임규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CMIT/MIT 살균성분으로 제품을 만들고 판 SK, 애경, 이마트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 책임에 대해서는 검찰이 마지 못해 조사한다고 했지만 어느 부서의 누구를 불러서 어떤 조사를 했는지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무원을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다. 결국 정부 책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감사원이 행정기관의 공무활동에 대해 감사를 통해 잘잘못을 가려내는 공식기관인데, 서너 번의 감사청구가 있었지만 번번이 핑계를 대면서 감사를 회피했다. 그나마 국회가 국정감사에서 정부 책임을 추궁했지만 제품 제조 당시에는 관련 법이 미비했다고만 할 뿐 책임 있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환경부, 복지부, 노동부, 산업부, 공정위 등 정부기관들이 조직적으로 책임을 회피한 결과다. 

이 사건 관련 공무원 단 한 명도 기소 안 돼 

결국 가해기업의 책임규명은 일부 제품에 한해 약간의 형사처벌과 배상이 나왔을 뿐이어서 수치로 말한다면 3분의 1도 안 되고, 정부 책임은 내용적으로는 상당히 확인되었지만 이를 정부기관이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아 의미가 없게 돼버렸다. 이 분야 역시 특별검사제와 국정조사 재구성을 병행하는 것이 진상규명에 최대한 접근하는 길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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