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아프면 몸도아프다'](9)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석면이?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홈 > 정보마당 >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아프면 몸도아프다'](9)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석면이?

최예용 0 4409

경향신문의 주간경향에 연재시리즈 9회차, 2016년 10월 17일자 


새로 지은 아파트의 경우 타일을 붙인 백색시멘트로부터의 석면 위험성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 새 아파트로 입주하는 과정에서 베란다나 거실 및 부엌을 개조하곤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작업자와 아파트 이용자들이 석면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2009년은 대한민국이 석면 사용 금지조치를 시행에 옮긴 해이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석면 사용을 금지했는데, 석면제품의 종류별로 단계적으로 금지시켰다. 2007년에는 석면시멘트제품 사용 금지, 2008년에는 석면섬유제품 사용 금지, 그리고 2009년에는 석면브레이크 라이닝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석면제품 사용 금지. 석면 사용 금지조치는 석면원료는 물론이고 석면제품의 수입, 유통, 사용의 금지를 모두 포함했다. 국가 차원의 금지조치는 1983년 아이슬란드가 처음으로 실시한 이후 현재 55개 나라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석면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석면 추방운동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석면 추방운동은 석면 사용이 금지된 2009년에 베이비파우더 석면파동, 지하철 석면문제, 재개발 석면문제 등의 사건을 겪으면서 기존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석면제품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산되었다. 여기에 석면공장이나 석면광산 주변의 주민들에게서 중피종암, 폐암, 석면폐와 같은 치명적인 석면질환이 확인되면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매우 심각한 환경문제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석면이 함유된 백색시멘트를 사용한 서울 강남의 레미안아파트 전경.

석면이 함유된 백색시멘트를 사용한 서울 강남의 레미안아파트 전경.


화장품, 약품 등으로 번진 석면문제

베이비파우더 석면파동은 2009년 4월에 발생했다. 파우더의 원료인 활석이라는 광물을 주로 중국에서 수입했는데, 석면이 함유되어서 문제가 되었다. 활석은 영어로 탈크(talc)라고 하는데, 광물의 계통분류에서 활석은 석면과 매우 가까운 종류로, 활석광산에는 흔히 석면광맥이 발달해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석면이 함유된 탈크’를 석면과 별도의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사용 시 주의하도록 알리고 있다.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되자 활석을 사용하는 화장품, 약품 등 수십여 종류의 제품과 다른 산업계로 석면문제의 불똥의 튀었고, 탈크 석면문제는 한동안 한국 사회를 흔들었다. 2009년에는 베이비파우더 석면파동 이외에도 지하철 석면문제, 석면광산 주변의 주민 건강피해 문제, 재개발지역의 석면문제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던 시기였다. 때문에 환경단체로 석면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문의와 신고도 계속 이어졌다.

한 번은 서울 목동에 사는 한 시민이 주상복합 건물의 건축현장을 지나다가 석면자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신고해와 현장조사를 나갔다. 그런데 그 자재는 석면이 아니라 유리섬유였다. 노란색의 섬유 또는 스폰지처럼 생긴 건축내장재였다. 유리섬유는 안전한 물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암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현장을 나오다가 혹시 싶어서 시멘트제품 두어 가지의 시료를 채취해 돌아와 분석을 의뢰했는데, 뜻밖에 트레몰라이트라는 이름의 석면이 검출됐다. 알아 보니 일반시멘트가 아니라 부엌이나 화장실 또는 바닥의 타일을 붙이는 타일시멘트, 다른 이름으로는 백색시멘트 제품으로 활석을 주원료로 하는 제품이었다. 해당 회사인 쌍곰시멘트의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굉장히 많은 곳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2006년도에만 전국의 주요 건설사 45개 업체들이 131개의 아파트 등의 건설현장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홈페이지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현장인 강남구 삼성동의 레미안아파트와 용산역 아이파크몰을 찾아가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는데, 적게는 0.3%, 많게는 1.5% 농도의 트레몰라이트석면이 검출되었다. 석면 사용 금지 기준은 0.1%이므로 기준치를 3배에서 15배 초과한 불법적인 상황이었다. 백색시멘트는 당시 매년 25만톤가량 소비됐고, 관련 업체는 40여개가 되지만 석면이 검출된 쌍곰은 백색시멘트 시장의 40%를 점하는 선두업체였다. 조사 결과 다행히 쌍곰의 백색시멘트제품에서만 석면이 검출되었다. 석면이 함유된 백색시멘트를 사용한 131개 건설현장의 목록을 보고서에 담아서 공개했다. 해당 업체는 처음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더니 나중에는 석면 검출을 인정하고 활석원료 수입처를 바꿔 제품에 ‘무석면’임을 표기했다.

 

1d145d38d30740621cfb8275ea5869e2_1477602527_5891.jpg



석면지도 대상에서 빠진 백색시멘트


그런데 정작 석면시멘트를 사용한 아파트 등의 현장에 대한 조치는 전무했다. 몇 군데 아파트 주민들의 문의가 있었지만 조사를 해달라든가 석면지도 작성이나 주민 안전교육 등의 안전대책을 취하는 곳은 전혀 없었다. 언론도 이 문제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돈 들여 재개발·재건축해서 비싼 아파트를 지었는데 석면문제로 시끄러워지면 집값이 떨어지니 아예 모른 체하자는 거였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경우 타일을 붙인 백색시멘트로부터의 석면 위험성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 새 아파트로 입주하는 과정에서 베란다나 거실 및 부엌을 개조하곤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작업자와 아파트 이용자들이 석면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석면 건축자재는 단시일 내에 교체하기 어려워 일단 건축물의 석면지도를 작성해 이용자들이 모두 알게 하고 수리나 교체 등의 과정에서 주의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석면지도 작성의 대상에서 백색시멘트의 석면문제는 아예 제외되어 있다. 이제 시간이 제법 흘러 백색시멘트를 사용한 아파트와 백화점 등의 건물들이 조금씩 노후화되어 간다. 부분적으로 또는 전면적인 리모델링도 흔하다. 모르는 사이에 석면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이제라도 쌍곰시멘트가 만든 백색시멘트를 사용한 건축물에 대한 일제조사를 해서 석면지도를 만들어 이용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2006년 한 해 동안 석면이 함유된 백색시멘트를 사용한 건설현장 128곳을 지역별로 분류해서 당시 시공사와 함께 공개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환경보건학 박사)> 


onebyone.gif?action_id=88cafffbf1eb42386c2db05b7e55f24

 

0 Comments
시민환경보건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