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7) 재건축, 재개발 현장 ‘침묵의 살인자’ 석면폭탄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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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8 11:04
[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7) 재건축, 재개발 현장 ‘침묵의 살인자’ 석면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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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이 야기하는 석면문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거지역이어서 여러 학교에 인접해 학생들과 주민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둘째, 석면 건축자재를 짧은 기간에 대규모로 철거하는 과정에서 석면 오염을 심각하게 유발한다.
지난 8월 말,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내려 관악산 연주암 쪽으로 향한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 폭염이 지나간 하늘은 눈부시게 맑고 파랬다.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는 관악산을 배경으로 서너 개의 학교가 위치해 있다. 과천여고, 과천외고, 과천중학교다. 왼쪽으로는 과천시청이 있고, 그 옆으로는 한때 수십 개의 중앙부처들이 입주해 대한민국의 행정 심장부였던 정부과천종합청사가 있다. 학교 쪽으로 나 있는 길이 평소에도 조용한 곳이지만 토요일이라 그런지 더욱 한가하다. 헌데 가만히 보니 아파트 입구와 연립주택 입구에 모두 차단줄이 쳐져 있다. 안내문은 이 일대가 곧 모두 철거되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재건축 지역임을 알리고 있다. 시공사인 포스코가 내건 입간판이었다.
“이 길 좌우로 곧 대대적인 석면 철거공사가 시작된다는데, 아이들 수천 명이 이 길로 통학을 하는데 괜찮을지 걱정이 큽니다.” 과천지역의 대학생들로 구성된 환경동아리모임인 ‘어벤저스’가 주최한 석면 강연회에 참석했던 학부모들과 학교 주변의 재건축 예정 현장을 둘러봤다. 오래전에 지어지긴 했지만 모두 멀쩡한 집들이다. 단독주택 단지도 있고, 3층짜리 연립주택단지과 5층짜리 주공아파트 1단지가 재건축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과천은 한때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혔었는데, 와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자연환경과 교통환경, 그리고 다양한 주택환경을 갖춘 곳이다.
그런데 과천 전역이 석면 폭탄, 먼지 폭탄이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환경오염 전장터가 되고 있다. 대규모 재건축사업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78년 정부의 신도시 건설계획에 따라 정부과천청사와 더불어 조성된 과천의 아파트는 12개 단지 1만3522세대인데, 이들 거의 모두가 재건축의 몸살을 앓고 있다.
석면 철거공사 중인 곳은 아이들 통학로
올해 초 1월에 이미 건물 철거가 진행된 과천 주공7단지에서의 일이다. 11개동의 아파트 건물을 철거하는 바로 인근에 청계초등학교가 있어 학부모들이 석면비산과 먼지비산을 크게 우려하며 현장조사를 요청해왔다. 재건축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이 내놓은 철거대상 석면 건축자재량은 모두 20톤가량으로, 엄청난 양이었다. 학부모와 주민들을 초청한 공개설명회 자리에서 삼성물산은 여러 건축 관련 전문용어를 사용해가며 석면 철거를 문제없이 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현장 조사 결과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지적되었다.
첫째 문제는 베란다 창문 아래쪽에 유리 대신 끼워진 밤라이트라고 불리는 석면 칸막이재를 외부공사라는 이유로 아무런 석면비산 방지조치 없이 철거한다는 점이다. 화장실 천장재 밤라이트의 경우 비산을 막기 위해 두꺼운 비닐을 이중으로 사방에 깔고 헤파필터로 공기를 걸러내는 음압기로 안쪽 공기를 빼내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석면먼지의 외부 누출을 막게 되어 있다. 그런데 베란다 창문의 밤라이트는 아무런 안전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사장 바로 옆에 초등학교와 주택단지가 인접해 있는데도 말이다.
둘째 문제는 코킹재라는 이름의 창문을 고정시키는 창틀 고정재에 고농도의 석면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석면비산이 우려되었다. 석면 코킹재는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은 석면자재인데, 유독 과천의 주공아파트에서 다량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과천7단지의 경우 석면 코킹재가 무려 13㎞나 조사되었다. 코킹재는 시멘트와 단단히 결합되어 있어 별도로 잘 떼어지지 않아 시멘트와 함께 철거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석면먼지가 다량 비산될 우려가 컸다. 또 시멘트에 섞인 석면폐기물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으면 일반 건축폐기물에 석면폐기물이 섞여나가 제2의 석면공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었다. 통상 시멘트나 벽돌 등의 건축폐기물은 파쇄되어 순환골재라는 이름으로 도로기충재나 주차창 바닥 등의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음압기의 필터 교환주기 기록지가 없고, 작업자의 출입과정에서 석면오염을 막기 위한 위생시설의 문제점이 추가로 지적됐다. 삼성물산은 산업안전관리법상에 베란다 창문의 석면 철거는 석면 슬레이트 지붕과 같이 외부공사에 해당해 별도의 석면비산 방지조치가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학부모와 주민들은 철거과정에서 석면먼지가 주변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대책을 요구했고, 과천초등학교와 시의원들은 삼성 측에 공문을 보내 안전조치를 요구했다.
40년의 긴 잠복기 거치는 석면 피해<br style="color: rgb(68, 68, 68); font-family: '맑은 고딕', 'Malgun Got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