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가습기 살균제 업체, 실험 결과 왜곡…검찰 ‘유해성 입증’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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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가습기 살균제 업체, 실험 결과 왜곡…검찰 ‘유해성 입증’ 탄력

최예용 0 4975

 

 

[단독]가습기 살균제 업체, 실험 결과 왜곡…검찰 ‘유해성 입증’ 탄력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경향신문 2016.03.21

        

ㆍ60차례 실시 ‘위험농도’ 평균값만 도출해 ‘유해성 은폐’
ㆍ2차례 ‘치명적’…400만명 중 13만명 독성 노출 가능성
ㆍ곧 업체 직원들 소환, 제조사 등 업무상 과실치사 검토 

 

                   

대형 가습기 살균제 업체가 ‘실험 평균치’를 내세워 치명적 유해성을 은폐해온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업체의 실험과 결론 도출에 오류가 있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최대 난제였던 ‘살균제와 피해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조만간 관련 업체 직원들을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화학물질(PHMG·PGH)이 유독물질이며 143명에 달하는 사망자 등 피해의 원인이 됐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입증은 검찰이 넘어야 할 높은 벽이었다. 정부가 이미 연구용역을 토대로 해당 물질이 사망을 초래했다고 밝혔지만, 대표적인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 측 반론이 만만찮았다. 옥시 측은 사고가 나자 자사 제품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을 대학 연구소 등에 맡겨 자체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밀폐된 아파트에서 취침시간 동안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공기 중 위험 농도를 60차례에 걸쳐 측정한 값을 평균 내어 봤더니 위험 농도가 나오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수사팀은 옥시 측 실험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봤다. 60차례에 걸친 옥시 측 실험에서 2차례는 매우 위험한 농도를 보였다. 즉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30명 중 1명은 극히 높은 독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400만명이 해당 제품을 사용했고, 추산하면 13만2000명이 위험에 빠진 셈으로 이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주는 물질이므로 단순히 평균값만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옥시 측이 동물실험을 진행하면서 지나치게 느슨한 실험 환경을 적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옥시 측은 동물을 이용한 ‘반박 실험’에서,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최대치가 권장사용량의 4배라고 보고 노출량을 최대 4배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동물의 폐가 빵빵하게 부푼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고 폐 손상은 없었다는 게 옥시 측 결론이다. 

 

그러나 검찰은 전문가 탐문을 통해, 통상 사람에게서 나타날 가능성을 동물을 통해 확인하는 실험은 노출 농도를 권장사용량의 최대 10배까지 해 진행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노출 농도가 낮으면 독성이 없어서 위험이 확인되지 않는 것인지, 체내에 쌓인 독성이 적어서 위험이 확인되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옥시 등 제조·판매사에 우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로선 부작위(방치)에 의한 살인죄는 미필적 고의(피해 발생을 인식하고도 행위를 저지름)를 입증하기 까다로운 데다 제조 당시 해당 물질이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만간 옥시 등 관련사 임직원들을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망자를 포함한 피해자 221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등 보완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외에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만한 가정 내 환경이 극히 적었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정황 자료를 전방위 수집 중이다. 

 

다만 옥시 등이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유해성이 입증된다 하더라도 제조사가 이 점을 미리 알고 제품을 만들어 팔았는지는 또 다른 쟁점이다. 이 회사 입장에서는 해당 화학물질이 제조된 당시의 과학적 지식으로는 위험성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사가 고의적이진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지켜야 할 주의의무 등을 다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제조사의 의무엔 신의성실의 원칙과 사회상규도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 등이 있어 법정 공방은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이 4년 가까이 방치된 점은 검찰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증거 수집이 더 어려워졌고 공소시효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올 초 형사2부에 전담팀을 꾸리고 검사 6명을 투입했다. 

그는 수차례 수사팀을 불러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어서 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검찰은 이런 사건을 해결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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