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원정대 1] 죽음의 먼지, 마스크로는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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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원정대 1] 죽음의 먼지, 마스크로는 못 막는다

최예용 0 4817
[미세 먼지 원정대 ①] "정치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2016.03.14 07:50:55    
             
3월 6일 낮 12시, 신촌, 봄을 축하하듯 펼쳐진 화장한 일요일에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불안하게 스마트폰은 자꾸 경보음을 뱉어냈다. 인천, 충남, 서울…. 미세 먼지 농도가 환경부가 정한 기준을 초과하였을 때 내려지는 미세 먼지 주의보 지역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황사철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은 '에어코리아'라는 사이트를 통해 전국의 (초)미세 먼지 오염도 측정치와 경보 발령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주의보 발령 소식을 접하지 못한 많은 시민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화창한 날씨를 즐기기 위해서 거리를 나섰다. 신촌 거리에도 사람들이 넘쳐 났지만, 마스크를 챙겨 나온 이들은 극히 적다. 

이들은 심혈관계와 호흡기계 질환을 유발, 심화시키는 (초)미세 먼지를 대책 없이 들이키고 있었다. 얼마나 심각할까? 한 가지 힌트가 있다. 그린피스와 하버드 대학교 다니엘 제이콥 교수의 공동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초미세 먼지로 인해 연간 최대 1600명이 뇌졸중, 폐암, 심폐질환 등으로 조기 사망하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초미세 먼지가 자동차로부터 나온다. 

봄철 황사 시즌에 주목받지만, (초)미세 먼지는 이젠 계절이 따로 없다. 난방용 연료를 많이 태우는 겨울철 등 다른 계절의 (초)미세 먼지 오염도를 무시할 수 없다. 중국발 횡사만이 아니라 국내산 (초)미세 먼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작성하는 발암 물질 목록에서 (초)미세 먼지는 1급 발암 물질로 지정되어 있다. 시민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들에게 더욱 심각한 건강 피해를 낳고 있는 미세 먼지에 대해서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2월의 어느 날 20~30대의 청년들이 '(초)미세 먼지 원정대'를 결성하고, 이들을 만나러 출동하였다.

미세 먼지 많은 날엔 "목이 칼칼해…" "숨 쉬기 나빠요"

미세 먼지 원정대는 우선 자전거 이용자부터 만나봤다. 차량 이용자보다 외부 공기를 더 많이 들이마시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난폭한 자동차와 정비되지 않은 자전거길 등, 자전거 이용자를 움츠리게 하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거기에 요즘 한 가지가 더해지고 있다. (초)미세 먼지가 라이더의 폐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모 대학 교직원인 강남욱 씨는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그는 자전거를 타면서 마스크를 안 쓰면, "기관지가 아프다는 느낌이 들고 저녁에 목이 아프다"고 했다. 그렇지만 마스크를 쓴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는 산업용으로 나오는 일회용 마스크도 보면 윗부분으로 먼지가 들어간다"며 미세 먼지를 피하려면 "거의 방독면 수준의 마스크를 써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 의외의 애기도 나왔다. "미세 먼지 심한 날에는 눈이 불편해서 렌즈를 쓸 수 없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입이야 마스크로 막으면 되지만 눈은 어쩌나. 그는 고글을 쓴단다. 그러나 그 정도가 되면 아예 자전거 타는 것을 포기하는 편이 좋단다. 

라이더들이야 미세 먼지 심한 날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되지만, 교통경찰이나 도로 환경 미화원과 같이 거리에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어찌 되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미세 먼지 원정대는 환경 미화원이 참여하는 노동조합을 접촉해 보았다. 그러나 인터뷰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이들 야외 작업자에게 (초)미세 먼지 위험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미세 먼지 원정대의 눈길을 다른 이들에게 돌렸다. 소일거리를 찾아서 공원에 나온 노인들과 초등학교에 통학하는 어린이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지난 2월 17일, 종묘공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계시던 노인들은 만났다. 이들은 (초)미세 먼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 건강 피해와 심각성을 느끼고는 있었다. 노인들은 "마스크 안 쓰고 (먼지가) 다 들어가면 목이 칼칼해" "(미세 먼지 많은 날엔) 창문을 열 수가 없어" 하고 답하고 있었다. 노인들은 미세 먼지가 심한 날엔 항상 마스크를 들고 다닌다며 보여주었다. 방한용 일반 마스크였다. 전문가들은 일반 마스크로는 (초)미세 먼지를 막기는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같은 날, 서울의 모 초등학교 앞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미세 먼지는 알까? 딱히 아는 것 같지는 않지만, 미세 먼지 있는 날은 숨쉬기 나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답답하다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미세 먼지 때문에 숨 쉬는 것이 답답하다는 이야기인지, 미세 먼지를 피하자고 쓴 마스크 때문에 답답하다는 뜻인지는 명확하지는 않았다. 미세 먼지가 심한 날에 부모나 교사가 마스크를 꼭 챙겨 쓰고 다니라고 꼼꼼히 지도하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일반 마스크를 쓰면 별 효과도 없기는 하지만. 

그런데 미세 먼지가 심한 날, 정부의 경보를 챙겨 듣고 특수 마스크를 챙겨 다니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일까? 미세 먼지 원정대는 시민들이 미세 먼지 대책에 대해서 마스크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뭔가 다른 것이 필요했다.

"초미세 먼지, 우리가 풀어야 할 정치 문제" 

미세 먼지 원정대는 20~30대의 녹색당 당원으로 구성되었다. 지난 2014년 지방 선거 때부터 녹색당은 미세 먼지 문제를 주목해왔다. 그 후 지금까지 미세 먼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상태로 남아 있다. 원정대를 이끌고 있는 신지예(25, 녹색당 비례대표 5번 후보 예정자) 씨는 "초미세 먼지는 우리가 풀어야 할 정치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정부가 초미세 먼지가 중국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 내에서 절반 이상 만들어진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즉, 2013년 발표한 <정부 관계 부처 합동 미세 먼지 종합 대책> 자료를 보면,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 먼지가 전체의 30~50%라고 명시했다. 이를 뒤집으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미세 먼지가 50~70%가 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래서 신지예 씨는 강조한다. 

"더 이상 중국 탓만 하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초)미세 먼지 오염 실태는 객관적으로 얼마나 될까? 정부는 2015년부터 초미세 먼지 관리 기준으로 1세제곱미터당 연평균 25마이크로그램을 지정하였다. 이 수치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연평균 1세제곱미터당 10마이크로그램)에 비해 2.5배나 높다. 정부 기준은 작년(2015년)부터 공식 적용하기 시작했으나,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당이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정보 공개를 청구한 내용을 분석할 결과, 2015년 한 해 전국의 연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는 1세제곱미터당 26.마이크로그램이었다. 정부 관리 기준인 연평균 25마이크로그램을 넘는 지방자치단체는 세종시를 제외한 총 16곳 중 10곳(경기, 인천, 충북, 대전, 전북, 광주, 경북, 대구, 경남, 부산)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초미세 먼지 농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사실 이런 측정값도 크게 신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초미세 먼지를 측정하는 설비가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언론 보도를 보면, 초미세 먼지 측정기의 50.2%가 지상으로부터 10미터 이상에 설치되어 있다. 초미세 먼지 원정대는 직접 확인해보고자 종로5가로 가 보았다. 초미세 먼지 측정기가 다른 대기오염 측정기와 함께 종로5가 주민 센터 5층 옥상에 설치되어 있었다. 신지예 씨는 "사람들이 거리를 걸으면서 숨을 쉬는 높이에서 측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반문하였다. 인근 종묘공원 앞 도로변에 설치된 초미세 먼지 측정기처럼 설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인 해법은 마스크 착용이 아닌 오염원에 대한 통제"

미세 먼지 원정대가 만나러 간,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최예용 소장(환경보건학 박사)도 중국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미세 먼지 문제에 대해 중국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국내적인 해결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중국에 대한 요구도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너네도 문제지만 우리도 원인이라 힘들다, 같이 노력하자"고 해야 중국도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또 "가장 큰 오염원을 통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제시한 방안은 차량 2부제였다. 88 서울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및 정치 행사 때만 차량 2부제를 실시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이를 시행한다면 (초)미세 먼지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APEC 행사로 차량 2부제를 실시했을 때 천안문과 하늘이 깨끗하게 보였지만 행사가 끝난 뒤 다시 원래대로 뿌옇게 되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또 파리에서 차량 2부제를 실시했을 때 하루 만에 (초)미세 먼지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부산 아시안게임 때도 차량 2부제를 실시했더니 15세 이하 천식 환자의 입원율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보고되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가 반대해서 이런 방안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근본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시민들이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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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2일, 초미세 먼지 원정대는 서울역 버스 환승 센터에서 미세 먼지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녹색당



"미세 먼지와 싸우는 거대한 전환" 

1월 22일, 신지예 씨는 미세 먼지 문제를 이야기하는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앞 정당 연설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사람들과 버스들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 곳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저는 오늘 여기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모두가 싸우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공격하며 점점 숨통을 조여오고 있습니다. 바로 미세 먼지입니다." 

추운 날씨에 사람들은 호주머니 깊숙이 손을 넣고는 무표정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초미세 먼지가 중국 황사 탓만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공장과 발전소의 가동과 자동차의 운행을 규제하자고 이야기했다. 사실 이러한 정책이 관철되고 사회에 수용되는 것은 어마어마한 변화, 거대한 전환을 의미한다. 추운 정류장에서 어깨를 움츠린 채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쉽게 공감하기는 힘들 주장이고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미세 먼지 문제는 우리에게 다른 미래를 만들 역량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제대로 된 사회 정치적 제도가 만들어져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리트머스와 같습니다."

숨 쉬는 당연함을 위해서, 미세 먼지와 싸운다. 숨 쉬는 것보다 소중한 전기와 자동차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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