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가습기살균제 참사 4년 "잊혀졌을 뿐 달라진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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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가습기살균제 참사 4년 "잊혀졌을 뿐 달라진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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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4 "잊혀졌을 뿐 달라진 건 없다"

 

피해자들 피해구제 못받고 개별소송 참여자도 소수에 불과환경부 "나몰라라"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2015-08-27 06:00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지난 4월28일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책임촉구 항의서한을 전달하려하자 건물 관계자들이 막아서고 있다.  © News1



대전에 사는 나민국 씨는 가습기살균제로 둘째 아들 나유찬을 잃고, 첫째아이와 셋째아이는 정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로 폐손상 피해를 인정받은 환자다. 나씨가 마트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서 사용하던 2006년 10월에는 가습기살균제의 위험성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터라 3명의 아이 모두 피해를 입었다.

나씨는 "가습기살균제 겉면에 인체무해하다고 써 있어서 믿고 사용한 죄밖에 없는데 온가족이 고통속에 살고 있다"며 "2012년 8월 가해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3년째 진척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나씨처럼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고통속에 살아가는 피해자가 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지 오는 31일이면 4년이 된다. 2011년 8월31일 보건복지부는 가습기살균제가 원인미상의 폐손상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고, 최종 인과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면서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그땐 이미 17년간 20여종의 가습기살균제가 연간 60여만개 팔려나간 뒤였다.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민은 800만명에 이른다. 환경부가 올해말까지 피해자를 추가 접수받는 등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현재진행형이지만 많은 이들의 관심속에서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지난 4년간 이룬 성과라고는 530명을 피해자로 인정하고 의료비와 장례비를 일부 지급한 게 전부"라며 "폐손상 이외의 의료비는 지급받지도 못하고, 가족이 똑같이 노출돼도 증상이 경미하면 한푼의 지원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야당 의원이 피해구제특별법을 발의하면서 해결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다. 하지만 2013년 5월, 국회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추경예산안 50억원을 전액 삭감하고, 사고기업과징금조항 및 원청업체 책임조항 대폭 줄인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의결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환경부는 보건복지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에 관한 관리권한을 넘겨받았지만 피해자 신청 절차를 진행할 뿐 피해구제에 관해서는 개별소송을 진행하라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환경부는 지난 4월23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530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140명이라고 발표했다. 530명 중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 1,2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은 221명(41.7%)이라고 덧붙였다.

폐 이외의 치료비나 정신적 고통에 따른 피해보상은 개별소송에서 승소하는 길밖에 없다. 승소도 어렵지만 소송에 참여하는 것조차 버거운 사람이 대부분이다. 530명의 피해자 가운데 개별소송에 참여한 유가족은 100여명 수준으로 피해자 1명당 최소 유가족이 2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900여명의 유가족은 소송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소송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다.

때문에 피해자와 시민단체는 정부가 중재에 나서 대표단을 구성하고 제조사와 피해보상에 대해 일괄타결할 것을 원하지만 정부는 나몰라라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별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해서 피해구제를 이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소송 결과가 나오면 이를 판례로 해서 다른 피해자들이 구제받는 형식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8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3주기 피해자추모대회에서 피해가족들이 결의문 낭독을 하고 있다. © News1



정부가 발을 뒤로 빼자 가해자인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역시 나몰라라로 일관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유통한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피해보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혔고, 개별적으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기업에서는 소송 결과에 따라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며 "재판 결과에 맞춰 보상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4주기를 맞아 30일 희생자 추모제를 열고, 31일 제조사처벌촉구 퍼포먼스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한다. 9월1일에는 최대 가해기업인 옥시레시벤키저 영국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내용에 대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9월2일에는 강원대학교에서 가습기살균제와 법적책임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진행한다.

임 팀장은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해기업이 낸 기금으로 공익재산을 설립해 피해구제는 물론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며 "이런 사회적합의기구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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