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위험은 모르는 게 약? 후쿠시마도 허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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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위험은 모르는 게 약? 후쿠시마도 허구인가"

최예용 0 4622

"원전 위험은 모르는 게 약? 후쿠시마도 허구인가"

[현장] 원자력업계 잔칫날 원전 찬반 논쟁... '들러리'는 없었다.

 

오마이뉴스 2015 4 28

 

"국민이 허구에 시달린다고? 후쿠시마가 허구인가?"
원자력업계가 후쿠시마 악몽을 잊고 새 출발 하기에 4년은 너무 짧았다.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차대회'는 국내외 원자력업계의 큰 잔치였다.

하지만 이날 환경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원자력 업계가) 국민이 허구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는데 진정 원전 비판 목소리를 허구라고 생각하나"라면서 "원자력의 새로운 출발을 얘기하기 전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지 지겹도록 논의해야 하지 않나"라고 '찬물'을 끼얹었다.

원자력업계 30주년 잔치에 원전 찬반론자 불러 토론

실제 올해로 한국원자력연차대회 30주년을 맞은 국내 원자력업계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잇따른 원전 부품 비리로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주최 쪽인 한국원자력산업회의(회장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서 올해 행사 주제를 '함께한 30년, 함께할 30년. 원자력, 이제는 공감이다'로 잡은 것도 원전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진화하려는 의도였다.

이날 오후 '국민 공감; 원자력의 재도약을 위한 관문'이란 주제로 열린 첫 번째 토론 진행 역시 '원자력학계 쓴소리'로 불리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맡았고 최예용 소장을 비롯해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테츠나리 리다 일본 지속가능에너지정책연구원 원장 등 탈핵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들은 '들러리'를 거부했다. 오히려 이날 '친원전 국가'인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온 원자력 전문가들을 상대로 대중들의 원전 위험 인식 문제를 놓고 날 선 논쟁을 벌였다.

심리학 전문가이기도 한 말콤 그림스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환경정책센터 연구위원은 "라돈 온천이나 의료용 방사선도 있는데 방사선 공포를 언급하는 건 원전 산업뿐"이라면서 "원자력업계에서 원전 안전성을 집중적으로 얘기한 것이 오히려 원전에 대한 대중들에게 막연한 공포심을 유발했다"고 원전업계의 소통 방식에 책임을 돌렸다.

그림스톤은 "영국도 원자력 안전성 홍보에 치중했을 때보다 홍보를 줄였을 때 오히려 신규 원전 건설 지지 여론이 높았다"면서 "대중에게 원자력 안전 문제를 얘기하기 전에 에너지로써 중요성을 먼저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 방사선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데도, 원전업계가 안전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역효과가 났다는 얘기다. '아는 게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란 식의 주장에 탈핵 전문가들은 원전 기술 자체가 이미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환경정책 전문가인 윤순진 교수는 "원자력처럼 첨단기술의 집합체에서 오류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에너지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지만 다음 세대 아이들이 지금 우리 결정에 대가 치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다 테츠나리 원장도 "후쿠시마 재앙은 가설로만 상상해봤음직 한 악몽이 현실화된 것이지 소통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다"라면서 "원자력업계를 신뢰했던 일본 국민들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혼란스런 정보를 접하고 원자력에 등을 돌렸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책임을 인정하는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독일 시험평가업체인 튀브 주트(TUV SUD)의 프랑크 카린다 국제프로젝트 매니저는 "원자력 수용성 논의에서 신뢰가 문제인데 국민들이 다른 문제는 정부를 신뢰해도 원전 문제는 그렇지 않다"면서 "사람들에게 정부가 원전 안전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고 규제당국이 원자력업계를 엄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전 위기가 한국에 기회? 반성 없이 새 출발은 없다"

이에 윤순진 교수는 "많은 이들이 신뢰를 얘기했는데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보듯 우리가 정부를 어떻게 신뢰하겠나"라면서 "후쿠시마, 세월호 사고 같은 국가 차원의 기만과 무책임이 원전에 다시는 적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을 직접 준비한 서균렬 교수는 "이 자리는 원자력업계의 과거 30년을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자리"라면서 "앞으로 3대 원전 사고 같은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지만 안전성과 경제성을 양손에 두고 계속 저울질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균렬 교수의 이런 노력이 이날 오전 특별 강연자들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체코 등 하나같이 '친원전 국가 인사' 일색이었던 것이다.

한국전력공사 원자력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한국인 시각에서 (3대 원전 사고) 위기는 바로 기회"라면 "후쿠시마 이후 원전에 대한 공포가 증가해 반핵 활동이 이뤄졌지만 앞으로 우리는 지속적으로 기술 역량을 구축하고 연구 개발을 통해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원자력 산업의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예용 소장은 "원전 찬반을 떠나 후쿠시마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할지 국민들에게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말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여러분에게 새로운 출발은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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