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8년 투병’ 석면암 노동자, 끝내 산재 인정 못 받고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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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8년 투병’ 석면암 노동자, 끝내 산재 인정 못 받고 숨져

최예용 0 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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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석면 노출 후 20년 지나 발병
ㆍ재직 회사 폐업한 경우 많아 피해 인정받기도 까다로워


“산업재해로 당당하게 인정받아 다른 석면 피해자들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도록 1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어.”

석면암의 일종인 악성중피종에 걸려 지난 12일 60세의 생을 마친 정현식씨가 지난달 병상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남긴 말이다. “하루라도 빨리 떠나야겠어. 너무 통증이 심해.” 호흡도 힘든 몸으로 마지막까지 석면피해자들을 걱정했던 그는 끝내 산재 인정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정씨는 8년 넘게 외롭게 투병하고 ‘석면 퇴치’ 운동에도 적극적이었다”면서 “온몸으로 석면과 싸우며 바랐던 산재의 답을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석면암으로 고생하다 지난 12일 숨진 정현식씨가 지난해 7월9일 서울 대학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직접 시료를 들어보이며 석면 피해를 증언하고 있 다. | 연합뉴스
 

정씨는 1970~1980년대 ‘조양산업’이란 공장에서 일했다. 흔히 ‘곤로’라 부르던 화로나 난로의 심지를 만드는 회사였다. 공장에선 석면을 주원료로 해 석유를 빨아들여 타는 심지를 제조했다. 회사는 1984년 문을 닫았다. 22년이 흐른 2006년, 정씨는 숨 쉬기가 힘들어 병원을 찾아갔다 악성중피종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0월에야 산재보험 최초요양급여신청서를 낼 수 있었다. 뒤늦게 세무서에서 정씨가 일했던 조양산업의 기록과 월급명세기록을 찾아낸 덕분이었다. 통상적으로 석면 질환은 노출 후 20~40년이 지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사이 대부분의 회사들은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하게 된다. 많은 석면 피해노동자들이 회사 근무 기록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석면병임을 알고 나서 정씨는 8년여간 3차례의 수술과 21회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고통스럽게 투병하면서도 그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도록 석면추방운동에 열성적으로 참가했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은 미세한 입자로 떠다니다 호흡기로 침투해 악성중피종·폐암·석면폐증(진폐증의 일종)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국내에서 200만t 넘게 사용되면서 석면은 많은 피해 노동자를 낳았지만, 2000~2013년 사이 국내에서 석면 관련 산재를 인정받은 사람은 169명에 불과하다. 최예용 소장은 “2011년 이후 환경성 석면피해구제제도로 석면피해 구제금을 받은 사람이 1546명인 점을 감안하면 산재 인정이 지나치게 까다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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