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단독]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회적 참사’ 규정한 정부, 배상금 1/4 부담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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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단독]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회적 참사’ 규정한 정부, 배상금 1/4 부담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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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회적 참사’ 규정한 정부, 배상금 1/4 부담할 듯

한겨레 2025.12.24

가해 기업들과 배상금 분담률 협상 중


24일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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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도록 해결되지 못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고 가해 기업들과 함께 피해자 배상을 주도하기로 했다. 대략 제조·판매 기업이 배상금 절반을, 원료 기업과 정부가 4분의 1씩 부담하는 방안을 정부와 기업들이 협상 중이다.

정부는 24일 국무총리 주재 8차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폐 손상 등의 피해를 일으킨 사건으로, 2011년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 인과관계가 처음 확인되어 올해 11월30일까지 5942명(신청자 8035명)이 피해를 인정받은 상태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2017년부터 피해자들에게 행정적인 지원(‘피해구제’)을 해왔으나, 지난해 6월 이 사건에 국가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 배상해야 할 당사자가 됐다.

종합지원대책에서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참사’로 명확히 규정하고, 국회의 특별법 개정 등을 통해 기존 피해구제 체계를 ‘배상’ 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기업들만 지고 있던 손해배상 책임을 앞으론 기업과 국가가 나눠 지고, 정부가 이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하고, 2019~2021년 출연 이후 중단됐던 정부 출연도 2026년 100억원을 시작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기업 분담금(2500억원)과 일부 정부 출연금(225억원)을 토대로 구제급여 등을 지급했었다.

2025년 8월28일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와 유족,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2025년 8월28일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와 유족,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정부-기업 간 배상금 분담률이 핵심 쟁점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대략 기업들이 70~80%, 정부가 20~30%를 부담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가 진행 중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옥시, 애경, 엘지(LG)생활건강 등 제조·판매 기업이 2분의 1, 원료 기업인 에스케이(SK)케미칼이 4분의 1, 정부가 4분의 1가량을 내는 안이다. 2022년 민간 조정위원회가 전체 배상금 규모를 9240억원으로 결정했으나, 옥시, 애경 등 가해 책임이 큰 기업들이 내기 어렵다고 해서 집행되지 못했다. 정부는 내년 2월 중 배상금 총액과 분담률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강화를 위해 장기 소멸시효를 폐지하고 배상금 신청부터 지급 결정 기간까지는 단기 소멸시효도 중단시키기로 했다. 배상금은 적극적 손해에 따른 치료비와 소극적 손해에 따른 일실이익(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얻었을 이익)·위자료 등으로 이뤄지는데, 일시금으로 받거나 일부 금액을 먼저 받은 뒤 치료비를 받는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다. 피해자가 중고등학교를 갈 때 희망하는 주거지 부근 학교에 우선 배정하고, 대학에 가면 등록금 일부를 지원하고, 건강 상태 점검·치료 등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여러 방식으로 지원한다. 희생자에 대해선 특별법을 개정해 ‘추모’를 목적으로 추가하고, 피해자들과 협의해 추모일을 정해 추모 행사를 열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에 (피해자들이) 얼마나 억울하고 참담하셨을지 감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이제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사회적 ‘참사’로 명확히 하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세워 피해를 온전히 배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피해자 여러분과 유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애도와 위로를 함께 전한다”고 했는데,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2024년 12월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대법원 판결 관련 기자회견에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024년 12월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대법원 판결 관련 기자회견에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번 대책에 대해 김태종 전국가습기살균제피해자배상추진위원회 대표는 “그동안 정부는 나몰라라 해왔다. 오늘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 주도로 배상과 법률 개정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 정부가 가해 기업들과 조정을 통해 하루 빨리 배상금과 지원 방안을 확정하고 집행해주기 바란다. 중증 환자들은 배상금 지급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최예용 소장은 “이 사건을 참사로 규정하고, 구제에서 배상으로의 전환, 피해자 선택권 보장, 국가적 추모 등을 밝힌 것은 획기적으로 진일보했다. 다만, 배상금의 상당 부분을 내야 할 기업의 의견이 나오지 않았고, 정부의 2026년 출연액이 100억원에 불과하다. 2022년 민간 조정위원회가 정한 배상금이 9240억원인데, 이를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큰 과제”라고 짚었다.

손삼기 기후에너지환경부 환경피해구제과장은 “그동안 피해자와 가해 기업들을 만나왔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두 동의했다. 현재 배상금을 다시 추계하고 있고, 정부와 기업의 분담금 규모도 논의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사정이 좋지 않지만, 이번에는 기업들도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업들이 배상금을 낼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 정부도 공동 책임자로서 분담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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