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뉴스] "정부, 여태 뭐했나" 울분 토하는 대구경북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14년간 166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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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 "정부, 여태 뭐했나" 울분 토하는 대구경북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14년간 166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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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태 뭐했나" 울분 토하는 대구경북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14년간 166명 숨져


평화뉴스 2025.4.1 
 

환경부, 대구서 '피해자 지역별 간담회'
'집단합의위원회' 구성, 배상·보상 추진
단체합의, 별도 치료 '구제' 두가지 트랙
피해자들은 반발 "단체 말고, 개별 보상"
배상 후 추가 질병 발생 시 책임 소재 우려
환경부 "희망자에 한해서 추진, 당장 아니다"

 

14년 전 세상에 처음 알려졌고,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구경북에서 숨진 피해자만 166명에 이른다. 생존자들도 수십년째 고통 받고 있다.

법원이 지난해 6월 참사의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서야 정부는 피해자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14년 만에 열린 지역별 간담회에서 피해자들은 정부를 향해 "여태 뭐했냐"며 울분을 토했다.

특히 합의 방식과 지원 방식, 합의 이후 추가 질병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대구경북지역 간담회'(2025.4.1.대구상공회의소)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정의석 환경부 환경피해구제과장이 피해자들의 질의응답에 답변하고 있다.(2025.4.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정의석 환경부 환경피해구제과장이 피해자들의 질의응답에 답변하고 있다.(2025.4.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환경부(장관 김완섭)는 1일 오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역별 간담회'를 열었다.

정의석 환경부 환경피해구제과장, 안혜실 국립환경과학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 연구사, 곽견정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실 책임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또 대구경북지역 피해자와 유족 등 20여명도 자리했다.

환경부 측은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을 위한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합의를 원하는 피해자는 합의 제도를 구축하고, 합의가 아니라 치료를 원하는 피해자는 피해 구제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피해자와 유족들이 대표자를 선출해 정부·기업과 협상하고, 합의 기준을 마련하는 데 참여하는 '집단합의위원회'를 만드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환경부는 합의라는 용어 자체는 종국성을 띠고 있다고 했다. 다만 당장 배·보상 합의를 하지 않아도 되며, 치료 지원을 받다가 개별적으로 합의를 원하는 경우를 위해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석 환경부 환경피해구제과장은 "단체 합의를 진행하려는 이유는 합의를 원하는 피해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희망하는 분들에 한해서 단체 합의를 하려는 것이고, 희망하지 않을 경우 피해 구제를 계속 받으면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치료를 받다가 개별적으로 합의를 원하는 경우를 위해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지난 2022년 사적 조정에서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했던 것, 기업이나 피해자들 사이에서 합의가 되지 않았던 부분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합의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최대한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태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권익보호회 대표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2025.4.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이태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권익보호회 대표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2025.4.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반면 피해자들은 짧게는 10여년 전, 길게는 30년 전 자신들이 입은 피해와 현재까지도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날 간담회에 피해자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일부는 의견을 말할 때 "빨리 말하면 숨이 차서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하거나, "당시 피해로 기관지확장증이 심해 목소리가 갈라지는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정부의 현행 피해자 인정 기준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요건"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환경부의 집단 합의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항의하거나, "피해자 인정 요건을 먼저 바꿔라", "개별적 배·보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태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권익보호회 대표는 "독극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참사가 대통령이 4명이나 바뀐 현재까지도 해결되고 있지 않고, 그 사이 수많은 피해자들이 사망했고 남은 피해자와 가족은 질환의 고통과 죽음이라는 두려움 속에 힘든 삶을 보내고 있다"며 "합의를 하게 된다고 해도 그 이후가 두렵다. 합의한 뒤 질환이 생기거나 악화되면 책임은 피해자가 짊어져야 하는데, 완치할 때까지는 무료 치료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피해자 서모(67)씨는 "피해자들은 각자 상황과 피해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적게는 10년에서 많게는 30년 정도까지 고통을 지고 살아왔다. 사는 데 필요한 보상을 받아 빨리 이 일을 잊어버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을 망쳐버린 악몽을 헐값으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며 "정당한 배상과 치료를 받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한 시민은 "환경부는 배·보상을 집단적으로, 또 종국적으로 하려 하고 있다"면서 "배·보상에 더해 치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대표들을 뽑아 합의를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개별 보상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대구 현황...피해 신고자 356명, 인정자 253명, 인정자 중 사망자 53명(2025.3.31) / 자료 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대구 현황...피해 신고자 356명, 인정자 253명, 인정자 중 사망자 53명(2025.3.31) / 자료 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경북 현황...피해 신고자 309명, 구제 인정자 159명(2025.3.31) / 자료 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경북 현황...피해 신고자 309명, 구제 인정자 159명(2025.3.31) / 자료 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 환경운동연합 대구경북광역협의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달 31일 '대구경북지역 가습기살균제 피해실태' 보고서를 내고 대구경북지역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665명이고 사망자는 166명으로 신고자의 25%에 이른다고 밝혔다. 

신고자 가운데 2017년 시행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에 의해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71%인 467명(사망 113명)이다. 미인정자는 29%인 193명이고 이 중 사망자는 54명이다.

대구지역의 경우 피해 신고자는 356명이다. 사망자는 21%인 73명이고, 생존 환자는 283명이다. 사망률은 20%로 신고자 5명 중 1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별법에 의한 구제 대상 인정자는 253명으로 신고자의 71%다. 인정자 중 53명은 사망했고 생존자는 200명이다. 특별법 미판정·불인정자는 전체 신고자의 29%인 103명이고 이 중 사망자는 20명이다.

경북지역 피해 신고자는 309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30%인 93명으로 생존자는 216명이다. 신고자 10명 중 3명꼴로 숨졌다. 구제 대상 인정자는 219명으로 신고자의 71%다. 피해 구제 인정자 가운데 숨진 이는 60명이고 생존 환자는 159명이다. 미판정·불인정자는 전체 신고자의 29%인 90명이고 이 중 사망자는 33명이다.

전국적으로는 7,993명이 피해 신고를 했으며 이 중 1,891명이 사망했다. 특별법에 따라 5,828명이 피해자로 인정됐지만 실제로 배·보상이 이뤄진 피해자는 인정자의 10%도 안 되는 508명에 그쳤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간담회 전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2025.4.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간담회 전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2025.4.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이들 환경단체는 피해자들의 배·보상 문제에 대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강제성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기업 부담을 전제로 한 피해구제특별법의 유지 ▲피해자 불인정 이유·피해 등급 판정 설명회 별도 추진 ▲배·보상 피해지원 합의 시 제도화 ▲정부 차원 적극적 피해자 발굴 노력 등을 요구했다.

환경단체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시작된 지 31년, 세상에 알려진 지 14년이나 됐지만 여태 기본적인 피해 배·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민·형사 소송이 진행중이지만 사법 체계가 이 참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가해 기업과 피해자, 그리고 제2의 가해 책임이 있는 국가 등이 모여 피해 배·보상 조정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국회 국정조사, 특별법 제정을 통한 긴급구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활동 등 국가의 여러 시스템이 작동해 어느 정도의 해결을 해 왔지만 배·보상을 완결짓지 못해 시간만 하염없이 흘러가 사망자는 늘어나고 피해자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면서 " 때문에 협상이라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해결 방식의 조정이 시도되고 있다.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제품 판매가 시작돼 지난 2011년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PMHG, PGH라는 살균 성분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로 영구적 신체결손, 호흡기 장애, 중증 폐손상, 사망까지 이르렀다. 그해 11월부터 생산·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지난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요양급여 등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피해자와 기업 간 합의를 시도했으나 책임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며 무산됐다. 지난해 6월에는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원고 5명 중 3명에게 300~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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