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옥시·애경·SK케미컬’ 가습기 참사… 소송으로 시간 벌며 배상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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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 ‘옥시·애경·SK케미컬’ 가습기 참사… 소송으로 시간 벌며 배상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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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애경·SK케미컬’ 가습기 참사… 소송으로 시간 벌며 배상은 뒷전

토요경제 2024.4.22 

애경산업 “이미 낸 추가 분담금마저 돌려달라”행정소송 제기

옥시 “2차분담금이후 더 이상 특별 분담금 낼 수 없다”고 버텨
SK케미컬 원료 생산자로서 유죄 받았지만 상고해 피해 배상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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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품<사진=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피해 회복에 힘써야 할 옥시와 애경산업, SK케미컬 등 가해기업들이 소송으로 시간을 끌면서 피해자 배·보상 이행을 지연해 또 다른 비판에 직면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단체들은 22일 1853번째 가습기살균제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옥시(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에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옥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에 살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김복희 씨가 지난 6일 사망했다”고 알리며 김씨가 생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옥시와 애경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하다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발병해 2013년 피해 신고 후 피해자로 인정됐다. 고인은 매우 심각한 상태를 의미하는 ‘초고도’ 등급자였으며 생전 전국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배상추진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고인은 지난 11년 간 중증 천식으로 병원과 집을 오가다 지난 6일 천안단국대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고는 2011년 당시 급성호흡부전 환자들이 잇따라 병원에 입원하면서 알려졌다. 피해 환자는 대부분 영유아나 임산부, 혹은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 등이었다. 이들은 원인불명의 폐 손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한 결과 환자들이 가습기살균제를 자주 사용한 것을 발견했다. 흡입독성 실험을 해보고, 가습기살균제가 환자들에게서 발생한 폐 섬유화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살균제는 유공(SK케미칼의 전신)을 비롯해 옥시와 애경산업 등 생활용품 기업들이 잇달아 제품을 내놓고, 대형 할인점들도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시장이 커졌다.

가습기살균제 살균 성분은 정부의 유해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흡입독성 평가를 거치지 않으면서 정부의 감시에서 벗어난 채 소비자들에게 팔려나갔고, 무려 20년 가까이 판매돼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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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

처음 수십 명으로 시작됐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규모는 조사를 거듭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지원센터에 등록된 피해 신고 현황을 보면 지난달 31일 기준 7923명이 신청을 했고, 고인이 된 김씨를 포함해 이중 1853명이 사망했다.


살아남은 이들도 폐 섬유화뿐만 아니라 폐렴, 천식 등 각종 폐 질환을 앓으며 고통받았다. 일부는 호흡기를 낀 채로 살고 있고,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각종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2011년 당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음에도, 법적 근거 미비와 부처 간 업무 영역 등을 이유로 대처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다가 2014년 3월에야 처음으로 공식 피해 판정을 내리고 피해 구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회는 5년여가 지난 2017년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지원 방안 등을 담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2022년 4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는 옥시를 비롯한 9개 기업이 피해자 7000여 명에게 최대 9240억 원가량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최종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옥시와 애경이 추가 분담금을 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2년 넘게 이행되지 않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해 5월 징수 된 2차 사업자 분담금을 문제 삼았다. 

 

앞서 2017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며 정부는 옥시와 애경산업 등 가해 기업 18곳으로부터 1250억 원 규모의 1차 분담금을 징수했다. 분담금으로는 피해 인정기준에 따라 피해자의 치료비와 생활수당을 지원했다.

이후 기금이 소진되면서  2023년 5월 같은 금액으로 2차 분담이 이뤄졌다. 2차 분담금 가운데 옥시는 704억 원, 애경산업은 100억 원을 냈다.

그런데 같은 달 옥시는 ‘앞으로는 특별법에 따른 분담금을 낼 수 없다’며 환경부에 통보했고, 애경산업은 낸 분담금을 돌려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는 동안 지난 1월 11일 유해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74) 전 SK케미컬 대표와 안용찬(65) 애경산업 전 대표의 죄를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SK케미칼이 법정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책임을 인정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은 SK케미칼 등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 생산자가 폐 질환과의 인과성을 인정, 제조·판매업체의 책임을 더 엄하게 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유죄를 선고받은 SK케미컬·애경산업 측은 상고했고, 현재까지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은 멈춘 상태다.

 

되려 가습기 제조·유통업체들은 가습기 참사의 ‘종국성’ 확보 조항이 조정안이 아니라 권고안에 담긴 점을 문제 삼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조정위원회 조정안을 거부했다. 

 

기업들은 조정안 등으로 합의가 이뤄지면 미래에 발생하는 피해까지 포함해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는 ‘종국성’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종국성이 확보되면 더이상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시달리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 가해자라는 족쇄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전체 사망자 2만여 명 중 10%도 안 되는 1852명만이 정식 신고됐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정치권에서도 사회에서도 잊히고 있다”며 호소했다.

이들은 “22대 국회는 올해 안에 피해자 배·보상과 국가책임을 묻는 등 참사를 제대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참사 책임 기업들이 배·보상을 위한 조정안을 보완해 실행에 옮기도록 하고, 이를 구제법에 반영해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로부터 피해를 인정받은 피해자 중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 현재까지 1853명에 달하지만, 가해기업들은 차일피일 책임을 미루면서 조정안에 종국성까지 요구하고 있어,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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