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노동자와 자연은 죽어가는데 돈잔치합니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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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10:12
▲ 20일 강남구 논현동 영풍 본사인 영풍빌딩 별관의 주주총회장 앞에서 열린 영풍 규탄 기자회견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영풍석포제련소에서 연이어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20일 제73기 (주)영풍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다. 이날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앞에서 오전 8시부터 '노동자 살인기업, 낙동강과 백두대간 환경오염기업, 영풍석포제련소 문 닫아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12일 '죽음의 공장, 영풍석포제련소 문 닫아라! 장례 캠페인 기자회견'에 이어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안동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 공대위(영풍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피해 공동대책위원회),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낙동강네트워크가 참석했다.
이들은 "영풍의 홈페이지에는 4가지 경영이념 중 가장 먼저 환경친화가 나온다. CEO 인사말의 제목은 '(주)영풍은 자연을 생각하고 산업을 선도하는 세계 초일류 친환경 비철금속 기업입니다'라고 되어 있다. 노동자가 계속 죽어 나가고 주변 산림이 고사하는 사업장의 최우선적인 경영이념이 환경친화이고, CEO가 '자연을 생각하는 세계 초일류 친환경 기업'이라고 하니 이런 거짓말이 어디 있냐"라며 "요즘 유행한다는 가짜 친환경의 '세계 초일류'적인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2023년 12월 노동자 4명이 급성 비소 중독에 쓰러졌고 이중 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고 3개월여 만인 3월 8일 임시직 노동자가 작업 중 또 사망했다"라며 "이 50대 초반의 노동자는 정규직은 물론 아니었고 하청업체 직원조차도 아니었다. 인력업체가 삼척에 사는 노동자를 석포제련소에 공급한 임시 일용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년 12월 사고 때 정규직 직원 2명도 비소 중독으로 입원했는데 다행히 바로 퇴원했다. 당시 하청업체 직원 두 명 중 한 명은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심각한 건강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규직도 하청직도 아닌 단순 임시 일용직이었다"라며 "노동자들이 계속 죽고 다치는 위험한 공장에서 숙련된 정규직 혹은 하청직 노동자들도 목숨을 잃는 현장에 임시 일용직 노동자를 투입해 목숨을 잃게 했던 것이라면 사람을 고의로 죽인 살인과 뭐가 다른가"라며 영풍을 강력 성토했다.
이들은 또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있는데 영풍석포제련소는 이를 철저히 실천해 정규직을 보호하고 위험 공장을 하청직과 일용 임시직에 맡기고 그들의 건강과 생명을 사지로 내몬다"라며 그 이유로 "이들 하청직과 임시직 노동자의 중독과 사망사고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에서 회사는 정규직의 경우보다 훨씬 자유롭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때 주식회사 영풍이 제73기 주주총회를 연다"라며 "연이은 노동자 사망과 환경 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지탄을 조금이라도 신경쓴다면, 주주총회 참석자들은 말로만이 아닌 실제 친환경기업으로 어떻게 거듭날지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그런데 주주총회 안건에는 영풍석포제련소의 노동자 사망 문제와 환경오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안건은 전혀 없다"라며 "노동자의 생명과 환경오염을 담보로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돈잔치 안건과 2023년 12월 노동자 사망 참사로 입건 중인 석포제련소 공장장에 대한 이사 재선임 안건 등 이사와 감사선임 안건 그리고 이사들의 보수승인 안건 뿐"이라며 "이윤 배당 이전에 사회적 책임이 먼저가 아닐까?"라고 꼬집었다.
또 "영풍이 홈페이지에 자회사라고 표기한 온산공단에 있는 고려아연의 환경오염과 작업환경안전 문제는 영풍석포제련소와 오십보백보"라며 "그런데 두 회사의 소위 오너라는 사람들은 서로 잡아먹으려고 으르렁거리며 노동자 안전과 환경보호는 뒷전"이라고 비판했다.
▲ "환경파괴 노동자 살해 기업 영풍은 물러가라"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러면서 이들은 "또하나 중요한 문제는 영풍의 실질 사주 장형진이 회장직에서 물러나 영풍 고문으로 있으면서 서류상 대표들에게 수렴청정하면서 영풍의 실질 경영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노동자 사망사고로 인한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적 책임 또한 실질 사주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라며 "모든 법적인 문제가 터지만 서류상 대표가 책임지면 되기 때문에 반세기 넘는 동안 영풍의 사회적 책임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라 비판했다.
이들은 "노동자의 생명을 빼앗고 생태계를 파괴한 대가로 벌어들인 피 묻은 돈으로 소위 주주 배당금이라는 돈잔치를 벌이는 영풍석포제련소의 민낯을 사회에 폭로한다"며 기자회견의 이유를 밝혔다.
"영풍 주주들, 배당 대신 반성부터 해야"
▲ 지난 10여년간 영풍의 환경파괴 행위를 고발해 온 안동환경운동연합 김수동 대표가 영풍의 민낯을 폭로하고 있다.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영풍석포제련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황산가스로 제련소 뒷산의 금강소나무가 대부분 고사해버렸다. 산 자체가 산성화 되어 흘러내릴 정도다.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지난 10여 년간의 영풍과 지난한 싸움을 벌여온 안동환경운동연합의 김수동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첫 발언에 나서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영풍석포제련소의 잉여금이 낙동강 최상류에서 환경오염, 각종 환경범죄 그리고 심지어는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만들어진 이익이라는 것을 혹시 알고 계십니까? 영풍석포제련소는 1970년부터 54년 동안 낙동강 최상류에서 영남인들 1300만 명의 식생활용수를 카드 납, 아연 수은, 비소, 구리 등의 중금속으로 오염을 시켜왔습니다. 주변 산천에는 아황산가스로 인해서 산성비가 내려서 나무가 전부 다 고사를 했습니다. 주민들의 혈중 카드뮴 농도는 국민 전체 평균의 3.47배나 높습니다.
이러한 낙동강 최상류에서 온갖 환경 범죄를 저지르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아서 그 이윤을 나누는 주주총회 자리에서 과연 주주님들이 이윤을 배당받아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오늘 이 자리에서 반세기가 넘는 동안에 영풍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최상류에서 행한 온갖 범죄행위를 반성하고 이 자리에서 기업을 철수할 것을 결의하는 자리가 될 것인지 우리 주주님들이 다시 한번 겸허하게 반성을 해 봐야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새벽에 먼 길을 달려와서 우리 영풍석포제련소 주주님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러 오늘 온 것입니다."
▲ 녹색정의당 허승규 부대표도 기자회견에 참여해 발언했다.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어 녹색정의당 허승규 녹색부대표는 다음과 같이 영풍석포제련소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노동자들을 죽이지 않고 환경 파괴하지 않고 법치를 지키면서 돈을 버는 세상이 바로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이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주주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주주이면서도 대한민국의 시민들입니다. 영풍석포제련소의 영리활동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습니다. 어떤 집단에서 스스로 문제 해결이 되지 않으면 법원으로 가죠. 영풍석포제련소 또한 무수히 많은 사법적 판단을 받았고 문제 조치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녹색정의당은 정당입니다. 저희 녹색정의당은 22대 국회에서 영풍석포제련소 문제를 다시 공론화시키겠습니다. 영풍석포제련소 폐쇄 이전 그리고 환경 파괴, 법치 파괴까지 정상화시키는 그 과정에 우리 시민들과 함께하겠습니다. 그 길에 우리 주주 여러분들도 동참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2001년부터 23년 동안 영풍을 상대로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시스네틱스노조 윤민례 분회장이 영풍의 탄압을 고발하고 있다.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시그네틱스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에 앞서 농성하며 "영풍 OUT!"을 외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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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특별히 지난 23년 동안 영풍을 상대로 복직투쟁을 벌이는 스그네틱스노조 윤민혜 분회장이 참석해 다음과 같이 그간의 지난한 투쟁의 과정을 소상히 들려주었다.
"영풍그룹은 살인기업 맞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겪었습니다. 시그네틱스는 원래 필립스 한국공장이었습니다. 97년도에 부도가 났고 2000년도에 현금이 많은 영풍이 시그네틱스를 인수했습니다. 그때 이미 시그네틱스에는 노동조합이 있었고 저희들은 정규직이었습니다. 영풍그룹의 경영 방침은 무노조 정규직 없는 공장, 자본가들의 꿈의 공장이죠. 경영 방침입니다. 실제로 23년 동안 복직 추진하면서 겪었습니다. 느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장형진 그분이 일선에서 손을 놓지 않는 한 변하지 않는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해고는 살인입니다. 그런데 영풍그룹 시그네틱스는 저희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을 네 번이나 전원 해고했습니다. 그 기간이 20년이 넘습니다. 제가 2001년 해고될 때 34살이었고 우리 아들이 4살, 7살이었습니다. 그래서 네 번 해고한 영풍 회장 구속하라는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그게 명예훼손이랍니다. 그래서 3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고 지금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끝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끝까지 가겠습니다. 이 영풍에 노동조합 실행하고 정규직 실행하는 경영방침이 바뀔 때까지 투쟁해볼 생각입니다. 영풍이 변할 때까지 그리고 세상이 변할 때까지 우리의 삶이 좀 더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이 될 때까지 시그네틱스 해고자들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 영풍의 주주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마지막으로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다음과 같이 영풍 주주들에게 당부했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낙동강 상류가, 백두대간이, 영풍석포제련소가 오염시켜서 돈을 벌어도 되는 공유지의 비극입니까? 백두대간을, 낙동강 상류를 자신들의 공유지처럼 여기고 오염시키고 그렇게 해서 돈을 버는 영풍. 그것이 영풍이 말하는 자본주의입니까? 그것이 오늘 열리는 주주총회의 본질입니까? 주주들은 똑바로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노동자를 죽이고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켜서 돈을 버는 기업은 이 땅에 설 자격이 없고 설 수 없게 시민들이 만들 것이라는 점을 주주들은 오늘 주주총회에서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 환경운동연합 신우용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조직적 차원에서 영풍 문제에 대응해가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서울환경운동연합 이동이 사무처장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몇해 전 영풍석포제련소를 다녀온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