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해결하기 역부족인 일
서로서로 어깨 걸어 '결실'
손 내밀어야 할 곳 여전히 많아


2023년 경남도민일보
2023년 경남도민일보 '다시, 연대' 기획에 참여한 시민들.

<경남도민일보>는 2023년 구호를 '다시 연대'로 정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연대를 강조하고, 연대를 실천하고, 연대를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을 만났다. 한 해가 저무는 즈음에 <경남도민일보>는 우리에게 연대의 힘을 알려준 그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연대에 힘 얻는 이들

"개인이 아무리 발버둥치고 노력해도 발전이 없는데 주변에서 함께 참여하면 일이 진행되는 것을 느꼈어요. 정말 일사천리인 거예요. 처음에는 혼자 묵묵하게 힘이 닿는 데까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도와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연대는 엄청난 성취예요."

박모(62) 씨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화동에 사는 주민이다. 그는 동네 길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박 씨는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준다.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거나, 다친 고양이를 치료해 준다. 

경남도민일보 2023년 1월 4일 자 3면 보도.
경남도민일보 2023년 1월 4일 자 3면 보도.

박 씨는 <경남도민일보> 보도 이후 눈에 띄게 관심이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창원시청 축산과 직원과 신마산지구대 경찰관들이 도움을 많이 줬다"며 "고양이 사체가 여기저기서 발견됐었는데 한동안 학대범이 긴장했는지 얼씬도 안 했다"고 말했다. 

 

최한얼 경남FC 홍보마케팅팀 매니저는 경남FC통합축구단 운영에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있다. 경남FC통합축구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선수가 어우러져 축구 경기를 하는 팀이다. 최 매니저는 용품과 장비를 지원해 훈련을 돕고 있다. 

경남FC 통합축구단.  통합축구는 발달장애인(스페셜 선수)과 비장애인(파트너 선수)이 함께 뛰는 경기이다. /경남FC
경남FC 통합축구단.  통합축구는 발달장애인(스페셜 선수)과 비장애인(파트너 선수)이 함께 뛰는 경기이다. /경남FC

"상위 리그에 가서 3위까지 했어요. 1부 선수들과 왕중왕전에 나가기도 했고요. 지금은 동계라 추워져서 휴식기입니다. 더 많은 지원을 해주고 싶은데 항상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경남FC통합축구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 매니저는 내년에는 더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의지를 불태운다. 그는 "대회 이상의 활동을 해보려고 계획한다"며 "경남 지역의 색채가 묻어날 수 있도록 협업도 많이 하고 축구단 팬도 확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독수리식당 지킴이’ 김덕성(72) 씨. /최환석 기자
‘독수리식당 지킴이’ 김덕성(72) 씨. /최환석 기자

김덕성(72) 씨는 오늘도 들판으로 나간다. 그는 고성에서 독수리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독수리들이 겨울을 나기 수월하도록 먹이를 챙겨준다. 11월부터 3월까지는 성수기(?)다. 몽골에서 한국으로 날아든 독수리를 맞이해야 한다. 독수리에게 GPS를 부착하고 무사히 겨울을 나는지 지켜본다. 독수리와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을 실천하면서도 봉사자로 참여한 아이들에게 연대의 중요성을 가르쳐주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2023년 1월 25일 자 3면 보도.
경남도민일보 2023년 1월 25일 자 3면 보도.

김 씨는 연대가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그는 "독수리식당이 고성에만 있지 않다. 김해와 거제, 하동에도 있다"며 "한 곳에만 몰리면 독수리가 먹이를 골고루 먹지 못한다. 이런 네트워크가 확장되면 독수리들이 훨씬 안정적으로 월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대가 여전히 필요한 이들

해고 노동자 유종근 진주보건대 교수
해고 노동자 유종근 진주보건대 교수.

해고 노동자 유종근 진주보건대 교수는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 거리로 나가서 시위한다. 지난 7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결정을 받아냈다. 그러나 학교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싸움이 더 길어지게 됐다

경남도민일보 2023년 유종근 교수 관련 보도 묶음.
경남도민일보 2023년 유종근 교수 관련 보도 묶음.

2015년부터 이어온 싸움이 끝을 맺는가 싶더니 진주보건대가 항공서비스과를 폐과하면서 다시 해고됐다. 유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 결정문이 나온 날부터 30일 이내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진주보건대는 그보다 늦게 소송을 제기해서 문제가 된다"며 "결정을 먼저 이행하고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그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립학교가 비난받아 마땅하고 위법적으로 위법한 행동을 하고 있어요. 이 위법성을 다 같이 지적해 주면 좋겠어요. 사립학교라는 막강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조직과 혼자 싸우기에는 한계가 너무 많아요. 연대로 여론이 형성되면 사립학교도 부담을 느끼고 바른길로 가려고 하지 않을까요?"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도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을 만들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가해 기업은 제대로 된 금전적 배·보상을 하지 않고 사과도 없다. 지역에 사는 피해자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더 소외되고 있다. 그들을 위해 피해자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경남도민일보 2023년 10월 19일 자 보도. 
경남도민일보 2023년 10월 19일 자 보도. 

최 소장은 "전국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만 8000명이 했고, 수십만 명의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며 "지역사회 안에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사회적으로 알려서 환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연대가 필요해요. 지역에 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여러 제약 때문에 신고를 못 하고 있어요. 피해자 권리를 요구하는 활동을 지원하려면 지자체와 지역언론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최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전달되고 공유되는 장만 만들어주면 된다"며 "피해자들이 제대로 권리를 찾는 과정을 지켜봐 주고, 지지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거 불안을 겪는 경상남도외국인주민지원센터 '피난처의 집'도 연대를 기다린다. 정부가 이주 노동자 개방의 문턱을 낮추면서 내년이면 더 많은 수의 이주민이 한국을 찾게 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정부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악영향이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원래 있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활동이 없어지거나 위축되고 있어서다. 

경남도민일보 8월 4일 자 10면 보도.
경남도민일보 8월 4일 자 10면 보도.

이성문 경상남도외국인주민지원센터 상담팀장은 앞으로 이주 노동자가 더 많이 들어오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도 더 늘어날 것인데 인력이나 여건은 한정적이어서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다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