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가 폐암 일으킨다"...정부 12년 만에 공식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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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가 폐암 일으킨다"...정부 12년 만에 공식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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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가 폐암 일으킨다"...정부 12년 만에 공식 인정
한국일보 2023.9.5 
폐암 사망자 1명 피해 인정해 구제
'장기간 저농도 노출이 폐암 유발' 연구 이어져
피해 일괄 인정하는 '신속구제'는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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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역에서 열린 전국 동시다발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캠페인 및 기자회견 중 한 유가족이 계단에 놓인 피해자 영정과 신발 등 유품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와 폐암의 연관성을 인정하고 관련 피해자를 구제하기로 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지 12년 만이다.

환경부는 5일 제36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를 열어 폐암 피해구제 계획을 논의하고 폐암 사망자 1명에 대한 피해 인정을 의결했다.

폐암은 그동안 가습기살균제가 유발한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흡연·대기오염 등 여러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특이성 질환'이라 직접적인 연관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였다. 2021년에 환자 1명이 피해 인정을 받긴 했지만 20대라는 젊은 나이에 폐암이 발병했고 비흡연자라 가습기살균제 외에 발병 요인이 전혀 없는 이례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연관성이 입증되자 환경부도 입장을 바꿨다. 특히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고려대 안산병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가 국립환경과학원과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 PHMG에 의한 폐질환 변화 관찰 연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PHMG의 농도를 달리해 2주 간격으로 쥐 기도에 투여한 결과 40주 후에 노출 농도가 적은 경우라도 폐에 악성 종양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같은 연구진은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PHMG를 인간 폐 상피세포에 장기간, 저농도로 노출시킬 경우 정상적인 폐세포에서 폐암 관련 유전자의 유전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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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폐암,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 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3월부터 폐암 전문 조사·판정 소위원회를 신설해 폐암 피해자 판정 방법 및 피해 등급 부여 방안을 논의했다. 각 피해자에 대한 개별심사를 통해 '이견이 적은 피해자'를 우선 구제하되 추가 연구로 더 폭넓은 구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견이 적은 피해자는 연관성이 밝혀진 PHMG 제품을 사용했고 저연령·비흡연 등으로 다른 요인의 개입이 낮은 경우를 말한다.

결국 폐암 구제신청자는 206명이지만 이들이 모두 구제되려면 수년이 더 걸린다는 의미다. 이에 피해자들은 폐암을 신속심사 대상 질병으로 지정해 보다 빠른 피해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간질성폐질환·천식·폐렴 등 다른 인정질환처럼 일괄적으로 구제하라는 것이다. 폐암 피해자 모은주(43)씨는 "개별심사로 구제를 신청하려 해도 최소 2, 3년이 걸리는 데다 아픈 몸으로 직접 의료기록을 수집해 심사를 받으려니 엄두가 안 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환경부는 "환경적·유전적 요인에 따른 폐암 발생과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발생을 구분할 수 없어 개별심사를 통한 의학적 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피해자와 환경단체들은 이를 이중 잣대라고 지적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천식, 폐렴 등도 모두 비특이성 질환인데 정부는 유독 폐암에만 신속심사가 어렵다고 한다"며 "빠르게 기준을 마련하고 후두암 등 다른 암과의 연관성도 확인해 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위원회에서는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던 피해자 총 136명에 대한 구제급여 지급도 결정됐다. 또 피해 인정은 됐으나 등급이 결정되지 않은 피해자 357명의 피해 등급이 정해졌다. 이로써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는 총 5,176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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