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습기살균제 참사 벌써 12년... "여전히 폐암 인정은 감감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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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가습기살균제 참사 벌써 12년... "여전히 폐암 인정은 감감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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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벌써 12년... "여전히 폐암 인정은 감감 무소식"


한국일보 2023.8.30 
한국일보장수현 기자
 
 
입력
2023.08.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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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폐암 피해 200건 이상 추정
독성물질 폐암 유발 확인 연구 발표돼
"다음 달 구제위서 상관성 여부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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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폐암에 걸린 남편과 사별한 이명순(왼쪽)씨와 본인이 폐암에 걸린 조인재씨가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과 함께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폐암,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 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에는 피해를 일으킨 가습기살균제 제품들이 놓여 있다. 뉴스1


"가족력도 없고 담배도 안 피웠어요. 그런데 왜 저만 폐암에 걸렸을까요?"

폐암으로 폐절제 수술을 받은 조인재(58)씨가 29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울먹였다. 조씨는 2007년부터 3년간 직장에서 애경과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롯데의 가습기살균제를 썼다. 기관지 질환 하나 없던 그가 시도때도 없이 콧물을 흘리고 몸을 긁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건강검진에서 폐암을 발견한 직후 곧장 피해 인정을 신청했지만 거절됐다. "가습기살균제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사회적 참사'로 규정된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알려진 지 올해로 12년이 지났다. 2017년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아직도 폐암은 피해 질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2021년 폐암 사례 1건만 개별 피해 사례로 인정됐을 뿐이다. 시민단체들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암 사망자를 최소 200건 이상으로 추정한다. 2011년 8월 처음 피해가 알려진 이후 지금껏 7,854명이 피해 신고를 접수했고 이중 1,821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가습기살균제 쓰고 부인과 세자녀 모두 호흡기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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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명순씨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암이 재발해 숨진 배우자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기자회견에선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암 발병 의심 사례 12건이 소개됐다. 고(故) 김정희씨는 10년 넘게 가정에서 SK와 옥시의 가습기살균제를 쓰다 폐암에 걸려 2010년 47세로 숨졌다. 김씨의 배우자 김성열씨는 "세 자녀도 (가습기살균제) 사용을 멈춘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비염과 심한 피부질환, 호흡곤란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2005년 폐암 수술을 받은 뒤 6년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2016년 폐암이 재발해 숨진 고(故) 김유한씨의 배우자 이명순(74)씨는 "남편의 기관지확장증만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돼 91만4,000원 받은 게 전부"라며 "지금이라도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싶다"고 호소했다.

최근 가습기살균제의 독성물질(PHMG)이 인체에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건 희망적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과 고대 안산병원 등 연구진이 참여한 이 연구에 따르면 독성물질을 인간 폐 상피세포에 장기간·저농도로 노출시키자 폐세포 유전자에서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장기간·저농도 노출은 바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겪는 피해 형태다. 

앞서 서울대병원 연구진 등은 2021년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 독성물질의 폐암 발병 가능성을 확인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과학적 근거도 뒷받침된 만큼 폐암을 일반적인 가습기살균제 관련 질환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다음 달 5일 열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가습기살균제와 폐암의 상관성을 인정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폐암과의 관련성 연구가 부족해 상관관계를 논의하지 못했다"며 "앞선 연구들과 최근 완료된 내부 연구를 종합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폐암 피해를 구제할지 검토할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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