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철거, 오히려 노출 위험 키워”…경기지역 석면학교 ‘빨간불’
“석면 철거, 오히려 노출 위험 키워”…경기지역 석면학교 ‘빨간불’
경기신문 2023.1.25
“석면 철거, 오히려 노출 위험 키워”…경기지역 석면학교 ‘빨간불’
환경보건시민센터, 도내 안전 지침 위반한 학교들 사례 공개
두 개 음압기 한 바람구멍에 설치, 비닐 보양 없이 에어컨 제거
환경 단체 등 “석면 철거 중단, 무석면학교 정책 재검토해야”
도교육청 “재발 않도록 지원청과 철저한 관리·감독에 힘쓸 것”
석면 철거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학교들에서 안전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체계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내에 석면 철거 공사를 진행하는 학교 중 여러 곳에서 안전 지침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시 한 고등학교 경우 두 개의 음압기를 바람구멍 한 곳에 설치해 규정을 위반했다. 음압기는 석면 철거 시 석면 먼지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설치한 것으로 바람구멍이 각각 필요하다.
안성시의 한 고등학교는 교실 석면텍스에 설치됐던 에어컨을 비닐 보양 없이 제거했다. 석면텍스가 있는 곳에서는 이 같은 작업을 할 때 반드시 비닐 보양 후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이밖에도 석면 철거 시 사용해야 하는 3중필터가 아닌 2중필터 음압기를 사용한 것이 밝혀져 한동안 공사가 중지됐던 학교도 있었다.
석면 제거 작업 시 안전 지침을 지키지 않을 경우 교실과 복도 등 학교 곳곳에 석면가루가 남아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환경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은 석면 철거 감시체계가 유명무실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한 관계자는 “석면 위험을 없애려다 오히려 교실·지역사회의 석면 노출 위험을 키웠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철저한 감리와 감시 모니터링을 못 갖춘 학교는 석면 철거를 중단하고, 무석면학교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숙영 전국석면학부모네트워크 활동가는 “감시 모니터단이 있지만 석면 관련 전문가가 아니어서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며 “또한 학교에 석면 감리가 상주하고 있지만 학교 면적이 크기 때문에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감시 모니터단의 경우 모니터링 전 교육을 받고 있지만 보통 2시간이 전부이기 때문에 제대로된 감시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 활동가는 “석면은 미세먼지보다 더 작은 입자라서 철거 공사 시 안전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 아이들이 석면에 노출될 수가 있다”며 “청소도 하지만 그게 다 없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몇십 년의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증 등이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문제가 제기된 후 바로 여섯 개 전담팀을 꾸려 점검하는 등 즉시 시정·조치했다”며 “앞으로도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지원청과 함께 철저한 관리·감독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