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축구장 14배 거대 데이터센터…주민들 “전자파 걱정에 뜬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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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축구장 14배 거대 데이터센터…주민들 “전자파 걱정에 뜬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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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14배 거대 데이터센터…주민들 “전자파 걱정에 뜬눈
한겨레 2022.10.13 


지난달 24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죽전데이터센터 인근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죽전시민연대 제공
지난달 24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죽전데이터센터 인근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죽전시민연대 제공


지난달 22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이하 죽전데이터센터) 건립 현장 맞은편에 있는 성현마을광명샤인빌 아파트에는 ‘데이터센터 아웃’, ‘초고압선 결사반대’ 등의 펼침막이 집집마다 걸려 있었다. 이 아파트단지 입주자 대표 배성헌씨의 말이 빨라졌다.


“죽전디지털밸리라고 해서 벤처기업 육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축구장 14배 크기,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거예요. 주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올해 3월 공사가 시작되면서 데이터센터 신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 학교·아파트 밀집지역에 초고압선 매설 반발 


인근 주민들은 죽전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발하고 있다. 24시간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 노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연면적 9만9070㎡(지하 4층~지상 4층) 규모의 죽전데이터센터의 수전용량은 100㎿에 달한다. 1㎿는 100W짜리 전구 1만개를 동시에 켤 수 있는 전력량이다.


 데이터센터 건물 자체는 전자파 차단 설계를 적용하더라도, 154㎸ 초고압 송전선로가 아파트 밀집지역을 관통하게 되면 유해 전자파 노출이 불가피하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송전선로는 죽전변전소에서 죽전데이터센터까지 이어진 대지로 2.9㎞ 구간 지하 1.2m 깊이로 매설된다. 초고압선 지중화 구간에는 아파트 14개 단지와 초·중·고교 6곳, 33개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밀집해 있다. 


 

죽전변전소에서 죽전데이터센터를 잇는 154㎸ 초고압 송전선로가 대지로 2.9㎞ 구간에 매설될 예정이다. 죽전시민연대 제공
죽전변전소에서 죽전데이터센터를 잇는 154㎸ 초고압 송전선로가 대지로 2.9㎞ 구간에 매설될 예정이다. 죽전시민연대 제공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건립을 막기 위해 ‘죽전시민연대’란 조직도 꾸렸다. 죽전시민연대는 지난달 17일 평화시위에 이어 24일에는 죽전어린이공원에서 죽전변전소까지 왕복으로 오가며 거리시위도 벌였다. 주최 쪽은 거리행진에 주민 2천여명이 참여했다고 말한다. 


김용호 죽전시민연대 회장은 “죽전데이터센터 주변에는 이미 한화와 디비(DB)손해보험의 데이터센터도 들어선 상태”라며 “전자파뿐만 아니라 막대한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시설에서 나오는 환경오염물질도 주민 건강 위협 요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은 용인뿐만이 아니다. 에브리쇼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인 안양시 호계동 일대 주민들도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고, 카카오 데이터센터 신축이 추진되는 시흥시 배곧신도시에서도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 데이터센터가 뭐길래…건립 추진 우후죽순 


데이터센터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IT)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를 한곳에 모아 24시간 365일 운영하고 통합 관리하는 시설이다. 넷플릭스, 온라인 쇼핑몰, 배달 플랫폼, 동영상 실시간 재생 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통신 관련 기업에는 필수적인 시설이다. 특히 자율주행·인공지능·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을 접목한 정보통신 산업의 급성장으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3월 내놓은 ‘국내 데이터센터 개발 동향’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데이터센터는 전국에 160여곳으로 추정된다. 얼마 전까지는 정부나 통신사·금융사·대기업 등이 자사용으로 데이터센터를 세웠지만, 최근에는 죽전데이터센터처럼 임대나 투자 목적의 상업용 건립이 많은 편이다. 신한금융의 자체 조사 결과, 2024년까지 수도권에만 10곳 이상에서 임대나 투자 목적의 상업용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 중이다.



지역별 전력공급 여유 용량을 알려주는 한국전력의 ‘전력공급 여유지도’.
지역별 전력공급 여유 용량을 알려주는 한국전력의 ‘전력공급 여유지도’.


지난해 한국전력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25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을 목적으로 신청한 ‘전력사용 예정통지 물량’은 1만4600㎿에 이른다. 대부분 수도권으로, 그중에서도 서울과 인접한 경기지역에 집중돼 있다. 주요 고객인 정보통신 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관련 인력을 확보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전력의 ‘지역별 전력공급 여유지도’는 수도권에는 여유전력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세원 신한금융 연구위원은 “서울은 임대료 부담이 높고, 이미 전력 예비율이 포화 상태여서 변전소 여유전력을 확보하기 유리한 곳으로 데이터센터 건립 지역이 이동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간 17%씩 성장하는 데이터 기반 산업은 새로운 부동산 및 금융 투자처가 되고 있다”며 “동시에 입지조건 등 제도적인 부분 정비가 미흡해 지역사회 갈등 요인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한 위원은 덧붙였다.


실제 주민과 갈등을 피해 지방으로 이전한 사례도 있다. 네이버는 2017년 자사 두번째 데이터센터(대지면적 13만2230㎡)를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지으려다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했다. 네이버는 결국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 공모를 통해 세종시로 떠났다. 데이터센터 투자사들이 주민 반발이 덜하고, 신재생에너지 등을 공급받아 여유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강원이나 전남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다. 



■ 끊이지 않는 전자파 유해성 논란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에서 노출되는 전자파 위험이 낮다고 주장한다. 국내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은 833mG(밀리가우스)인데, 데이터센터 주변에서 측정한 전자파는 기준치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2018년 민간 미래전파공학연구소에 의뢰해 춘천 데이터센터 ‘각’ 주변 15곳을 측정한 결과, 평균 0.16mG로 나타났다. 일반 가정집 평균 전자파 측정치인 0.6mG보다 낮은 수준이다.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려는 기업들은 전자파 예측치를 미리 분석해 유해성 논란 차단에 나서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식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전자파 규정이 따로 없는 등 제도적 미비점도 한몫한다. 안재희 미래전파공학연구소 전파교육팀장은 “10여곳의 데이터센터 전자파 실측을 진행했는데, 모두 기준치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며 “데이터센터에 대한 이해나 홍보를 강화해서 전자파의 유해성이 없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환경단체는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죽전시민연대의 의뢰로 지난 8월 죽전데이터센터 주변 대지로 도로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평균 7.18mG를 기록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죽전지구 개발 당시 매설된 특고압선의 영향으로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자파 발암물질 지정 배경연구 노출기준 4mG를 훨씬 초과한다”며 “154㎸ 초고압선을 지하 50m 아래에 묻지 않는 한 전자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죽전데이터센터 인근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죽전시민연대 제공
지난달 24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죽전데이터센터 인근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죽전시민연대 제공



■ 전자파 갈등 빈번한데 더딘 제도화 


한국전기설비규정을 보면, 지중 송전선로는 도로 1m 이상, 인도 60㎝ 이상 지하에 매설해야 한다. 전자파 영향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정한 탓에 지중 송전선로 매설사업 역시 매번 갈등을 일으킨다. 


실제 2019년 인천 부평구 삼산동에선 한전이 154㎸ 초고압선이 묻힌 공동구에 추가로 345㎸급의 송전선로를 설치하려다가,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과 2년여간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주민과 한전, 지자체 협의를 통해 주민 거주지를 통과하지 않도록 별도 지하 30m 이하 전력구 개설, 전자파 저감시설 설치 등에 합의하면서 이 갈등은 가까스로 일단락됐다.


건축법 규정도 모호하다. 애초 데이터센터를 교육연구시설·업무시설·방송통신시설 등으로 임의로 적용하다가 2019년부터 방송통신시설에 속하는 건축물 용도로 분류했다. 이탄희 의원(용인시정)은 현재 데이터센터나 지중 송전선로와 관련한 제도가 미흡한 점을 고려해 우선 학교 경계 등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0m 범위 안에 전자파 노출시설을 설치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공사 중단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올해 4월 초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죽전데이터센터 초고압선 매설 공사는 9월부터 중단된 상태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죽전데이터센터와 관련한 행정감사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시는 지식산업센터 용도에서 데이터센터로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는 과정, 도로점용허가 과정에서 의견 수렴 내용 등 인허가 전반에 걸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 중이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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