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환경영향평가 할지 말지 사전심사?…‘설익은’ 규제완화 대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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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환경영향평가 할지 말지 사전심사?…‘설익은’ 규제완화 대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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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 할지 말지 사전심사?…‘설익은’ 규제완화 대책 논란
한겨레 2022.8.26
환경부, ‘스크리닝 제도’ 등 환경규제 혁신안 발표
구체적 방안 없이 환경평가 개선안 내놓아
“무력화 위험 큰 제도를 서둘러 발표” 비판 나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5일 세종청사에서 환경규제 혁신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5일 세종청사에서 환경규제 혁신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정부가 환경영향평가를 하기 전에 실시 여부를 검토해 결정하는 ‘스크리닝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를 무력화할 위험성이 큰 제도를 설익은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25일 대구 성서산업단지에서 열린 제1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환경규제 혁신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사업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기계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하고 있다. 


조사 항목과 범위가 매우 광범위해져 평가가 부실화, 형식화됐다”며 스크리닝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스크리닝 제도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토하여 환경영향평가 실시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로, 이 제도가 시행되면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는 지자체와 사업자 등의 여론을 수렴하여 내년 말까지 전체 뼈대를 담은 법률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환경단체는 환경영향평가의 신뢰성을 높이는 게 우선인데, 환경영향평가 자체를 규제로 인식해 설익은 대책을 내놓았다며 비판했다.연구 중심의 환경단체 생태지평의 강은주 연구기획실장은 “4대강 사업 등 정치적인 이유로 환경영향평가가 무력화된 숱한 사례가 있었다”며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방안을 갑자기 꺼내 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신뢰성도가 낮은 상황에서, 환경영향평가 시행 여부를 사전에 결정하는 ‘스크리닝 제도’는 갈등만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2017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주민들이 사드 기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신뢰성도가 낮은 상황에서, 환경영향평가 시행 여부를 사전에 결정하는 ‘스크리닝 제도’는 갈등만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2017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주민들이 사드 기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환경법학회에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용역을 주었고 최근 착수보고회를 마친 상황이다. 하지만 스크리닝 제도의 경

우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사업이 스크리닝 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면제받으면, 그 뒤에서는 사업의 환경 훼손을 막을 아무런 수단도 갖지 못하게 된다. 또한, 환경부 등 협의기관의 결정을 두고 소송전이 벌어지고 부실한 조사로 조사기관이 고발되는 사례가 많은 상황에서, 이 제도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전문위원은 “현재 주민이 정보공개를 통해 자신이 사는 지역의 개발 현안을 유일하게 알 수 있는 통로가 환경영향평가 제도”라며 “사전에 환경영향평가를 배제해버리면, 시민들이 모른 채 개발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에서는 스크리닝 제도를 운용하거나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의 경우 스크리닝 대상인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나눠 운영하고 있고, 미국은 스크리닝 과정을 통해 심각한 환경영향이 없으면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평가를 진행한다. 


강은주 실장은 “누가 예비검토를 하고 어떻게 운영하는지 등이 스크리닝 제도의 성격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스크리닝 제도는 2010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현 한국환경연구원)이 제도 도입 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낸 뒤, 10년 넘게 논의가 진척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 3월 환경연구원은 ‘환경영향평가 내실화·효율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계획’에 한해 스크리닝 제도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혁신 방안에서는 스크리닝 제도의 단계적·전면적 도입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환경연구원 제안 내용과는 파급 효과가 다르다. 


오흔진 환경부 국토환경정책과장은 “비슷한 취지의 제도들이 현행 틀에서도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스크리닝 제도를 묶어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하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이밖에 환경부는 화학물질을 유∙위해성에 따라 분류해 규제를 차등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저농도 납 같은 저위험 물질이 고농도 황산 같은 고위험 물질과 똑같은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며 “화학물질의 유∙위해성에 따라 취급시설 기준, 영업허가 등의 규제를 달리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열분해유를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제조에 활용하도록 하고, 전기차 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도록 하겠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물질에 대해 독성자료 제출을 면제해 참사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어설픈 환경규제 완화는 국민 건강을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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