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논란 번지던 중] 옥시 영국본사 주식 수천억원 사들인 국민연금공단
[가습기살균제 참사 논란 번지던 중] 옥시 영국본사 주식 수천억원 사들인 국민연금공단
2016~2020년 2천100억원어치 추가 매입 … “국민 돈으로 살인기업에 투자해”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유발한 기업 중 한 곳인 옥시의 영국 본사 주식을 수천억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참사가 공론화한 이후에도 투자금액을 늘려와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4일 성명을 내고 “우리 가족을 죽인 살인기업에 우리 돈을 투자한 국민연금공단의 사회적 무책임 행태를 통탄한다”고 비판했다.
센터에 따르면 공단은 2020년 말 기준으로 옥시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의 주식 3천656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2016년에는 1천500억원가량이었는데 4년 사이 2천1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공단이 투자금액을 대폭 늘린 시기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크게 논란이 되던 시기와 겹친다. 1995년 첫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2011년 원인 미상의 폐 질환 증상을 보인 임산부 환자들이 대거 발생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했다. 곧 가습기살균제가 폐 섬유화를 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가습기살균제 전담수사팀이 검찰 내 구성된 이래 국회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개최됐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제정됐다.
센터 관계자는 “2016년에도 옥시에 투자한 점이 확인돼 비판받자 당시 공단은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 있을 때 공단은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번지르르한 말을 하면서 실제로는 살인기업에 돈을 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이 낸 국민연금 중 일부가 옥시로 흘러 들어갔다고도 비판했다.
센터와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 옥시사장의 소환수사를 촉구하고,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참사 피해자 중 가짜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현 옥시 홍보이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다. 9일에는 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를 항의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