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1774번째 죽음, 배구선수 안은주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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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0 16:10
1774번째 죽음, 배구선수 안은주 [뉴스큐레이터]
한겨레 21, 2022.5.10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12년간 투병생활을 해온 배구선수 안은주씨가 끝내 숨을 거뒀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운데 1774번째 죽음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22년 5월3일 안씨가 5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폐가 굳어,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 폐 이식 수술을 받은 뒤였다. 세상을 떠나기 전 그는 목을 절개해 산소발생기를 착용했고 하반신 마비와 욕창, 시력·청력 저하에도 시달렸다.
안씨가 쓰러진 때는 배구선수에서 은퇴한 뒤 경남 밀양의 한 초등학교와 실업팀에서 코치·심판으로 일하던 2011년이었다. 건강했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에선 ‘원인미상 폐질환’ 진단을 받았다. 그는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사용하고 있었다.
같은 해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도 원인미상의 폐질환으로 산모 4명이 숨졌다. 정부는 4개월간 역학조사 끝에 산모들의 폐 손상 원인으로 가습기살균제를 지목했다. 제품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폐질환의 인과관계가 확인됐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수면 위로 드러난 지 11년이 지났지만 안씨는 옥시 쪽에서 어떤 배·보상도 받지 못했다. 2022년 3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가 피해자 7천여 명에게 9개 기업이 최대 9240억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내놨지만, 이 역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옥시와 애경은 다른 기업들에 견줘 피해보상금 분담 비율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조정안에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