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습기살균제 참사 10주기… 아직도 재판은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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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가습기살균제 참사 10주기… 아직도 재판은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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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10주기… 아직도 재판은 '진행중' [뉴스+]

세계일보 2021.8.29 

경보건시민센터, 10대 사건으로 정리

최예용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020년11월18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최초 가습기살균제 개발경위 및 제품공급 과정 조사결과 발표를 갖고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1994년 처음 출시돼 2011년 정부 역학조사 이후 사용이 중지되기까지 18년 동안 팔린 가습기살균제는 95만여명(사망자 2만여명)에게 건강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 100만명에 가까운 국민에게 피해를 초래해 단군 이래 최악의 환경 참사로 불리지만 이 사건은 참사가 진행된 기간이 길었던 탓에 정리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9일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10대 사건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센터 측은 “2021년 8월31일로 참사가 알려진 지 10년이 됐다”면서 “복잡한 사건의 흐름과 내용을 10가지로 압축해 사건을 설명함으로써 참사를 재조명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①1994년 SK(유공)가 연 판도라 상자

 

1994년 하반기, 전 세계 최초로 가습기살균제가 우리나라에 출시됐다. SK케미칼이 원료를 만들고 SK이노베이션이 직접 제작한 ‘가습기메이트’와 ‘엔크린’이라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판매를 시작하면서 제품안전을 확인하지 않았고, 1991년 미국 환경청이 가습기 물통에 어떠한 화학물질도 사용해선 안 된다고 발표한 가이드라인도 제품 개발과정에 반영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의 제품이 출시된 이후 1995년 옥시 가습기당번, 1997년 LG119 가습기살균제거, 2002년 애경 가습기메이트, 2003년 롯데마트 PB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2006년 이마트 PB 이플러스, 2007년 GS PB 함박웃음 가습기살균제 등 47개 이상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가습기메이트를 본뜬 제품들이었다.

2020년7월27일 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 정밀추산 연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조위 대회의실에 주요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전시돼 있다. 뉴시스 

②2001년 영국 다국적기업 레킷벤키저의 이중기준

 

2001년 동양화학의 생활용품사업부인 옥시가 영국의 다국적기업 레킷벤키저(RB)에 넘어갔다. 옥시 RB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6년간 BKC 살균성분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74만9000개를 판매했고, 2001년부터 2011년까지는 PHMG로 성분을 바꾼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415만개 판매했다.

 

피해 구제인정자 중 86%가 옥시제품 피해자일 정도로 옥시 RB는 최대 가해기업이다. 호주에 있는 RB 본사 연구소는 제품 특성상 소비자가 호흡기로 제품을 흡입함에도 호흡독성테스트를 하지 않고, 안전하다는 확인서를 발급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옥시 RB의 제품이 가장 많이 팔렸고 피해자 역시 가장 많이 나왔는데, 당시 CEO인 거라브 제인은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인터폴 적색수배상태다. 영국에 본사를 둔 RB는 최고수준의 제품 안전기준을 준수한다고 밝혔지만 한국엔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③2011년 수면 위로 드러난 참사

 

2011년 8월31일 정부 역학조사 결과 발표로 참사가 세상에 알려졌고, 그해 11월11일 흡입독성실험결과가 발표되면서 6개 제품에 대해 강제회수명령을, 나머지 제품에는 사용중단이 권고됐다. 정부는 최초 참사를 세상에 알린 8월 발표 때 제품 이름과 제조사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이 제품 사용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사용한 사례가 많았다고 센터 측은 전했다. 정부의 두 차례 발표 때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④2014년 첫 피해 인정

 

2014년 3월 11일 질병관리본부의 1차 피해 판정 결과가 나왔다. 다만, 정부는 폐 손상을 근거로 4단계 판정방식을 적용해 피해를 신고한 361명 중 1단계 ‘거의확실’ 127명, 2단계 ‘가능성높음’ 41명 만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센터는 “당시 기업들이 피해자에 대해 배·보상을 바로 하지 않았다”면서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단순히 제품하자의 문제라며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런던서 항의 시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인 김덕종(왼쪽에서 네번째)씨와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세번째)소장 등이 2016년5월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시내에서 열린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연례주주총회장 앞에서 옥시 본사 최고경영자(CEO)의 직접 사과와 본사 및 한국지사 이사진 해임, 완전하고 충분한 보상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⑤2016년 드러난 청부 과학과 터져나온 옥시 불매운동

 

2016년 조모 서울대 교수와 유모 호서대 교수가 기업에 매수돼 제품위해조사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2016년 3월경 시민사회단체와 피해자들은 제조판매 기업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하고 옥시 불매운동을 벌였다. 2016년 4월 시민사회에서 옥시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대법원은 조모 교수 사건에서 횡령 부분은 유죄로 판단했지만 연구 조작 부분은 무죄로 판결했다. 옥시 RB로부터 부정청탁을 받아 가습기살균제 실험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호서대 교수는 징역 1년4월이 확정됐다.

 

⑥2016년 국회의 국정조사와 청문회

 

2016년 7월6일 국회 본회의는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계획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후 국회에선 세 차례 청문회가 열렸으나, 옥시의 핵심 전직 외국인 임원의 불참 등으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2016년8월29일 아타 샤프달 옥시 대표(앞줄 오른쪽 두번째) 및 증인들이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⑦2016·2019년 검찰의 가해기업 늑장수사

 

2016년 1월 26일 서울중앙지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수사팀이 확대돼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2019년 1월에는 SK케미칼, 애경, 이마트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2차 수사를 진행했다. 1차 수사는 PHMG 살균성분제품(옥시, 롯데, 홈플러스 등)이 대상이었고, 2차 수사는 CMIT/MIT 살균성분제품(SK, 애경 등)이 대상이었다. 센터는 “2012년 8월31일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가해 기업들을 고발했는데, 3년5개월이 지난 후에야 검찰에 수사팀이 제대로 꾸려졌다”면서 “검찰은 정부 관계자들에 대해 수사했지만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2017년6월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모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⑧2017년 문재인 대통령 사과

 

2017년 8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 14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공식 사과하고 문제해결을 약속했다. 센터는 하지만 “사과 이후 집권 4년이 지나는 2021년 8월 현재까지 국무회의 등 공개자리에서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언급하거나 피해대책과 정부책임 등 진상규명에 대해 언급했다는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 정부 책임문제에 대해 뒷짐을 졌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8월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면담에서 1차 피해자인 백현정 전국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 연합회 공동대표를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⑨2020년 전체 제품노출자 890만명·건강피해자 95만명·사망자 2만명

 

2020년 7월 27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전국 5000가구 1만5000명의 가구원을 대상으로 계통추출 대면조사를 벌여 전국 규모의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를 627만명으로 추산했다. 이후 조사를 보완한 학술논문에서는 제품사용자 894만명, 건강피해자 95만명, 사망자는 2만366명(최대 2만1천931명)으로 추산됐다. 2021년 8월20일까지 피해 신고자는 7535명으로 전체 건강피해 추산규모 95만명의 0.8%에 불과하다. 센터는 “지난 10년 간 정부는 일관되게 피해자를 찾으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왼쪽)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2021년1월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업무상과실치사 등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뉴스1 

⑩2021년 SK, 애경, 이마트 등 1심 무죄판결

 

2021년 1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애경산업 등 관계자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해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6.8%가 이 판단을 ‘불공정한 판결’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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