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이날’] 4월 26일 지하철 석면오염 왜 방치하나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홈 > 정보마당 >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오래 전 ‘이날’] 4월 26일 지하철 석면오염 왜 방치하나

관리자 0 3359
경향신문 2021년4월26일자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2001년 4월 26일 <사설> 지하철 석면오염 왜 방치하나

20년 전인 2001년 4월 26일 경향신문에는 ‘지하철 석면오염 왜 방치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습니다. 당시 사설의 일부를 아래에 옮겨보겠습니다.

인천 송도 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확인된 석면이 포함된 조경석.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인천 송도 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확인된 석면이 포함된 조경석.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하루에 6백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역 구내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암을 유발하는 석면먼지가 다량 검출됐다는 환경운동연합 등의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서울 시청역 내의 경우 측정장소 11곳 중 4곳에서 미국 환경기준치보다 높은 석면이 검출되고 지하 1층 환기실에서는 미국 실내환경기준치보다 무려 2.6배나 초과됐다는 것이다. 지하철 공사현장 노동자들은 석면작업을 하면서도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은커녕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음에도 아무런 규제가 없어 국민보건에 무신경한 당국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석면은 일단 몸속에 들어가면 녹거나 배출되지 않고 오랫동안 머물며 인체를 손상시켜 암을 일으키는 무서운 물질이다.

(중략)

석면은 비단 지하철역뿐 아니라 아파트 재건축으로 수백t이 쏟아져나올 참인 데도 이에 대한 규제가 허술해 피해가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석면의 제조와 사용을 규제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지만 유해기준이나 감시기능은 선진국에 훨씬 뒤져 있다. 작업장 기준치를 봐도 미국의 경우 1cc당 0.1개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20배가 넘고 지하철역 등 지하내의 실내환경기준 권고치에서 석면은 제외됐으니 참으로 한심스러운 실정이다. 더구나 지하철 냉방공사 중 석면농도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환경운동연합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지하철에 석면이 없다”고 되뇌어온 당국의 후안무치는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뒤늦었지만 이제라도 당국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공사구역을 포함해 석면 오염에 대한 전면조사에 나서야 한다.

(하략)

2001년 9월 6일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지하철 이용 시민의 건강을 위해 석면 사용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1년 9월 6일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지하철 이용 시민의 건강을 위해 석면 사용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사설 외에도 당일 경향신문 사회면에는 ‘지하철역 석면농도 기준초과 주장 외면, 서울시 2년간 측정 한 번 안 해’라는 제목의 기사도 실렸습니다. 해당 기사의 내용도 일부 옮겨보겠습니다.
 

서울 지하철 역사 내의 석면농도가 기준치보다 훨씬 높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지하철공사가 최근 2년여 동안 석면 농도측정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철공사는 25일 역사내 석면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서울환경운동연합 주장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현재까지 보고된 석면 농도는 ㎤당 0.0027∼0.0039개로 미국 환경청(EPA) 기준치인 0.01개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하철공사 환경팀 관계자는 “공사 중인 역사를 대상으로 한 석면 농도에 대해선 지금까지 측정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략)

[오래 전 ‘이날’] 4월 26일 지하철 석면오염 왜 방치하나

그렇다면 20년이 지난 현재 국내의 석면 관리 실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환경당국과 지자체가 검사 횟수를 늘리고, 관련 사업장의 측정 결과를 공개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하철이나 학교, 노후 시설 등에서 석면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해 7월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하철 2호선 시청역 지하 3층 승강장 을지로 방향 10-3번 위치 중앙기둥 위에서 채취한 고형 시료에서 트레모라이트 석면(tremolite) 5%가 검출됐다며 시민 안전 확보를 위해 공사 중단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트레모라이트 석면은 6종의 석면 가운데 하나로 잘 부서지며 공기 중으로 잘 날리기 쉬운 특징 때문에 석면으로 인한 질환을 유발할 위험성이 큰 물질입니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기도 합니다.

지난 14일에는 인천 송도 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조경석의 시료에서도 트레모라이트 석면이 검출됐습니다. 이에 인천시와 연수구가 다음날인 15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석면조경석 확인조사를 의뢰했고, 한국환경공단 석면조사팀이 이 아파트의 조경석에서 11개의 시료를 채취, 분석한 결과 10개에서 트레모라이트 석면이 검출됐습니다. 이 아파트 측은 입주민들의 요구로 조경석에 비닐을 씌워 석면 비산을 막기위한 임시조치를 실시했습니다. 그야말로 생활 주변 곳곳에 석면으로 인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정부와 지자체 등에 이 아파트의 조경석 전량과 주변 토양을 회수, 폐기하고, 지역 주민에 대한 건강모니터링과 폐암 발병 저감대책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송도 국제도시 전역에 대한 석면조경석과 석면조경석의 불법적 유통경로를 조사할 것도 촉구했습니다. 환경 당국과 지자체 등은 전국에 걸쳐 불법적으로 유통되었을 석면조경석 문제를 조사해 관계자를 처벌하고, 국민들의 석면 노출을 막아야할 것입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0 Comments
시민환경보건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