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생활화학제품 방치'에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방해?'...환경부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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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생활화학제품 방치'에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방해?'...환경부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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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생활화학제품 방치'에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방해?'...환경부는 왜

경향신문 2021년 4월 23일자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등 불법 생활화학제품들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음에도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책임이 있는 환경부가 진상규명을 사실상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는 23일 “국내 포털사이트와 온라인쇼핑 사이트를 통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생활화학제품들을 소비자들이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음에도 환경부의 대대적 실태조사에서조차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강화된 화학안전 관련법제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으며, 환경부는 실태 파악조차 못한 채 손을 놓고 있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22일 서울 중구 사참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가습기살균제 6종이 지난 2월까지 시중에 유통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22일 서울 중구 사참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가습기살균제 6종이 지난 2월까지 시중에 유통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22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액체용 가습기살균제 3종과 고체형 가습기살균제 2종, 가습기용 아로마 방향제 1종 등 6종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지난 2월 초까지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 6종의 제품은 ‘가습기 살균타임’과 ‘가습기에 좋다 제균제’ ‘디펜드 워터’ ‘쾌적공간 가습기 깨끗’ ‘요오드로 깔끔히’ ‘라구쥬란스 가습기 아로마제균 플러스’로 모두 일본 제품이다. 사참위는 온라인쇼핑 사이트를 통해 불법 유통되어 온 6개 제품들을 직접 구입해 공개했다. 

이 제품들이 판매된 2020년 4월~2021년 2월은 환경부의 생활화학제품 안전실태 조사 기간(2020년 7~11월)과 겹치는 시기다. 환경부는 당시 “유해물질 함유기준을 초과했거나 안전기준 확인·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중에 유통된 22개 품목, 148개 생활화학제품에 대해 제조 · 수입금지 명령 등을 조치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상은 불법 가습기살균제들이 유통되는 것을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의 안전성조차 확인되지 않은 제품들이 버젓이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환경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가습기살균제는 2019년 2월 제정된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학제품안전법)에 따라 안전 확인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수입하기 위해서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안전성, 독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한 뒤 승인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참위 조사 결과 화학제품안전법 제정 이후 국립환경과학원에 승인을 요청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참위는 “사참위가 온라인을 통해 구입한 6종의 제품들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채 불법으로 판매된 것”이라고 밝혔다. 

가습기넷은 “한정애 환경부장관은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환경부가 실태를 파악할 역량은 물론이고 의지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면, 제2의 참사를 막을 시스템의 기초부터 무너져 있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가습기넷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인 규명과 피해 구제, 재발 방지 등 문제 해결의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사참위의 조사를 방해하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했다. 가습기넷은 “최근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사참위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원인 규명 업무를 종료시킨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개정을 이유로 ‘사참위가 가습기살균제사건 피해자 구제 및 제도 개선과 관련한 조사 업무까지도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사참위의 기본적 자료 제출 요구조차 거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이어 “환경부는 사참위의 고유 권한인 조사방식과 그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와 관련된 ‘고발 및 수사요청, 과태료 부과, 감사원 감사요구 권한조차 없애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며 “사참위의 조사대상이기도 한 환경부가 보이는 모습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방해하며 피해자들에 국가폭력까지 일삼던 박근혜 정부 부처들이 스쳐간다”고 지적했다. 

가습기넷은 또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원죄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1996년 SK케미칼의 전신인 당시 유공이 개발해 ‘양탄자 살균용’으로 유해성 심사를 신청한 PHMG를 유해물질이 아니라고 관보에 고시한 정부 부처가 바로 환경부라는 것이다. 가습기넷은 “옥시 등 기업들이 PHMG를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쓰면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참사의 문이 열렸다”며 “환경부는 독립성이 보장된 사참위 흔들기를 즉각 중단하고, 환경부는 사참위가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말 국회가 사회적참사특별법을 개정할 때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다 해결됐다, 더 이상 연장될 필요도 추가적인 조사기능도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이를 수용하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 기능을 삭제해버렸다는 것이다. 참사에 책임이 있는 조사 대상인 환경부가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는 비상식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2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 대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한 직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가 재판 결과에 대해 발언하던 중 울고 있다. 강윤중 기자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2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 대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한 직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가 재판 결과에 대해 발언하던 중 울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러한 환경부와 국회의 행태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다수 국민들은 환경부와 국회가 잘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해 12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7%는 환경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73.5%가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을 포함해 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64.1%는 환경부의 주장과 달리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고 답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그러나 환경부는 개정된 사회적참사특별법에 남아있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피해지원과 안전사회 업무마저도 사참위가 수행하지 못하게하는 공문을 만들어 이를 수용하라고 특조위를 윽박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참위가 지난 1일 발표한 입장문에는 환경부가 ‘가습 기살균제 사건 관련 안전대책 마련 및 피해자 지원에 대한 고발 및 수사요청, 과태료부과, 감사원 감사요구, 청문회 개최 권한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을 특조위에 보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대해 사참위는 “고발 및 수사요청, 감사요구’ 등은 조사 활동이 아닌 결과의 처리방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 개정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며 “범죄나 비리 혐의인지 시 고발 또는 감사요구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의무인 점을 감안할 때, 환경부는‘불법이나 비리를 보더라도 조용히 있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사참위는 또 “사참위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 구제 및 제도 개선을 위한 조사권한을 인정하지 않음과 동시에, 후속조치인 고발 및 수사요청, 감사요구, 청문회 개최 등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법이 부여한 위원회의 독립성을 무시하고 활동자체를 무력화하는 일”이라며 환경부를 비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환경부의 억지 주장에 대해 국무총리실과 청와대 등도 공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사참위의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은 박근혜 정부가 해수부를 통해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시킨 상황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 “사참위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환경부 등 정부 부처의 책임을 묻는 조사를 진행하자 정부 관료들이 이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정부에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신고한 이는 모두 7419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165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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