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10] 해상풍력발전과 통일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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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10] 해상풍력발전과 통일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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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지면 제약관계로 못실은 4매정도의 원고가 추가된 원래의 원고입니다. 

  

[시사진단 10] 해상풍력발전과 통일 한반도(최예용, 프란치스코, 환경보건학자)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2월24일자 


35년 가량 환경운동을 해오다보니 수 십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환경문제와 관련한 국내외의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서구에서는 진작에 일어났던 관심과 운동주제들이 국내에서 오랫동안 둔감하다가 서서히 관심을 받게 되는 경우 들이다

 

가령고래보호운동의 경우 북미와 유럽에서 1970년대부터20여년간 매우 강렬하게 일어나 서구 환경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주제가 되었었다한국에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가 1990년대 후반 환경운동연합이 그린피스와 공동으로 부산포항 등지의 고래고기 시장조사를 하게 된 계기로 처음 고래보호라는 주제가 떠올랐다. 2005년 울산에서 열린 세계포경위원회 국제회의를 계기로그리고2013년 제돌이라는 수족관 돌고래의 해상방류를 계기로 고래보호 이슈가 크게 주목을 받았다

 

공장폐수하수슬러지음식물쓰레기분뇨와 같은 육상폐기물의 해양투기문제도 그렇다국제적으로 해상투기를 금지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고 1972년에 런던협약이 유엔차원에서 만들어졌다우리나라는 1993년에 런던협약에 가입했지만 오래동안 예외조항을 이용해 동해 두곳 서해 한곳에 연간 수백만톤의 액상폐기물을 바다에 버려세계에서 가장 해양투기를 많이 하는 나라’,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여기는 한국이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10년간 매달린 끝에2014년부터 해양투기가 중단되었다해양투기를 막기위해 폐기물 운반 선박이 정박하는 전국 각 항구의 선창을 찾아다니며 시위하고자전거로 전국을 돌며 해양투기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펼친 시간들이 이제 필자에게 추억이 되었다

 

모피반대운동은1980 ~1990년대 유럽의 운동가들이 모피 패션쇼장에서 모피농장의 핏물을 모델들에게 뿌리며 살육 동물가죽으로 패션쇼가 왠말이냐는 강력한 반대 이미지를 만들었다한국에서는 1997년 IMF 직전까지 모피 옷을 선전하는 전면광고가 매일 주요 일간신문의 지면 3~4개를 차지할 정도로 모피 소비가 한창이었다해양투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당시 한국의 모피 소비량이 세계 최고였다. ‘우리가 미친 소비를 하다가 IMF를 맞은 것이라는 자조적인 소리도 그때 나왔다환경운동연합이 제기한 모피반대운동은 큰 주목을 받았고 지금은 아무리 추워도 모피를 입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없게 되었다필자의 경우 당시 결혼식 준비를 하다가 하객들이 모피 옷을 많이 입고 오는 것을 보고 청첩장에 모피 옷을 입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었다

 

석면추방운동은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유럽의 경우 1990년대에 석면사용을 금지했고 오랜 잠복기때문에 석면피해자들의 목소리만 남아 있지만한국의 경우 2009년에야 석면을 금지해 아직도 학교와 병원일반 주택등에 석면이 많이 남아 있다때문에 잔존해있는 석면건축물을 제거하는 운동이 한창이다또 퇴출된 석면공장들이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로 이동해서 석면피해를 계속 발생시키는 문제에 대해 한국의 석면추방운동이 추적 조사하고 그들 나라 시민사회와 연대해 아시아차원의 석면추방과 피해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단순하게 서구의 환경운동을 따라 가는게 아니라 유럽에서 쫓겨온 석면공장들의 책임을 추궁해 서구 환경운동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유럽을 출장 다니면서 부러웠던 점은 여기저기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의 커다란 바람개비를 보는 것이었다네델란드의 바닷가 마을에서 본 수 많은 풍력발전기들이 필자에겐 진정한 선진국의 상징처럼 여겨졌다특히 2001년 영국의 뉴캐슬 항구를 찾아가 본 바다 위에 처음 세워진 거대한 해상풍력 발전기는 엄청난 감동이었다얼마나 큰지 그 인근으로 지나가던 대형요트가 점점 작아서 작은 성냥갑처럼 보일 정도였다. ‘유럽 북해 연안에서 부는 바람을 모두 에너지로 바꾸면 유럽사회 전체가 사용하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신문기사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참사 현장을 방문한 바 있는 필자에게 해상풍력발전이 원자력과 화력의 대안이다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지난 10여년 사이에 한국 곳곳에서도 풍력발전단지를 볼 수 있게 되었다인구밀도가 높은 관계로 산악지역과 해안가에서는 풍력발전기가 미관을 해치고 소음을 일으키는 환경문제로 인식되는 경향도 생겨났다다시 시간이 흘러서 작년와 올해에는 우리나라에도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곳곳에서 추진되고 이미 가동되기 시작했다바다 깊이가 낮은 서해 바다에서는 바다 바닥에 뿌리를 박은 고정식 풍력발전 시설을바다가 깊은 동해에서는 석유시추선처럼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식 풍력발전 시설이 세워지고 있다서해는 전남 부안 앞바다가 동해는 울산 앞바다에 해상풍력발전 단지다부안 앞바다는 더 이상 갯벌을 파괴하지 않아야 하는 교훈을 주는 새만금 간척현장이어서 뜻 깊고울산 앞바다는 과거 대규모 해양투기 현장이서서 더욱 뜻 깊다

 

여기에 전남 해남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과 같은 크고 작은 햇빛발전소들도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주요 동력이다그린뉴딜의 이름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한반도의 해상풍력발전과 햇빛발전 정책이 잘 추진되길 바란다과거 해양투기와 갯벌파괴의 잘못을 딛고나아가 DMZ 양쪽의 동해와 서해 바다에도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설치되어 남북한 모두에 더 이상 위험천만한 원자력과 기후위기를 불러오는 화력발전 없이 바다에서 부는 바람에너지와 태양에너지 만으로 필요한 전기를 사용하는 친환경 통일한반도로 나아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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