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영국으로 떠나는 이유
허핑턴포스트코리아 | 작성자 곽상아 게시됨: 2015년 05월 14일 16시 35분 KST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오는 18일 영국으로 떠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약 80%가 사용한
'옥시싹싹'(옥시 레킷벤키저)의 본사에 직접 항의하기 위해서다.
본사는 생활용품전문 다국적기업인 레킷벤키저(Reckitt Benckiser)다.
그런데, 굳이 왜 거기까지 가느냐고?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피해자 지원 활동을 꾸준히 해온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임흥규 팀장을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여론: 무관심
"정부가 사람들의 잇따른 사망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한 지 벌써 4년이 됐지요.
그런데 다들 별로 관심이 없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정부가 '의료비 지원'을 발표한 게 큰 것 같아요.
피해자들에 대해 보상도 했고, 이 사안이 마무리됐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의료비 지원은 피해 신고된 530명 가운데 1,2단계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만,
그리고 간병비 같은 건 제외하고 오직 영수증으로 청구할 수 있는 치료비에 대해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과'가 없었습니다.
독성물질을 제조·판매한 기업, 이를 규제하지 못한 정부 둘 다요."
* 피해현황
전체 피해 신고자 530명 가운데 142명 사망(2015년 5월 기준)
* 2011년 정부가 수거 명령을 내린 6종의 제품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한빛화학) △세퓨 가습기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용마산업사)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용마산업사)
△아토오가닉 가습기살균제(에스겔화장품) △가습기클린업(글로엔엠)
정부: 무책임
"기본적으로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 별로 관심도 없고,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2011년에 정부에 피해대책을 문의한 적이 있어요.
그 당시 보건복지부의 답변은 '(가습기 살균제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정부도 어쩔 수 없었다'
'(피해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알아서) 개별소송을 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그 입장은 지금까지 일관되죠.
그런데 말입니다.
국가는 위해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이유로 책임질 수 없다는 건 아주 이상한 논리 아닌가요?
2011년 이전에도 많은 사람이 죽어갔고,
2006~2007년엔 폐손상과 관련해서 논문까지 나왔었는데 정부는 그때 무엇을 했나요?
정부가 당시 최소한의 역학조사만 했더라도 피해가 이 정도로 커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부가 이렇게 나오니까 가해기업도 똑같이 하고 있어요.
'당시 과학기술 수준에 비춰 (폐손상과 관련한) 결함을 발견하기 어려웠으므로 책임이 없다'는 거죠.
사과는커녕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아요.
특히 피해자들의 80%가 사용한 옥시싹싹 회사 측은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해서
가습기 살균제가 폐손상의 원인임을 보여주는 정부의 동물실험 결과조차 신뢰할 수 없다고 나오죠.
그런데 말입니다.
흡입 시 얼마나 위험한지 실험도 거치지 않은 독성 물질을 판매해서 지금 142명이 죽었는데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올해에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영국도 가고 집중 캠페인을 하려는 겁니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 영국방문 세부 일정
5월 18일: 오후 12시 인천공항 출국 기자회견
5월 19일: 레킷벤키저 본사 1차 항의방문, 기자회견
5월 20일: 레킷벤키저 본사 2차 항의방문, 영국 국회의원 협조요청
5월 21일: 레킷벤키저 본사 3차 항의방문, 트라팔가광장 촛불집회(사망자 추모)
5월 22일: 레킷벤키저 본사 4차 항의방문, 기자회견
5월 23일: 귀국
5월 27일: 오전 11시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앞 기자회견, 영국항의방문활동 보고 빛 책임촉구
* 집중캠페인 세부 내용
- 레킷벤키저 제품 불매운동(옥시싹싹/레킷벤키저 제품)
-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와 한국 지사에 항의서한 보내기 캠페인
- 140일 연속 일일시위(사건 발생 4주기인 8월 31일까지 문제해결 촉구를 위해 140일간 피해자와 환경단체 회원 및 시민들이 참여하는 일인시위를 광화문 또는 여의도 옥시 회사 앞에서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