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침묵의 봄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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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침묵의 봄 50년

최예용 0 13662

경향신문 2012년9월26일자 <여적>란 신동호 기자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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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위치한 환경재단에 ‘레이철 카슨 홀’이 있다. 20세기 10대 저작’ 가운데 4번째로 꼽히는 책이자 ‘환경운동의 고전’으로 불리는 <침묵의 봄> 저자 레이철 카슨(1907~1964)을 기리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침묵의 봄>이 환경 분야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미국이 환경정책을 본격화하고 그린피스의 태동이나 ‘지구의 날’ 제정과 같은 환경운동이 싹트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이 책이 출간된 날이 바로 현대 환경운동이 시작된 날”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오늘날 ‘레이철 카슨’이나 ‘침묵의 봄’이 환경의 아이콘처럼 된 것은 인간이 만든 화학물질이 가져올 재앙을 예견한 카슨의 혜안 덕분만은 아닌 듯하다. 스스로 거대자본과 권력, 도그마와 맞서 싸운 전사이기도 했던 터이다. <침묵의 봄>에서 가장 논쟁적인 대목은 살충제가 인간의 유전체와 건강에 위해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관련 공무원은 “노처녀가 무엇 때문에 유전 문제를 걱정하는지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렸고, 화학회사는 “농업 생산량을 떨어뜨려 서방세계의 경제를 뒤흔들려는 공산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했으며, 의료계는 “인간보다 벌레를 더 보호하려는 사람”이라고 풍자했다. 뒷날 그를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한 시사 주간지 타임조차 “공정하지 않게 사실을 부풀려서 사람들을 선동한다”고 비판했다. 카슨은 사방의 공격에 굴하지 않고 유방암과 싸우면서 그것이 환경오염과 관련 있다는 점을 밝히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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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이 국내 환경운동에도 깊은 감명을 주었던 것 같다. 한국 환경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도 옥중에서 <침묵의 봄>을 읽고 강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초기 환경운동가들이 부른 대표적인 반공해 노래 중 하나가 ‘침묵의 봄’(안혜경 작사·작곡·노래)이었다. 2000년 진폐증으로 사망한 박길래씨,
지난해 석면암으로 사망한 이정림씨(영문 이름 레이철) 등은 카슨처럼 자신의 병마보다 그것이 환경성 질환이 아니라는 도그마와 더 치열하게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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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침묵의 봄>이 발간된 지 꼭 50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오늘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서 열린다. 50년 전에 했던 카슨의 경고가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을 이들의 활동이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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