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폐손상 대책
윤승기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장
2011년 4월 임산부를 중심으로 원인미상 중증 폐질환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정부가 역학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여러 연구와 실험을 통해 이러한 폐질환이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같은 해 11월 가습기살균제를 강제수거했다.
2월에는 이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하는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이렇게 시중에서 가습기살균제의 사용을 차단한 이후 동일한 환자의 추가 발생이 보고되지 않으면서 다행히 이 사건은 일단 마무리될 수 있었다.
신규 환자 발생을 차단한 상태에서 정부는 다음 단계의 작업으로, 지금까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스스로 의심하는 사람의 신고를 받아 이들의 건강과 질환상태를 확인했다.
이후 가습기살균제와의 관련성 여부를 판단하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약 400명의 신고자를 대상으로 임상검사, 의무기록 확인, 가습기살균제 사용력 확인 등의 과정이 진행 중이다.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오는 10월까지 판단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가 국내에서 10년 넘게 사용됐므로 그동안 발생한 환자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재까지 이에 대한 지원 대책이 별도로 마련되지 못했다. 기존의 정부 복지체계 내에서 제공될 수 있는 지원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제조사는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역학조사와 독성시험 등으로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 사용과 질병 발생간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이 여러 건 진행 중이지만 법정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언제쯤 끝날 수 있을지, 과연 승산을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발생한 건강 피해를 구제하기 위하여 법적인 수단을 강구하는 중이다. 국회가 법률을 통해 국민의 피해를 구제하도록 하자는 결의안이 이미 채택됐고, 여러 의원이 총 4건의 관련 법률안을 발의해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피해 구제의 바람직한 방향 설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도 개최됐다.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화학용품 등으로 인한 유사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 및 영역 간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보건당국이 중심이 돼 사안이 다뤄졌으나 그 성과와 함께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환경과 복지, 재정, 안전, 산업 등의 여러 영역에서 머리를 맞대어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함으로써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