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상] 백도명 교수, 한겨레신문 인터뷰 기사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홈 > 정보마당 >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 언론보도

[리영희상] 백도명 교수, 한겨레신문 인터뷰 기사

최예용 0 6235
한겨레신문 2016년 11월 21일자 기사입니다. 
리영희상 수상식은 11월30일 수요일 오후 6시30분, 한겨레신문 강당 청암홀입니다. 

687a8eeceaf4f29b798505e3cbb59bab_1479705205_6369.jpg

------------------

지난봄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수사로 국민적 분노가 끓어오를 때 주목을 받았던 학자가 있다. 그는 2012년 정부가 손놓고 있을 때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환경보건학회 소속 학자들과 함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조사에 나섰다. 피해사례 95건을 6개월 동안 조사한 이 보고서는 정부를 움직였다. 이듬해 정부는 민관 공동으로 폐 손상 조사위원회를 꾸렸고, 그는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위원회는 2014년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공식 확인했다. ‘원인 모를’ 질환 발생 이후 8년 만이었다.

 

 

백도명(60) 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 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리영희 재단은 그를 제4회 리영희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백 교수를 지난 16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석면, 백혈병, 가습기 살균제 등
92년 이후 다양한 환경분야서
사회적 약자 편에서 ‘진실 캐기’


오는 30일 한겨레신문사서 시상식

“가습기, 국가 배상책임 있어

원전 주민조사 제대로 하고파”


 

 

리영희상 심사위원회는 백 교수가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밝혀내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가해자 처벌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미 하버드대에서 산업보건학 박사를 받고 귀국한 92년부터 다양한 환경 보건 문제의 실체를 확인하고 피해자를 돕는 데 앞장선 활동들도 공적에 포함됐다. 그의 이런 활동은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일생을 바쳤던 리영희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상의 취지와도 일치한다고 심사위는 밝혔다. 시상식은 30일 오후 6시30분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다.

 

 

“유신 때인 75년에 서울대 의대에 들어갔어요. 언더(비공개) 공부모임을 했는데, 그곳 선배들 중 많은 분이 제적되고 현장(공장)으로 들어갔죠.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의사로서 이런 일을 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선배의 권유로 청계피복 노조원 건강 설문조사에도 참여했다.

 

 

그는 92년 서울대 교수와 겸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산업의학실장을 맡아 발암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 점검에 나섰다. “석면질환자 조사를 통해 석면이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 뒤로 석면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권력과 금력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의 삶을 위해 헌신하는 전문가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에선 현장 조사 책임자로 참여해 발암물질인 벤젠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수상 소감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내가 먼저 나서며, 내가 스스로 변해야만 세상이 변할 수 있는 것인데, 아직도 그에 못 미치고 있네요. … 여성주의를 어색해하는 남자로서, 고학력 지식인으로서 … 아내와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과 그리고 동시대인들의 아픔 위에 아직도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기자와 만나서도 “사회에서 가질 것 다 가진 사람이 할 일을 하는 것뿐인데 (상을 받게 돼) 쑥스럽다”고 했다.

 

 

적어도 자신이 일해온 산업보건 분야에선 92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백 교수의 생각이었다. 정부가 특히 그렇다. “항상 정부는 잘해야 반발 뒤에서 끌려가면서 생색을 냅니다. 앞장서서 다루지 않아요.” 삼성반도체 백혈병 조사도 반올림 등의 문제제기로 역학조사를 해서 유해하다는 결과가 나온 뒤에야 정부는 마지못해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산재사망도 줄어야 하는데 안 줍니다. 사고 유형도 대단히 후진적이죠. 떨어지거나 깔리거나 폭발해서 죽어요. 이건 과실이 아니라 범죄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줄지는 않았지만 원인을 찾아보려고 노력이라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노력도 없어요.” 그 배후엔 ‘기업과 정부의 결탁’이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변화의 길은 없을까? “노조나 다른 이해관계자가 아니라 피해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옆에서 도와야겠지요.”

 

 

과학자들은 연구비를 대주는 기업 편을 들기 일쑤다. “황우석 교수 사건 뒤 서울대에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꾸려 문제되는 걸 거르고 있지만 좀더 내용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논문 앞부분에 연구비 지원이나 사외이사 재직 여부 등 이해충돌 내용을 밝혀 (논문의 진실성을) 검토받도록 해야 합니다. 이미 대한예방의학회나 한국역학회 등 일부 학회는 이 방식을 도입했죠.”

 

 

그는 한국의 화학물질 사고를 두고 이렇게 분석했다. “한국에서 화학산업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새 물질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있었던 것을 적절히 배합해 상품으로 파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다 보니 평가나 관리 등 후속조처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어요. 지금도 정부 부처들이 따로 놀아요. 정부의 어딘가에서 종합적으로 화학물질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가습기 피해자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가 정한 독성유해 기준이 (살균제 독성 물질을) 걸러내지 못했어요. 고분자화합물이어서 흡입독성이 없다고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죠. 그러나 당시에도 미국은 고분자화합물이 물에 녹는 성질이 있어 흡입독성이 있을 수 있다고 봤어요.”

 

 

계획을 물었다. “원전 주변 주민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고 싶어요. 혼자서는 할 수 없고 동료 후배와 같이 해야겠죠.” 그는 인터뷰 말미에 “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지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 학교, 집이 같이 변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0 Comments
시민환경보건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