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했던 내 아내, 10년간 제대로 숨 못 쉬다 죽어...두 딸마저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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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했던 내 아내, 10년간 제대로 숨 못 쉬다 죽어...두 딸마저 어떻게 될지

관리자 0 4927
2019-03- 11서울신문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 2개월 전 아내 잃은 목사 A씨의 눈물

“피해자 인정받기 위해 여지껏 몸부림  또 얼마나 시달릴지…하루하루 지옥” 

 

▲ 최근 폐 이식 수술을 받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안은주씨가 같은 병원에서 투병하다 사망한 조모씨의 발인 차량을 바라보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사회적참사특조위 제공

 

“옥시라는 말만 들어도 치가 떨려요. 아픈 데도 없었던 우리 아내, 가습기 살균제를 쓴 40대 초반부터 10년을 앓다가 죽었습니다. 더 무서운 건 그 무서운 걸 같이 들이마시고 산 20대인 딸 둘도, 저 역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얼마나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 또 몸부림을 치며 시달릴지 모른다는 겁니다. 하루하루 무섭고 지옥 같습니다.” 

지난 1월 15일, A목사는 가습기 살균제로 이렇게 두 딸의 엄마이자 아내를 잃었다. 숨진 조모씨는 둘째 아이를 출산한 1997년부터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2009년 특발성 폐섬유화증 진단을 받아 9년 가까이 투병 생활을 하고 폐 이식까지 받았지만, 정부는 그의 질환이 가습기 살균제와 연관성이 없다며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2월에야 뒤늦게 ‘특별구제계정’ 대상자가 됐지만, 조씨는 한 달 만에 숨을 거뒀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에 걸리면 폐 염증과 함께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다. 병세가 진행될수록 호흡곤란과 마른기침이 심해진다. 숨진 조씨는 전문의를 찾아다니며 4년 이상 임상약을 먹었다. 폐 기능이 30%로 떨어지자 숨이 차서 걸어다니지 못했고 약도 효과가 없었다. 폐 이식만이 답이었는데 20개월을 기다리니 근육이며 조직이 기능을 점점 잃어갔다. 그렇게 이식수술을 끝냈지만 약해진 몸은 이겨내지 못했다. A목사는 “진짜 속상한 게 넉넉지 못해서 신용카드도 못 쓰고 현금 조금씩 쓰면서 살 때라 당연히 마트 영수증 같은 것도 안 모아놨는데 영수증 없어서 인정 못해 준다고 2년이나 싸웠다”며 “가습기 앞에서 깨끗하다고, 시원하다고 얼굴이며 코를 갖다대고 그랬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렇게 엄격한 판정 기준 탓에 정부로부터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점도 환자와 유족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피해자들이 짧게는 7년, 길게는 20여년 전에 사용한 제품으로 인한 건강 피해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가 기관지 외 인체 다른 부위에 미치는 영향도 인정되지 않는다. A씨는 절규했다.

 “정부가 추정한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만 400만명입니다. 아직도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몰라요. 이런 상황이라면 ‘영구미제 사건’으로 묻힐 수도 있습니다. 제조사와 정부의 잘못이 제대로 가려지지 않는데 이렇게 피해자들만 계속 세상을 떠나고 있어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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