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환경보건시민센터의 기자회견장에 공개된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고 서영철 대표의 모습.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11일 환경보건시민센터의 기자회견장에 공개된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고 서영철 대표의 모습.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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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장례 치르지 말고 광화문광장에서 투쟁해달라.”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피해자연대)의 서영철 대표가 평소 다른 피해자들에게 거듭 당부했던 말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서 대표는 지난 11일 급성 기흉 증상으로 서울대병원 응급센터로 옮겨졌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올해 69살이었다. 서 대표의 죽음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망자는 피해신고자 가운데 1958명, 피해를 인정받은 사람 가운데 1422명으로 늘었다.

서 대표는 2000년대 옥시와 애경에서 나온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호흡기 장애, 이형 협심증, 천식, 공황장애,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 여러 질환으로 투병해왔다. 그래서 늘 휠체어를 탄 채로 산소발생기를 가지고 다녔다. 과거 회사와 농장 등을 운영했으나, 오랜 투병으로 사업과 가정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서 대표는 2016년 이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 배·보상 조정을 위한 피해자 대표, 피해자연대 대표 등을 맡아 활동해왔다. 2022년엔 서울 에스케이 본사 앞에서 3개월 동안 텐트 농성을 했고, 2024~2025년엔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며 경찰청 앞에서 1년 동안 시위를 벌였다. 올해 들어서도 국회와 광화문 등에서 ‘기습기살균제특별법’과 시행령의 독소 조항을 개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최근 무겁다며 산소통을 사무실에 맡겨뒀는데 유품이 됐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편, 오는 31일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알려진 지 15년이 되는 날이다. 이에 앞서 24일에는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이 열린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위원회는 12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업과 정부의 책임 규명과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 소장은 “처음 제품을 개발하고 대부분의 원료를 공급한 에스케이나 영국의 옥시 본사와 정부 부처도 제대로 책임진 일이 없다”며 “이재명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진상 규명과 피해 대책, 재발 방지 등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에스케이가 제품을 개발해 판매한 1994년부터 시작됐고, 2011년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센터는 이 기간 가습기살균제 995만개가 판매돼 약 894만명이 사용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95만명이 건강 피해를 입었고, 약 2만명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에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8094명이며 이 가운데 6037명이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기업으로부터 배·보상을 받은 사람은 508명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15년을 맞아 24~31일을 집중 캠페인 기간으로 정하고, 토론과 기고, 시위 등을 열 계획이다. 특히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해 출간된 천지영 작가의 소설 ‘하얀 손님’, 지난해 말 출간된 류이 다큐멘터리 감독의 ‘숨:X 죽음은 하얗게 다가왔다’ 등 두 책을 바탕으로 북토크와 사진 전시회, 다큐멘터리 상영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