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조용한 살인자' 가습기 살균제···31년 지났지만 끝나지 않은 고통
'조용한 살인자' 가습기 살균제···
31년 지났지만 끝나지 않은 고통
동영상시청은 아래 클릭
◀앵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발생한 지 31년, 관련 사실이 알려진 지 14년이 지났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가해 기업들의 책임 회피와 사회적 무관심 속에 피해자들의 고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심병철 기자입니다.
◀기자▶
2025년 4월 1일 대구와 경북 지역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2024년 대법원이 참사와 관련해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뒤 환경부가 피해자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한 전국 순회 피해자 간담회에 참석한 것입니다.
◀이광희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2003년생 첫째가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치료를 마치고 퇴원 수속을 하던 저에게 담당 의사의 말 한마디, 폐가 왜 희뿌연지 모르겠네. 요로 시작하여 피해자로 벌써 십 수년을 살았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된 특정 가습기 제품에 포함된 PHMG, PGH와 같은 독성 화학물질이 폐섬유증, 천식, 폐암 등을 유발해 1,800명 이상이 숨진 사건입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2025년 2월 말 기준 전국적으로 7,993명이 피해자로 신고했고 이 가운데 5,828명이 피해자로 인정됐습니다.
대구와 경북 피해자는 665명입니다.
전국 피해자 가운데 24%인 1,891명이 숨졌고 대구와 경북 사망자는 24.9%인 166명입니다.
심각한 점은 구제법상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들의 피해 등급이 너무 낮아 제대로 된 배상이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체 피해자 가운데 현재 배상이나 보상이 이뤄진 경우는 10%도 안 되는 508명에 불과합니다.
다수 피해자는 아직도 구제법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옥시와 애경 등 주요 가해 기업들은 2022년, 정부의 1차 조정안을 거부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피해자 구제 요구에 대해) 메아리로 들려오는 소리로 밖에 들은 적이 없습니다. 한 번도 진정하게 피해자를 위해서 누군가가 움직였나 저는 없었다고 봅니다."
환경단체들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우리나라 소비자 95만 명이 피해를 봤고 2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피해를 알아차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원인과 피해 사이의 인과 관계를 밝히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엄청난 피해에도 사회적 관심은 멀어지고, 문제 해결조차 쉽지 않아 피해자들만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