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습기 참사 가해 기업 책임 회피 안 된다
[사설] 가습기 참사 가해 기업 책임 회피 안 된다
경기환경운동연합 등 24개 시민단체가 9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소재 AK플라자 백화점 분당점 앞에서 '옥시, 애경 불매운동 집중행동의 날'을 진행했다. 집회에는 모두 150여 명의 회원과 시민들이 참여했다. 가습기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기업들이 피해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고 거부한 데 따른 집단행동이다.
가습기 참사는 알려진 바와 같이 가습기 분무액에 포함된 살균제로 인해 사용자들이 폐질환에 걸리거나 사망한 사건이다. 사건이 발생한 2011년 이후 무려 11년간의 역학조사 등을 통해 그 위해성이 밝혀졌으나 해당기업에 대한 제재나 피해자 구제대책은 아직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피해접수자 7761명 가운데 사망피해자 1782명, 생존피해자는 5969명으로 집계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이보다 훨씬 많은 95만여 명(가구원 기준)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참사발생 11년이 지나도록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실정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대책 조정위원회는 지난 3월 9개 주요 가해기업과 7027명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일괄타결 조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조차도 옥시와 애경의 거부로 무산됐다. 보다 못한 시민단체들이 첫 집단행동에 나선 모양새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은 “성남시 거주민 가운데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만 171명이며 이중 사망자는 42명”이라며 “시민의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옥시와 애경 등 비윤리적 기업들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더 많은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불매집중 행동의 날'”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불매운동의 여파가 어떻게 전개되고 확대될 것인지, 현재로썬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불매운동에 앞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기업들의 태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책임은커녕 시늉조차 없는 기업들로 인해 수천, 수만의 애꿎은 생명이 쓰러져 갔거나 화를 입었다.
이런 기업들의 태도가 결국 시민들에게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수용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불매운동에 굴복하기에 앞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최소한 책임이라도 해보려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