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8] 환경 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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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8] 환경 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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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환경 산타(최예용, 프란치스코, 환경보건학자)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2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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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코로나로 산타가 2주 격리해야 하므로 1월 8일에나 선물이 전달된다더라’, ‘그러면 2주 전에 미리 와서 격리 마치고 25일 새벽에 활동하면 되잖아’, ‘자칫 산타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기는 슈퍼전파자가 되진 않을까?’

단지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올해 산타 이야기다. 모두가 반가워하고 기다려야 할 산타가 걱정해야 할 대상이 된 2020년 코로나의 해 연말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환경 산타가 되는 날이다. 신부, 교수, 주부, 활동가 등 회원들이 빨간색이 아닌 녹색 산타 복장을 하고 석면 피해환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 환경 제보자들의 집을 방문해 소박한 선물을 건네며 위로하는 행사다. 환경피해자 가족 중 아이들이 있는 집과 노인피해자가 있는 집 그리고 가족을 잃은 유족 집을 주로 찾는다. 

몇 년 전엔 서울에서 병원 치료를 받고 지방 집으로 내려가는 가습기 살균제 환자를 만나러 서울역으로 달려갔었다. 출발하기 직전의 기차 안에서 겨우 만나 선물을 전했는데 코에 산소발생기를 낀 얼굴이 환경 산타를 만나 매우 놀라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기억에 선하다. 옥시싹싹 가습기 살균제로 부인을 잃은 택시기사 피해자는 택시 영업하던 중 길가에서 환경 산타를 만났다. 종일 운행으로 피곤함이 역력한 그의 얼굴이 환경 산타를 보자 잠시 밝아졌었다. 이마트 PB상품인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산소호흡기를 10년간이나 착용하던 한 중중환자는 올해 환경 산타 선물대상 명단에서 빠졌다. 그녀가 지난 8월 사망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를 돌보던 유족인 남편이 명단에 올랐다. 환경 산타는 그녀가 쉬고 있는 납골당을 찾을 계획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엄마를 잃은 집의 아이들을 만난 환경 산타는 조촐한 선물이지만 아이들이 기뻐할 때 마음이 짠해진다. 아이들 얼굴에서 엄마 없는 집의 한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요즘은 웬만해서는 집으로 초대하는 일이 드문 시절이지만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환경 산타는 누구라도 반기는 환영받는 불청객이다. 밖에서 잠시 만나 나누는 대화만으로는 상대방을 잘 알기 어려운데, 잠시라도 사는 집안을 둘러보면서 ‘아 이렇게 사시는구나’ 하며 환경피해자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너무나 아쉽지만, 올해는 코로나가 무서워 택배방식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기로 했다. 택배 기사님이 녹색 산타 모자를 쓰고 다니시면 우리의 마음이 더 잘 전달될 듯하다. 

올해 환경 산타는 마음이 무겁다. 공식적인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개정법은 1년 6개월간 추가적인 조사활동을 하게 했지만 정작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 활동을 제외했다. 야당인 국민의힘과 환경부의 반대가 형식적인 이유라지만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청와대도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과 피해구제는 할 만큼 했다’고 여겨 특조위를 반쪽짜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세월호 참사와 더불어 사회적 참사라는 이름으로 평가되어왔다. 피해규모나 사건의 발생과정은 다르지만,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 참사가 예방되지 못했고 사후에 피해자를 구해내지 못해 대형 참사로 악화시킨 특징이 비슷해서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기업은 100개에 달하지만 40여 개밖에 조사하지 못했고, 관련 정부기관은 20여 개에 달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는 가장 책임이 큰 피조사기관인데 국회는 환경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 활동을 중단시켜 버렸다. 범죄피의자의 발뺌을 곧이듣고 수사를 중단시킨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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