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3년 투병 끝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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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3년 투병 끝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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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3년 투병 끝 사망

경향신문 2020년 8월 12일 


이마트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폐손상을 입은 피해자가 13년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10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박영숙씨가 세상을 떠났다고 12일 밝혔다. 박씨는 이달 초 이화여대 목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으며 끝내 깨어나지 못한 채 사망했다 

고 박영숙씨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기 전 교회 성가대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폐활량이 컸지만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이후 호흡곤란을 겪었다. 그는 2007년 이마트 김포공항점에서 이마트 PB상품인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를 1통 구입해 사용했고, 2008년 3월 쓰러졌다. 이마트의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는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 성분을 원료로 SK케미칼이 생산하고, 애경산업이 이마트에 공급한 제품이다. 

가습기살균제 중증피해자인 고 박영숙씨와 남편이 2017년 8월 16일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바 있는 피해대책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가습기살균제 중증피해자인 고 박영숙씨와 남편이 2017년 8월 16일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바 있는 피해대책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박씨는 집에서도 산소발생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지만, 2014년 정부의 1차 피해조사에서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하는 폐손상 3단계 판정을 받았다. 당시 박씨의 호흡능력은 정상인의 15%까지 낮아진 상태였다. 

이로 인해 집 안에는 박씨의 간호를 위한 설비가 가득 들어섰다. 그가 종일 누워지내는 환자용 침대와 커다란 산소통, 가래를 뽑아내는 의료설비 등이 거실을 가득 채웠다. 박씨는 상태가 안 좋아질 때마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야 했는데 사설 응급차량 경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남편 김태종씨가 중고 승합차를 사서 응급차로 개조했다. 

박씨가 쓰러진 뒤 부부가 함께 운영했던 학원 교재 개발회사는 문을 닫았고, 병원비로 인한 빚은 늘어만 갔다. 두 아들도 아빠와 함께 24시간 엄마의 간호에 매달렸다. 2017년이 되어서야 박씨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끝내 제대로 된 피해대책이 마련되고 진상규명이 이뤄졌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했다. 

박씨는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황에서도 진상규명과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2017년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들것에 실린 채 참여해 피해자 인정과 피해대책 이행을 촉구했다. 또 2019년 8월에는 서울시청 강당에서 열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에도 역시 들것에 실린 채 참석했다. 

2016년 8월 당시 추미애 열린민주당 대표는 우원식 의원과 함께 서울 강서구 박씨의 자택을 방문해 투병 중이던 그를 위로했다. 당시 국회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추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라며 “국회 차원의 대책을 세우는 데 앞장 서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국민 보건, 위생, 환경 부분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은 국가 책임”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기준, 현재까지 확인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1558명이며 정부에 피해 신고를 한 이들은 6833명이다. 사회적참사 특조위는 지난달 27일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건강 피해 경험자가 약 67만명에 달하고, 사망자는 약 1만4000명으로 추산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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