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막을수 있었다] 그물망 관리체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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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막을수 있었다] <下>그물망 관리체계 만들자

최예용 0 6353

[‘가습기 살균제 참사’ 막을 수 있었다]<下>그물망 관리체계 만들자

 

 

동아일보 2016 7 7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품과 물질 관리 체계를 보다 촘촘히 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행정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화학제품 통합 모니터링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 제품 허가는 지금처럼 부처별로 나눠서 하더라도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신고 접수할 수 있는 기구는 한곳으로 통합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 화학제품 감시하는 ‘질본’ 시스템 필요 

가습기 살균제는 대표적인 행정 사각지대 제품이었다. 뒤늦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1년 이를 의약외품으로 보고 관리하기로 했지만 이미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뒤였다. 

전문가들은 생활 화학제품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관리 책임 부서가 나뉜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해도 소비자 피해 사례만큼은 통합적으로 감시 및 신고를 접수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선 화학제품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어디가 소관 부처인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최근 문제가 된 공기청정기 필터는 환경부가 관리하는 위해우려제품군이 아니지만 화학제품이라는 점에서 책임 논란과 혼란이 벌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라 현재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핫팩 같은 제품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도 결국 국가 시스템이 아니라 피해자와 특정 개인이 의문을 제기하면서 발견된 사례인데 모든 사고를 이 같은 방식으로 막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화학물질 관리기구가 없다 보니 생활 화학제품으로 인한 중독사고가 발생해도 병원이 이를 신고하기 어렵다는 것.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피해 사례를 취합하고 대응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화장품이나 의류세제 등 생활 화학제품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도 병원은 이를 개별적인 사례로만 취급한다. 피해 사례를 유형별 제품별로 종합하지 못하다 보니 문제의 제품도 드러나지 않는 구조다.  

○ 자발적인 개선 기다리지 말고 ‘리콜’ 

미국의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처럼 전 소비자 제품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미국도 제품 분류별로 다양한 기구로 나눠 생활 화학제품을 관리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경우 CPSC가 나서서 강력한 사후안전관리 조치를 취한다. 특히 사고 및 소비자 불만 조사, 안전 기준 및 규칙 개정, 제품 리콜 등을 직접 수행할 수 있어 권한이 막강하다. 화학제품을 비롯한 전 제품을 관리하는 만큼 감시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측면도 있다.  

반면 한국소비자원을 비롯해 감시 기능을 가진 국내 기구들은 조사 기능과 화학제품에 대한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는 데다 사후조치 권한도 해당 기관에 의뢰하는 수준에 그친다. 조사 권한도 약할 뿐더러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조치 명령도 내리지 못하는 것. 이 때문에 시정 조치보다는 자발적인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한계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처럼 화학물질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기관도 사후 조치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직접적인 리콜 명령은 물론이고 사후 조치까지 받을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이고 감시 기구의 권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한국소비자원 등 통합 감시 기관이 문제 의심 제품을 생산한 기업까지 폭넓게 조사하도록 권한을 주고 문제가 확인되면 자발적인 개선을 기다리지 말고 리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화학물질 관리, 평가 기능을 강화해야  

생활 화학제품은 실제 제품 사용 과정까지 모두 따져서 위해성을 검증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생산된 화학물질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위험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활 화학제품이 출시될 때 사용 환경과 과정까진 검증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은 방향제를 비롯한 생활 속 위해 우려 화학제품에 대해 유해성분 기준치를 넘는지 정도만 확인하고 인증해 준다. 

환경부는 위해우려제품 제조·수입업자가 제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사용 환경까지 고려한 제품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스프레이형 등 제품 유형에 따른 위해성 시뮬레이션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의 반발이 예상돼 실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또 생활 화학제품의 유해성분 기준치를 검사할 수 있는 공식 기관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포함해 7개뿐인 것도 문제다. 이 기관들이 위해 우려 조사뿐만 아니라 시장 모니터링까지 담당하면서 업무가 과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화학물질 수입제조 단계부터 유해성을 엄격하게 평가하기 위해서 제조 수입량이 1t 미만으로 적은 경우에도 사용 용도에 따라 독성 평가를 하는 방안과 위해성이 큰 화학제품에 대해서는 표시 기준을 더욱 강화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현재 생활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표시 대상 화학물질 35개를 지정했으나 이를 선진국 수준으로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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