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뉴스] 영풍제련소, '백혈병' 하청노동자...1심 이어 2심도 '산업재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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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 영풍제련소, '백혈병' 하청노동자...1심 이어 2심도 '산업재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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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련소, '백혈병' 하청노동자...1심 이어 2심도 '산업재해' 인정

평화뉴스 2025.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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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련소에서 6년 9개월 근무 진현철(72)씨
법원, '요양 불승인 처분취소' 소송 항소 기각
항소심에서도 백혈병 "업무관련성 있다" 판단
환경단체 "환경 파괴·노동자 사망 제련소 폐쇄"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하청노동자로 6년 9개월간 일하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진현철(72)씨에 대해,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지난 16일 진현철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취소' 소송에서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영풍제련소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진현철(72)씨가 영풍제련소를 규탄하고 있다. (2023.12.12) / 사진. 안동환경운동연합영풍제련소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진현철(72)씨가 영풍제련소를 규탄하고 있다. (2023.12.12) / 사진. 안동환경운동연합

재판부는 "피고가 법원에서 주장하는 사유는 1심에서 주장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제1심과 2심에서 제출된 증거를 피고의 주장과 함께 다시 살펴보더라도 제1심의 사실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진씨가 얻은 백혈병이 영풍제련소와의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지난 2023년 11월 열린 1심 선고에서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가 백혈병 발병과의 관련성이 의학적으로 확인된 물질인 점 ▲고용노동부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만으로 인체 영향이 미미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나머지 발암물질도 백혈병 발병·악화와 무관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진씨가 근무 전 별다른 건강 이상이 없었고, 가족력도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산재를 인정했다.

◆ 영풍제련소에서 불순물 제거하다 백혈병, 근로복지공단 요양급여 불승인에 행정소송

진현철씨는 2019년 12월부터 6년 9개월 동안 영풍제련소 하청업체 노동자로 근무했다. 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기계 내부 불순물을 제거하는 일을 했다.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됐고, 2017년 3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2024.9.1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경북 봉화군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2024.9.1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그는 2019년 9월 자신의 병이 산업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6월 백혈병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의 "공장 내부 인체 노출 수준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진씨는 이에 불복해 2021년 9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진현철씨는 17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오염이 심한 공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회사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었는데, 그래도 법원에서 산재를 인정받고 나니 마음은 조금 놓인다"고 밝혔다. 

◆ 환경단체 "환경 파괴·노동자 사망 잇따르는 영풍제련소 폐쇄" 촉구

환경단체는 환경 파괴에 이어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는 영풍제련소를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영구 폐쇄 촉구 기자회견'(2024.11.5.서울 광화문) / 사진 제공.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공동대책위원회',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16일 논평을 내고 "영풍제련소는 아연 광석과 코크스(석탄을 가공해 만드는 연료)를 혼합한 뒤 황을 제거해 용광로에서 불순물을 걸러 순도 높은 아연을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소와 포름알데히드 같은 여러 유독물질이 발생한다"며 "이곳에서 오래 일한 노동자는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돼 백혈병과 같은 직업성 암에 걸리고, 하루만 일했던 노동자도 비소 누출로 인한 급성 중독으로 사망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풍제련소가 계속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환경부가 통합환경허가를 취소하고, 제련소를 폐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이때, 노동자 백혈병의 산재 인정으로 작업환경에서도 노동자를 죽고 다치게 하는 곳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하루빨리 폐쇄를 위한 로드맵이 시행돼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낙동강을 파괴하는 영풍제련소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영풍제련소, 폐수 유출 58일 조업정지, 임원진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재판

영풍제련소는 오는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58일간 조업정지 처분에 들어간다. 지난해 10월 영풍이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상대로 낸 '조업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청구를 심리불속행 기각해 처분이 확정됐다. 지난 2019년 4월 환경부가 영풍제련소에 대한 특별지도점검에서 폐수를 강에 유출시켜 '물환경보전법' 위반 사실을 적발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21년 같은 법 위반으로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받았고, 이번이 두 번째다.

환경 파괴에 이어 영풍 임원들은 노동자 사망 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도 받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 배상윤 영풍제련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4.8.28) / 사진 제공.안동환경운동연합(왼쪽부터)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 배상윤 영풍제련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4.8.28) / 사진 제공.안동환경운동연합

지난 2023년 12월 영풍제련소에서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60대 A씨 등 4명은 비소 가스에 중독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씨는 끝내 숨졌다. 사고 발생 한 달 뒤인 2024년 1월 대구고용노동청과 경북경찰청은 영풍 본사와 영풍제련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고, 영풍 법인과 대표, 영풍제련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배상윤 영풍제련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본안 소송의 5차 공판기일은 오는 2월 11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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