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공덕역 개찰구 앞 바닥에 설치된 미세먼지 흡입매트. 허윤희 기자
서울 지하철 5호선 공덕역 개찰구 앞 바닥에 설치된 미세먼지 흡입매트. 허윤희 기자

‘쫙쫙쫙 쫙쫙쫙.’

지난 16일 서울지하철 5호선 공덕역 개찰구 앞. 사람들이 바닥에 설치된 철판을 밟을 때마다 요란한 소리가 났다. 소리 나는 이 철판이 뭔가 싶어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의 사람들이 지나갔다. 철판에 ‘미세먼지 흡입매트’라고 적힌 띠지가 붙어 있었다. 한쪽 벽면에 있는 알림문에는 ‘신발 바닥에 묻어 지하 역사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설비’라고 적혀 있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초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시청·종각·공덕역 등 12곳에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설치했다. 지난해 제기동·아차산역 2곳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뒤 올해 역사 10곳으로 확대 설치한 것이다. 지하철뿐 아니라 시립목동청소년센터, 서울데이터센터 등 서울시 민간위탁기관에도 미세먼지 흡입매트가 설치됐다.

이와 관련한 올해 서울시 예산은 지하철역사 미세먼지 매트 설치 43억원을 포함해 57억7천만원에 이른다. 재정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의문이고 예산 낭비 사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간 지하철의 경우 만성 적자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세먼지 흡입매트 설치가 시급한 사업이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호영 서울지하철노조 교육선전실장은 “기존에 설치된 공기청정기가 노후화돼 가동이 안 되는 곳이 많다”며 “노후 공기청정기를 교체한다든지 개선한다든지 확충하는 게 현실적으로 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설치한 서울시 산하기관의 한 관계자도 “시설이 오래돼 창틀 등 개보수가 필요한데 이 예산은 깎였다. 그런데 미세먼지 매트 설치 예산이 내려왔다”며 “코로나 때 공기청정기를 확대 설치했으니 우리 입장에선 이런 매트가 당장 필요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달 시설 보수 유지 비용이 들고, 이 매트를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나니 (민간위탁시설의 경우) 수업에 방해된다는 민원이 들어와 전원 스위치를 꺼두기도 한다”고 했다.

환경전문가들은 비용 대비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전기준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이 설비는 신발에 묻은 먼지, 주로 바닥에 있는 입자가 큰 먼지를 빨아들이는 것인데, 정작 미세먼지는 가라앉지 않고 공기 중에 떠다닌다”며 “비용에 비해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종합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환경보건학 박사)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다양한 시도도 있어야 하지만 몇십억원의 세금을 투자한 만큼 이에 따른 효과를 따져 보고 설치 전후에 대한 비교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 쪽에 따르면, 2020~2021년 4호선 수유역에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설치해 실증사업을 벌인 결과, 승강장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향후 (미세먼지 흡입매트) 추가 설치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