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는 ‘끝’아닌 ‘시작’…“노출독성 평가해야”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는 ‘끝’아닌 ‘시작’…“노출독성 평가해야”
한 겨 레 2 0 2 2 . 1 1 . 8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 발표는 ‘시작’입니다. 정부는 여성이 35년 이상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인 생리대의 안전성과 관련해 책임있게 조사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그 이후를 제안하다’ 토론회에서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의 결과가 나왔는데도 1년 반 넘게 발표를 미뤄온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환경부가 지난달 21일 국회 요구에 떠밀려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생리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생리 관련 증상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었다.
전문가들은 노출독성평가 등 추가 연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안소영 대표는 “식약처는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나오면 생리대 내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는 노출독성평가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추가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선언만 있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의 주장대로 이번 조사가 생리대의 화학물질 노출과 증상 간의 통계적 관련성을 살펴본 ‘초기 단계 연구’일 뿐이라면 (식약처가) 이제 그 다음 단계를 시작할 때”라고 덧붙였다. 식약처와 환경부는 지난달 21일 낸 보도자료에서 이번 조사 결과가 생리대 사용과 증상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밝힌 건 아니라며 통계적 관련성을 살펴본 초기 단계 연구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생리대 제조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생리대 파동 뒤 정부가 조사에 나서도록 청원에 나섰던 박인숙 정의당 전 부대표는 “생리대 속 화학물질의 함량을 표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식약처가 실시하는 생리대 제조업체 대상 휘발성 유기화합물 모니터링에도 투명성 보장을 위해 시민사회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정부 차원에서 생리대 안전사용지침을 제정해 제조사에는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 발생량을 표기하도록 하고, 소비자에게는 발생량이 적은 제품을 사용하도록 권고해야 한다”고 했다.
중장기적인 여성건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이안소영 대표는 “식약처·환경부·여성가족부가 각자의 조직특성과 목표에만 몰두해선 안 된다. 더욱 강력해진 여가부가 상시적인 부처 협의체를 운영해 통합적인 중장기 여성건강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식약처 등 정부 관계자도 참석했다. 박공수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 과장은 “이번 조사는 2만여명의 여성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식약처는 추가 연구 검토 등 필요한 조치사항을 환경부와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