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폐암' 형 먼저 떠났다…10년째 진행형, 가습기 살균제 비극
관리자
0
6440
2021.08.24 06:02
'폐암' 형 먼저 떠났다…10년째 진행형, 가습기 살균제 비극
중앙일보 2021.8.23

올해로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세상에 알려진 지 10년째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아직도 힘든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들의 비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직접 피해 사실 증언에 나선 김종제씨 형제가 그랬다.
'천식' 동생은 피해 인정, '폐암' 형은 불인정
김씨는 2015년이 돼서야 자신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관련 뉴스를 본 그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찾아갔고, 약 3년 뒤 피해자로 공식 인정받았다. 그는 "천식의 원인을 모르고 살다가 뒤늦게 알게 됐다. 피해자가 90만~1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아직 발견되지 않은 피해자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형 김병제(63)씨는 지난 4월 폐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김종제씨에 따르면 고인은 2009년 GS수퍼 청주시 상당점에서 GS함박웃음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해 1~2년간 사용했다. 2018년 급성결핵으로 병원에 입원한 그는 이듬해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환경산업기술원은 그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건 맞지만, 그것이 폐암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와 유족 "기업들, 배·보상 협의 참여해야"
지난해 폐렴이 걸린 아내를 잃은 김태종(67)씨는 "GS리테일은 피해분담금을 냈음에도 책임이 없다며 배·보상 협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안전성 검증 없이 판매한 잘못을 회피하고 발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GS리테일뿐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LG생활건강 등 17개사도 배·보상 협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현재 피해 보상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 중인 곳은 옥시, SK 등 6개사에 불과하다.

사용자 890만명인데…피해 인정은 '4181명'
최예용 소장은 "48종류 1000만개가 넘는 제품을 판매한 제조·판매사들이 자사 제품 피해 소비자를 찾지 않는 데다, 정부 역시 소극적으로 방관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참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6개 회사 제품에 KC 마크를 인증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 질환을 폭넓게 인정하지 않는 부분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꾸준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찾고 있긴 하지만 먼저 신청을 해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관련 질환 인정 범위도 올해부터 소화기 장애, 폐암 등 신체 전체 대상으로 늘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