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특조위, 피해자 1퍼센트만 위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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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특조위, 피해자 1퍼센트만 위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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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 사참위 부위원장 최예용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021년 1월 8일자 

“현재까지 파악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만 구제와 배,보상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것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 부위원장이자 현재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으로 다시 돌아온 최예용 소장(프란치스코).

최예용 소장은 사참위 부위원장 겸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 소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9일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법 개정에 항의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참위 활동 기간은 연장됐지만 사실상 국회와 환경부 등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다 끝났다”는 인식에 대한 항의였다.

최 소장은 “아직 피해자가 모두 파악된 것도 아니고, 피해자로 신고한 사람들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피해라는 것을 절반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진상규명도 되지 않았고, 충분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면서,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이 상황이 충분하니, 인정된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 이후 대책을 만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최예용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입장에 대해 “이해도, 용납도 안 된다”면서도, 사참위 부위원장 사퇴에 대해, “책임을 통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사참위가 출범하면서 ‘사회적 참사’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한 사건으로 규정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왜 “마무리해도 되는” 사건이 되었을까.

그동안 사참위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국은 모두 4개 과로 나뉘어 조사활동을 해왔다. 1과는 기업 조사, 2과는 관련 정부 기관 조사, 3과는 피해자 찾기 전담, 그리고 홍보 등을 담당하는 기획과, 그리고 특별검사 요청을 준비하는 TF팀이 별도로 있었다.

최예용 소장에 따르면, 사참위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국의 조사 대상은 책임 기업 100여 개, 관련 제품 48개, 정부 부처와 기관 20여 개였다. 그 가운데 우선 책임과 규모가 있는 기업 40여 개, 정부부처와 기관 10여 개 등을 조사하고 거칠게나마 책임 여부를 밝혔다. 하지만 기업 조사의 경우 각 기업의 제품 제조 과정의 잘못을 찾았다기보다는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통해 파악됐을 뿐이다. 또 기업 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조사인데, 이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수사권 없이 조사권만 있었던 사참위의 한계다.

기업의 책임을 묻는 것과 관련해, 2019년 사참위가 시작되면서 검찰이 2016년 수사 때 누락된 기업을 2차 조사해 기소, 재판 중이지만, 그마저도 공소시효가 남은 죄에 한해 사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예용 소장은 “공소시효가 남은 사건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은 진상규명이 아니다. 사법적 처벌 너머의 책임이 있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6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공소시효는 5-7년뿐이다. 2013년 이전의 형사적 책임은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상규명은 시간과 관계없이 그 책임과 죄를 낱낱이 밝히고 그들이 인정하고 사과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은 책임 있는 이들이 사회적, 도덕적, 행정적 사과와 인정을 하는 것이고, 진심으로 용서를 빌 때, 피해자들도 용서할 수 있는 것이지만, 현재 상황이라면 그런 사회적 과정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 광화문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최예용 소장. ⓒ정현진 기자서울 광화문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최예용 소장. ⓒ정현진 기자

최 소장은 기업의 책임에 대해서도, “이 정도의 피해 규모라면 이 일에 책임 있는 기업은 제대로 유지될 수 없을 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 손실도 없이 운영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물으면서, “기업과 정부 기관이 제대로 책임을 지려면 피해 규모가 제대로 밝혀져야 하는데, 사참위에서 피해 대책을 보완하고, 제도 개선안을 만들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판단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가운데는 자신이 왜 죽거나, 아픈지 모르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고통의 이유를 알려줄 책임이 있는데도, 현재까지 드러나고 인정받는 이들에 대해서만 보상, 배상을 하겠다는 건, 전체 지금 밝혀진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최예용 소장은 사참위 이전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드러났을 때부터 이 문제에 매달렸고, 특히 피해자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사참위에서도 그는 피해자 찾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조사과 하나를 별도로 꾸렸다. 하지만 이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7월, 환경부 산하 환경산업기술원과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는 627-894만 명, 건강피해 경험자는 67-95만 명, 사망자는 1만 4000명에서 최대 2만 명으로 추정된다. 국민의 20퍼센트가 가습기 살균제를 쓴 셈이다. 이 가운데 피해자로 신고한 이들은 현재 약 7000명으로 이 가운데 사망자만 1600명이다.

최예용 소장은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묻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피해자를 찾는 것”이라며,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와 피해자 규모가 통계 수치로만 남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피해자 스스로 신고하는 경우만 접수한다. 중요하기 때문에 피해자를 찾은 것인데, 마치 다른 것은 하지 않고 피해자를 찾는다는 지적과 비난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태도, 인식이 문제였지만, 피해자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다. 최 소장은 이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세월호참사 사건과 피해자 양상이 아주 다릅니다. 피해자와 희생자 간 동질성도 없고, 피해 정도, 시간, 지역, 원인 제품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한목소리를 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피해자 단체만 25개 정도가 되고, 요구 사항, 특조위를 바라보는 시각도 모두 다르고 그럴 수밖에 없죠. 신고된 피해자 가운데서도 절반도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피해라고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더 이상 피해자를 찾아 무엇하냐는 한탄도 있는 겁니다.”

최 소장은 피해자들의 그런 특성 때문에 그들의 다른 반응과 요구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빌미 삼아, 이 정도로 끝내자는 정부의 태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특조위는 신고된 사람들만의 특조위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사망자 가운데는 가습기 살균제 때문인지 몰랐던 이들, 그 가족들이 있다. 현재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라며, “그 피해 규모로 볼 때, 그들은 우리 이웃, 가족일 수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다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지금까지 특조위 조사 결과, 그리고 앞으로 조사하고 보완해야 할 것들은 남은 조사관들이 해 나갈 것이라면서, 자신은 다시 시민사회 영역에서 진상규명과 피해자 찾기를 위해 해야 할 것들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활동을 시작하려면, 사회적 분위기와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인데, 현재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일부 피해자들 가운데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배보상이라는 것이 사회적 관심과 여론 형성이 됐을 때 제대로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과 함께 긴 호흡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여 년 이 활동을 해 오면서 느꼈던 아쉬움도 털어놨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환경과 보건이 연결된 첫 대규모 참사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차원에서 다른 사회적 사건과 달리, 일부 시민사회, 일부 전문가들의 힘에 의존했다는 것이 그는 가장 아쉽다.

그는 “피해 규모, 사건의 심각성에 비해 주요 관심사가 아닌 사건이었다. 각 단체들이 주요하게 맡고 있는 일들이 있지만, 대규모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못했다”며, “2016년 검찰조사 이후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잊혀졌고, 일종의 비슷한 사건을 비유하는 수식어, 관용어가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 일반의 생명과 건강의 문제인데도 여전히 우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고 있는가라고 묻지 않는다. 또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기능에는 신경 쓰지만 안전성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교훈을 얻었다면 우리는 더 많이 기업 활동과 정부기관을 감시하고, 우리의 안전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은 시민이자 소비자의 권리이고 의무다. 앞으로의 활동도 그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날 광장에서 싸웠듯이 다시 그렇게 시작할 것이며, 정부, 국회, 피해자 등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대책을 찾고, 피해자를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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