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대회 결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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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대회 결의문

임흥규 0 12265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후 실상이 알려지면서, 피해는 늘었습니다. 동네 수퍼마켓이나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생활용품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제품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연간 60여만개 제품이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모임, 환경단체, 정부기관에 접수된 대략적인 피해자 규모는 600여명에 달했고, 사망자 피해규모도 150여명에 달했습니다. 가히 참사였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도 충격인데, 대한민국의 비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은 다시 세월호 참사를 겪게 됐고, 국민들은 다시 비통함과 슬픔에 잠겼습니다. 대한민국은 위험사회입니다.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더욱이 당사자인 피해자들은 어찌해야 할까요?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습니다. 폐를 이식한 경우도 있고, 심각한 폐 섬유화 등 장애로 후유증을 앓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다행이 중증피해를 벗어났다 하더라도, 여전히 불편함과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수많은 경증피해자들도 많습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 억울한 죽음과 고통을 당했음에도, 제대로 소명조차 할 수 없는 이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자신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인줄도 모르고 죽거나, 고통을 당한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사건의 실상이 여전히 미궁이듯, 피해의 정확한 실상도 미궁입니다.

피해자와 환경단체의 노력 그리고 국회의 노력으로 지난해 정부는 의료비 지원비를 편성해, 올해부터 지원하고 있습니다. 의료비 지원이 무엇인가요? 피해자들의 피해 보상인가요? 아닙니다! 피해자의 형편을 고려한 긴급 구호 차원입니다. 피해자들의 다양한 피해유형, 사용특성을 반영한 지원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지원된 의료비 지원이 일부 지원에만 그치고 마는 것입니다. 정부의 1차 피해접수와 판정결과 361명이 접수해 168(47%)만 의료비 지원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중 사망자 지원대상은 75(45%)입니다. 그럼 361명 피해자 중 의료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신 분들은 어찌합니까? 이 분들은 피해자가 아닌 것입니까? 오히려 정부의 등급별 피해지원으로, 피해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판정의 폭을 더 넓히고, 좀 더 포괄적인 방식의 피해지원은 없는것 일까요? 또한 피해자들의 피해보상 문제는 어찌할까요? 일부 피해자들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소명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분들은 어찌할까요? 이들은 피해자가 아닌 것일까요?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의료비에 대해서, 일부에게만 지원이 되고 있을 뿐입니다.

더욱이 피해자들이 분노하고 비탄에 잠기는 이유는 관리감독을 해야 할 정부나, 살인제품을 만든 가해기업으로부터 어떠한 공식적인 사과나 해명이 없다는 것입니다. 원인은 밝혀졌고, 일부지만 공식적으로 피해자도 확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책임소재는 없습니다. 원인과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가해기업 옥시는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겠다고 하더니, 그마저도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습니다. 소송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살인기업이 대한민국에서 물건을 만들고 파는 행위를 보고 있어야 하겠습니까? 그래서 피해자 128명이 지난 82615개 가해기업을 살인죄로 형사고소했습니다. 반드시 살인기업들을 처벌해, 다시는 사람 죽이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들은 피해자들의 죽음과 고통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억울한 죽음과 고통의 원인과 책임을 밝혀낼 것입니다.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렇게 아픈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할 것입니다. 단 한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정부와 가해기업을 상대로 한 투쟁을 이어갈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 그렇듯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들도 대한민국이 제발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국가의 역할을 촉구할 것입니다.

  

이에 ‘2014년 가습기살균제피해자추모대회를 맞이하여, 다음과 같이 촉구하고자 합니다.

첫째, 사람 죽이는 제품을 만들어 유통시킨 살인기업, 가해기업을 처벌해야 합니다. 가해기업 살인죄 적용,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구제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셋째, 피해 등급으로 피해자들이 또 다시 억울한 일을 당해서는 안 됩니다. 억울한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판정기준을 마련해 적용해야 합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에 적합한 사회적 합의기준을 국회 차원에서 마련해 줄 것을 요청드립니다.

넷째,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폐 손상으로만 국한하는 것이 아닌, 건강피해 전반으로 확대해서 적용해 줄 것을 요청드립니다. 아울러 가습기살균제피해건강관리센터등 생존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건강모니터링 시스템 마련을 촉구합니다.

다섯째, 아직도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은 밝혀지거나 진행된 것이 없습니다. 공식적인 사과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국회 차원에서 촉구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여섯째, 옥시 기부금 등 사회적인 피해자 구제기금 조성과 함께 이 기금 운용이 피해자들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촉구합니다.

일곱째,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유사 제품, 특히 흡입독성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 및 유통 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2014831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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