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가습기살균제 국가배상인정 첫 항소심 판결: 국가도 범인이다, 모든 피해자에 제대로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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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가습기살균제 참사, 국가도 범인이다!
모든 피해자에 제대로 배상하라
항소심 법원,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국가에 책임있다, 일부 피해자에 배상하라” 판결!
SK, 애경, 이마트 등 제조판매기업에 형사책임 물은 지난 1월11일 항소심 유죄판결에 이어
너무 늦었지만 국가에 배상책임 물은 민사소송 항소심 판결
PGH 등 가습기살균제 살균물질의 안전관리 실패한 환경부 책임 인정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한 축으로 지적되어온 국가책임에 대한 첫 배상 판결
하지만, 국가배상 대상을 피해자 일부로 한정하고
배상금도 300만~500만원으로 소액에 머물러
화학물질 및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에 대한 국가의 실패는
제조판매사 책임과 더불어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핵심 원인이다
오늘 2024년 2월6일 오후1시50분 서울고등법원(민사9부 성지용 재판장)은 가습기살균제의 하나인 ‘세퓨’ 제품피해 원고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국가는 원고 중 3명에게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원고 2명에 대해서는 피해구제법에 따라 위자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미 받았다며 국가 배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가습기살균제 물질의 유해성 여부에 관해 충분히 검증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해 집단적 폐손상이라는 피해를 발생시켰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당시 환경부 장관 등은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화학물질이 음식물 포장재 등의 용도로 사용될 것을 전제로, 유해성이 낮고 환경에 마칠 영향이 적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심사평가했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포장재 용도 외에 사용되거나 최종제품에 다량 첨가되는 경우에 관한 심사는 하지 않았고, 안전성도 검증하지 않았다.”라며 “그럼에도 환경부 장관 등은 화학물질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고시한 다음 이를 10년 가까이 방치했다. 이는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하다고 판단된다”라고 국가배상이 필요한 이유를 밝혔다.
1993년 3월 정부의 관보에는 PHMG가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고, 2003년 6월 관보에는 PGH도 ‘유해성이 없다’고 고시되어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국가의 방조 및 잘못된 관리하에 SK 옥시RB 애경 LG GS 롯데 삼성 이마트 다이소 헨켈 등 국내외 여러 기업들이 안전확인없이PHMG, PGH, CMIT/MIT, BKC 등의 독극물을 넣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8년간 1천만개의 제품을 판매해 894만명이 제품에 노출되고, 95만명이건강피해를 입었으며 2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는 사상 초유의 환경재난이다.
이 항소심 사건은 PGH라는 살균성분을 사용한 ‘세퓨’라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가 아이가 사망하고 상해를 입은 두 가족이 원고로서 회사와 국가를 상대로 배상책임을 요구하며 제기한 민사소송이다. 이들 피해자들은 2014년 정부의 1차 피해판정에서 모두 피해자로 인정된 폐손상 1,2단계였다. 세퓨 제품으로 사망한 아이는 2011년 사망당시 10개월 영아였다. 2009년생 아이는 폐손상 1단계와 구제법 판정에서 고도장애를 받을 정도로 폐질환이 심각한 상태로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1심에서는 세퓨제품 피해자 4가족과 옥시제품 사용자 가족이 원고로 참여했는데, 옥시제품 사용피해자는 2016년 합의조정했고, 세퓨제품 사용피해 2가족은 항소심에 참여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2014년에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 11월 1심 판결에서 기업의 배상책임은 인정되었으나 증거부족을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은 인정받지 못했다. (2016년 1심 판결문 일부: 클릭) 그러나 세퓨기업이 파산해 배상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일부 원고들은 이후 항소했고 1심 판결이후 7년 3개월이 지난 2024년 2월6일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2016년 11월 1심 판결관련 당시 민주당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반쪽짜리 판결로 유감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국가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둔 지금 여러 정당들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세퓨 사용피해자로서 폐손상 1,2단계를 판정받은 다른 피해자가 세퓨와 국가의 책임을 물어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는데 항소심이 계류중이다. 또 세퓨 제품사용자를 포함해 옥시, 애경 등 다른 제품 피해자들 300명 이상이 함께 민변을 통해 단체로 기업과 국가의 책임을 물은 민사소송도 진행중인데 1심 계류중이다. 지난 1월과 오늘 판결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세퓨 제품은 덴마크에서 축산업 살균방역제 용도로 사용되던 PGH제품을 수입해 가습기살균제로 용도변경해 판매한 것으로 아무런 안전확인도 하지 않았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여동안 1만7천여개가 판매되었다.
참고로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살균물질은 PHMG, CMIT/MIT, PGH, BKC 등이 있다. 2012년 국내 독성학자들이 이미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독성값을 계산해 국제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했는데, PGH 독성값이 10,500으로 가장 컸고 PHMG 2,500 이었으며 CMIT/MIT 9.41이었다. 독성값은 1이 넘으면 독성이 있다는 의미인데 PGH는 다른 살균성분에 비해 엄청나게 독성이 강했다. 이 때문에 세퓨 제품은 다른 제품에 비해 판매량이 적은 편인데도 피해자들 중에 어린이와 산모 사망자가 유독 많고 사망률은 제품 중 가장 높다.
특히 세퓨는 플라스틱통 제품과 함께 하나씩 개별 포장된 파우치 제품으로 판매한 유일한 경우로 아무런 제품안전확인도 하지 않았지만 ‘유럽에서 온 신개념 가습기살균제’, ‘유럽에서 온 프리미엄 살균솔루션’, ‘EU승인 안심물질사용’, ‘국제표준 안전성테스트 완료’ 등의 거짓 광고문구를 아기사진과 함께 게재하고 젊은 부부들을 상대로 주로 인터넷 판매했다. 항균효과가 있다며 심지어 PGH로 만든 마스크도 판매했다. 독성이 강한 PGH 물질이 호흡기로 바로 들어가는 위험천만한 제품이 아닐 수 없다.
2023년 8월31일까지 정부에 신고되어 피해구제법에 의거 피해자로 인정된 세퓨제품 사용자는 모두 128명이고 이중 세퓨 제품만 사용한 피해자는 53명, 다른 제품도 같이 사용한 피해자는 75명이다. PGH라는 살균성분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는 세퓨 이외에 ‘아토오가닉 가습기살균제’라는 제품도 있는데 피해구제 인정된 사용피해자는 3명이다.
세퓨 제품을 판들어 판 회사의 대표 오유진은 2016년 검찰의 1차수사때 구속되었고, 2018년1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을 확정받았고 2021년 5월 만기출소한 상태다.
2009년 11월 아토오가닉 측이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PGH살균제품의 안전관련 광고해도 되는지 물었지만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복지부->식약청->지식경제부->식약청->지식경제부 등으로 5차례 부처간 핑퐁치며 책임을 미룬 바 있다. 정부(환경부)는 PGH의 유해여부에 대해 미리 확인했어야 했지만 하지 않다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2011년 이후에야 독극물로 지정하는 늑장을 부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술표준원,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국방부, 과기부, 농림축산부, 대통령실(청와대) 등 10여개의 중앙부처 국가기관들이 가습기살균제품 개발 전단계부터 개발단계 및 판매기간과 피해확인과정 이후의 전 과정 곳곳에서 책임을 물어야 하는 문제점이 많다.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살균물질의 잘못된 관리체계, KC마크부여, 제품안전관리의 실패, 소비자항의무시, 조기발견실패, 대외발표전 역학조사결과 가해기업에 제공 및 가해기업의견반영, 피해신고회피, 피해대책지연, 부처간 책임떠넘기기, 진상규명방해, 수사지연, 특조위활동방해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 사건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2018년 12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에 대해 활동했고 산업부와 환경부 등 10여개 정부부처의 책임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2022년 9월경 공개된 특조위의 보고서에는, 환경부가 PHMG와 PGH와 같은 가습기살균제 살균물질의 안전관리와 관련 초기에는 독성자료제출을 모두 의무화했다가 고분자화합물은 독성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성자료제출을 면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미국 등에서는 PHMG나 PGH와 같이 양이온성일 경우는 세포막을 침투해 독성을 일으키므로 독성자료 면제대상에서 제외했는데 한국 환경부는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특조위 보고서는 이러한 배경에 미국 등의 통상압력이 개입된 것으로 관계자 진술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특조위 보고서가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되었고 2심 판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보고서 모음]
한편, PGH를 축산업에서 살균제로 사용하던 덴마크는 한국의 세퓨(당시 버터플라이이팩스)가 덴마크기업 케톡스로 부터 PGH를 수입해 생활화학제품으로 사용하다 여러 소비자들이 사망하고 심각한 폐질환이 발병했다는 사실을 WHO를 통해 알았다. 덴마크 정부는 자국의 관련 두 업체에게 PGH 생산을 금지시키고 PHMG도 사용하지 말도록 했다. 심지어 제품회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기업을 고발하고 벌금을 물렸다. 자국에서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조처였다. 2014년 케톡스는 폐업했다. 이러한 내용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피해자와 함께 2016년 5월 덴마크의 환경청과 케톡스 전 대표를 직접 방문해 확인했다. (2016년5월 덴마크대사관에 보낸 관련공문 & 환경보건시민센터 보고서 229호)
PGH를 수입해 수십명의 소비자를 죽고 다치게 한 한국에서는 정부가 PGH를 뒤늦게 위험물질로 지정하는 조치만 했을 뿐이고 피해소비자에 대한 아무런 배상과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한국과 덴마크 두 나라 조치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 사건의 원고로서 국가배상 선고를 받은 피해자 아버지는 “2010년말 우리가 구입해서 사용한 세퓨제품에는 PGH뿐 아니라 SK가 만든 PHMG도 같이 사용된 것으로 사회적참사특조위가 확인했다. 앞으로 SK에도 책임을 묻는 민형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달 전인 1월11일 법원이 SK 애경 이마트 필러물산 등 가해기업 임직원 13명 전원에게 금고2~4년의 유죄를 선고한 기억이 생생한 시점이다.
이번 판결은 가해기업 유죄판결에 이어 처음으로 국가배상책임을 물은 것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배상대상을 일부 피해자로 한정했고 배상액도 소액이어서 한계가 크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은 가해기업으로부터 걷은 구제기금에서 병원비와 장례비 등 최소한의 긴급구제 경비만을 지급한 것으로 위자료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피해구제법의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영아사망 피해사례를 국가배상 위자료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위자료 국가배상금액을 소액으로 한정한것은 이해할 수 없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발생과정에 국가의 책임 있다고 하면서, 이렇게 대상과 배상액을 제한한다면 피해자들에게 위안이 되겠는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양대 책임주체인 기업과 국가 모두에 제대로 사법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크다.
우리는 앞으로 국가책임에 대한 진상규명 보고서 발표 및 추가 소송 등을 통해 국가책임을 규명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2024. 2. 6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환경시민단체 일동
내용문의: 최예용 소장 010-3458-7488
l 참고자료 (클릭)
- [2016 환경보건시민센터 보고서 229호, 덴마크 현지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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