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식목일, 경희궁 나무보호 캠페인 <나무야 나무야, 미안해>
<나무야 나무야, 미안해>
l 제목: 식목일 경희궁 나무보호 캠페인 <나무야 나무야, 미안해>
l 일시: 2026년 4월5일 일요일 오후2시
l 장소: 서울 광화문 새문안길 경희궁공원
(1시50분에 경희궁 정문에서 만나 이동합니다)
l 주최: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운동연합, 향린교회 신도모임
l 참가자: 주최단체 회원 15명 내외
l 프로그램
n 장소1: 경희궁 숭정문 좌측
u 벌목나무 70그루 추모: 십자가 등
u 보존나무 27그루 껴안기: 나무야 나무야
u 나무와 숲과 대화나누기
n 장소2: 경희궁 후면공지
u 벌목나무 66그루 추모: 십자가 등
u 보존나무 35그루 껴안기 : 나무야 나무야
l 서울시가 <경희궁지 생태,기후,환경숲 조성사업>을 명목으로 멀쩡한 나무 136그루를 죽였습니다. 대체 생태, 기후, 환경숲을 만드는데 멀쩡한 나무들을 왜 베어야 하는가요?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추가 벌목 예정이던 67그루중 62그루는 벌목을 중단하고 보존키로 했습니다. (위험목과 고사목이라는 이유로 5그루는 벌목강행 예정)
l 4월5일 제81회 식목일을 맞아 환경단체 회원들과 경희궁 인근의 향린교회 신도들이 모여 경희궁에서 죽어간 140여 그루의 나무를 추모하고, 살아남은 62그루의 나무를 껴안아주는 <나무야 나무야, 미안해> 행사를 갖습니다. 나무를 심는 것도 좋지만 잘 가꾸고 보호하는 일도 중요한 일입니다. 반생태적인 벌목행정을 막아내는 시민운동이 필요합니다. 많은 관심바랍니다.
l 그동안의 경희궁 벌목문제와 나무보호운동 경과 클릭
http://eco-health.org/bbs/board.php?bo_table=sub08_01&wr_id=228
l 2025년 11월14일 벌목 직전의 멋진 경희궁 가을모습 영상기록을 살펴보세요... 클릭
(서울시의 벌목시행 직전의 모습)
http://eco-health.org/bbs/board.php?bo_table=sub08_06&wr_id=162
- 문의:
/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 010-3458-7488,
/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박사 010-8574-4690
나무야 나무야, 미안해
2026년 식목일 메시지
'수와아아아’
키가 20미터 쯤 될까요? 30미터 쯤 될까요? 쫙 펼친 손바닥 서너개 보다 커다란 잎이 부채처럼 흔들리면서 가을바람을 타고 시원한 소리를 냅니다. 수천, 수만개의 입이 달린 플라타너스 수 십 그루가 흔들리는 2025년 11월14일 가을이었습니다. 경희궁공원 뒷쪽 작은 운동장을 둘러싼 나무들 아래에 놓인 벤치에서 등을 기대고 소리나는 위를 쳐다봅니다. 너무나 멋진 풍경과 소리에 제 눈과 귀가 호강합니다. 자연스럽게 전화기를 꺼내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담습니다. 운동장 주변의 나무들을 담아서 한 바퀴 그리고 아래에서 위쪽으로 천천히…
일주일에 두세 번 점심 먹은 후 30분여 누리는 하루 중 가장 한가하고 느긋한 시간입니다. 마침 그날은 멀리 인도에서 인턴쉽을 하러 온 엘지화학 인도참사피해주민 Sai와 함께 했습니다. 2016년 경희궁 바로 앞의 오래된 건물로 사무실이 이사온 후 10년째, 사무실 비용이 비싼 편이지만 다른 곳으로 이사가지 않고 인건비와 운영비를 아껴서 이곳에 있는 이유는 두가지. 하나는 10분 정도면 광화문광장과 정부청사 일본대사관 SK본사 시청 등 시내 주요 지점으로 걸어서 이동해 가습기살균제, 후쿠시마, 탈핵 등 여러가지 환경캠페인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언제라도 느긋하게 산책할 수 있는 경희궁 공원때문입니다. 경희궁은 서울시내 5대 궁궐중 유일하게 24시간 개방되어 있는 곳입니다. (가운데 위치한 궁궐은 개방시간이 있지만 주변을 둘러싼 공원은 늘 개방)
'세상에, 이게 뭐야’
한 달 뒤 쯤인 2025년 12월 23일 찾은 경희궁 공원 여기저기에 공사가 진행중인데 베어진 나무들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나무마다 하얀색, 노란색의 띠가 둘러졌고 번호가 붙었습니다. 아는 사람들만 조용히 다녔던 기슭의 산책로에는 데크를 깔기위한 철재 계단이 설치되고 있습니다.
'궁궐에 적합하지 않은 외래 수종'(스크로브 잣나무), ‘경희궁 정면부에서 경관해치는 외래수종’(양버즘나무), '이식'(잣나무),'상태불량'(은행나무), '부후면적이 넓음'(은행나무), '내부 공동이 심함'(양버즘나무)..
경희궁 벌목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방송뉴스에서 다루고 나서야 서울시는 일단 벌목을 중단했고, 문제를 제기한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환경연합을 만나서 벌목사유가 적힌 자료를 내밀었습니다. 양버즘나무는 플라타너스라고 잘 알려진 시청앞 덕수궁과 대학로, 종로 등 서울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란 바로 그 가로수종입니다.
그렇게 서울시는 136그루의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잣나무를 <생태,기후,환경숲 조성사업>의 이름으로 죽였습니다. 추가로 67그루를 더 죽이려고 하는 걸 겨우 막아냈는데, 여전히 고사목, 위험목이라는 이름으로 4그루나 베어내야 한다고 우깁니다...
2026년 4월5일은 제81회 식목일입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환경연합 회원 그리고 경희궁 인근에 위치한 향린교회 교인들이 경희궁에 모여 죽어간 나무를 추모하고 살아남은 나무들을 껴안아주는 <나무야 나무야, 미안해> 행사를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박사가 낭독한 추모사를 소개합니다.
(추모사)
나무야 나무야, 미안해
경희궁의 빈자리에 부치는 말
오늘은 식목일이에요. 나무를 심는 날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나무를 심으러 온 게 아니에요. 나무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하러 왔어요.
여기, 이 자리에 나무들이 서 있었어요. 경희궁 돌담 옆에서 수십 년을 자란 나무들이에요. 여름이면 궁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내어주고, 가을이면 노란 잎으로 산책길을 물들이던 나무들. 점심시간에 잠깐 나온 회사원도,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모도, 이 나무들 아래를 지나갔을 거예요. 괜히 걸음이 느려지는 그런 길이었을 거예요.
136그루가 잘려나갔어요.
전기톱 소리가 그치고 나니까, 하늘이 이상하게 넓어졌어요. 이상하게 밝아졌어요. 그늘이 사라진 자리는 텅 비어 있었어요. 새소리도, 바람에 흔들리는 잎소리도 없었어요.
서울시는 환경숲을 만든다고 했어요. 환경을 위해서 나무를 벤다고 했어요. 일제 잔재를 없앤다고도 했어요. 하지만 이 나무들은 1980년대에 심어진 나무들이에요. 일제강점기와 아무 관련이 없어요. 그 이름을 갖다 붙이는 건, 나무에게도 역사에게도 예의가 아니에요.
솔직히, 화가 나요.
수십 년 동안 여기 서서 우리한테 그늘을 주고, 먼지를 막아주고, 새들한테 집을 내어준 나무들이에요. 그 나무들한테 우리가 해준 게 뭐가 있나요. 아무것도 못 해줬어요. 잘려나가는 줄도 몰랐어요.
그래서 오늘, 못 했던 인사를 하러 왔어요.
잘려간 나무들 앞에 작은 십자가를 놓을 거예요. 여기에 나무가 있었다는 거, 그 나무가 우리한테 뭐였는지, 잊지 않겠다는 마음이에요.
그리고 살아남은 60여 그루를 껴안을 거예요.
이 나무들이 살아남은 건 서울시가 잘해서가 아니에요. 시민들이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에요. 67그루가 더 잘려나갈 뻔했는데, 사람들이 앞에 섰기 때문에 여기 남아 있는 거예요.
그런데, 다섯 그루는 지키지 못할 것 같아요.
거의 죽었다고, 쓰러질 위험이 있다고,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했어요. 어쩌면 정말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나무들이 왜 약해졌는지, 왜 쓰러질 지경이 되었는지, 그건 아무도 묻지 않았어요. 제대로 돌봐준 적이 있었나요. 아프다고 손 내밀었을 때 잡아준 적이 있었나요.
돌보지 않고, 아프게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위험하다고 베는 거예요.
그 다섯 그루에게, 오늘 우리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너희를 잊지 않을게.
너희의 몸으로 벤치를 만들 거예요. 누군가 거기 앉아 쉴 때마다, 너희가 주던 그늘을 떠올리게 될 거예요. 너희의 나무결로 액자를 만들 거예요. 너희가 서 있던 자리, 너희가 만들던 풍경의 사진을 담아서.
너희의 조각으로 연필꽂이 같은 작은 공예품도 만들 거예요. 누군가의 책상 위에, 누군가의 선반 위에, 너희의 흔적이 남아 있도록.
베어진다고 끝이 아니에요. 너희가 남긴 것들로 우리는 기억할 거예요. 나무였던 너희가, 사람들 곁에서 다른 모습으로 계속 살아가게 할 거예요.
나무를 심는 건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이미 수십 년 자란 나무를 지키는 일이 더 절실해요. 새로 심은 묘목이 이 나무들만큼 자라려면, 우리는 또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해요. 그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어요. 묘목으로 대체할 수 없어요.
나무야 나무야, 미안해.
더 일찍 오지 못해서. 너희가 잘려나가는 걸 막지 못해서.
하지만 이제는 여기 있을게. 잘려간 너희의 기억 곁에. 살아남은 너희의 곁에.
우리가 여기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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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포스터의 배경사진은 경희궁 숭정문 좌측 숲에 70그루의 나무들이 베어지고 남은 그루터기와 가운데가 텅빈 사진입니다. 2026년 4월1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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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포스터의 배경사진은 경희궁 숭정문 좌측 숲에 '위험목'이라는 이유로 베어질 위기에 처한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사진입니다. 2026년 4월1일 촬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