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상 시상식 사진보고] 백도명 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 심사평 및 수상소감 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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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상 시상식 사진보고] 백도명 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 심사평 및 수상소감 글 소개

최예용 0 5521

 

2016년 11월30일 오후6시반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제4회 리영희상 시상식 사진입니다.

사진 아래에 보도자료, 심사평 그리고 수상소감 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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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서 리영희재단 이사장의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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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행훈 심사위원장, 언론광장 공동대표의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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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구 한겨레신문사 편집인의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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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의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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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서 리영희재단 이사장의 상장수여, 진행은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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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패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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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증정 순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영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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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의 꽃다발 증정83af0848a02e3d812033c3839d93c774_1480563875_5259.jpg

수상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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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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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재단 이사장, 심사위원장 그리고 수상자 및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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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재단 이사진과 수상자; (왼쪽부터) 박우정(재단이사 및 도서출판 길 대표), 김용진(뉴스타파 대표), 장행훈(언론광장 대표), 신인령(전 이화여대 총장), 백도명, 신홍범(도서출판 두레 대표), 백영서(재단 이사장 겸 연세대 인문대학장), 권태선(재단이사 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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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콘서트, 좌측부터 최예용 소장, 백도명 교수, 김양중 한겨레신문 의학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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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 식구들 그리고 보건대학원과 따님 및 아드님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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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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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패는 임옥상 화백의 작품입니다. 

 

진실보도를 통해 우리 사회를 더 공정하고 살 만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리영희재단은 제4회 리영희상 수상자로 환경보건 분야의 전문가로서 가습기살균제 문제의 진실을 밝혀내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한 백도명 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 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선정했습니다. 

 

진실을 생명처럼 여기고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일생을 바쳤던 리영희 선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리영희상은 매해 리영희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인물을 가려 뽑아 시상해 왔습니다. 

 

리영희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4일, 후보로 추천된 개인과 단체의 공적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밝혀냄으로써 억울하게 희생된 수 천 명의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길을 연 백도명 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를 수상자로 결정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를 거쳐 하버드대학에서 산업보건학을 공부한 백도명 대표는 92년 귀국한 이래 이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다양한 환경 보건문제의 실체를 밝히고 그로 인해 피해를 받는 이들을 돕는 활동을 적극 전개해왔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환경보건학회 회장 및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으로 있던 2012년부터 이듬해까지 학회 차원의 피해조사를 진행해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자들의 폐 손상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런 성과는 그동안 제대로 된 조사에  나서지 않았던 정부가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2014년에는 정부가 꾸린 폐손상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가습기 살균제가 폐를 손상한다는 인과관계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사건과 관련해서는 현장 조사책임자로 참여해, 발암물질인 벤젠이 사용되고 있다 는 사실을 찾아냄으로써 작업현장과 노동자들의 건강피해가 일정한 관련성을 갖고 있음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 2008년에는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를 그리고 그 이듬해에는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를 만들어,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지역의 석면피해자를 돕는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습니다. 

 

산업보건 분야의 독보적인 권위자인 백 대표의 전문적 연구활동은 그동안 거대자본이나 권력에 눌리거나 과학적 지식이 부족해, 건강상의 피해를 입고도 항변할 수 없었던 진폐증 환자, 석면 피해자, 원전과 고압송전로 주변 지역 주민, 삼성 백혈병 사건 피해자와 같은 직업병 환자 및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 과학적 지식이 절박하게 필요한 이들에게 과학적 근거를 제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세우는 일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런 그의 활동에 피해를 낳은 권력과 자본이 회유하려고 하거나 협박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그는 결코 그에 굴하지 않고 늘 약자인 피해자의 편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리영희상 심사위원들은 이렇게 자연과학도로서 거대기업이나 권력의 압력이나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여 산업환경과 보건안전 분야의 진실을 찾아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는 데 기여한 백도명 대표의 업적이야말로 리영희 선생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심사위원들은 백도명 대표 이외에 올해 심사대상에 오른 모든 분들이 리영희상을 수상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이에 심사위원들과 리영희재단은 지금까지 온 몸을 던져 우리 사회의 거짓을 밝히고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해오셨으나 아쉽게도 이번에 수상자로 선정되지 못하신 분들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시상식은 11월30일 저녁 6시30분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리영희 선생 6주기 추모행사와 함께 열립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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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리영희상 심사위원회 심사평

 

심사위원장 장행훈 (언론광장 대표)

 

진실을 생명처럼 여기고 사회에 감추어져 있는 진실을 드러내고 밝힌 분으로 해당 년도에 그런 공적을 성취하거나 그 공적이 확인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리영희상이 금년으로 네 번째를  맞아 지난 11월4일 그 심사모임을 가졌습니다. 심사위원회는 리영희재단의 권태선 이사 사회로 7명의 심사위원이 재단에 제출된 5편의 후보자 추천 자료를 중심으로 최종 수상자를 토의를 가졌습니다. 

 

추천된 수상 후보자는 5명이었습니다(1편의 추천 서류를 한 후보자로 명명): 1) 다산 인권센터와 정민용 도서출판 후마니스타 대표가 공동 추천한 박준영 변호사와 박상규 프리랜서 기자, 2)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위원장이 추천한 KBS 탐사보도팀과 뉴스타파의 <훈장과 권력> 취재팀, 3) 권복기 (주)롤링스토리 대표 겸 한겨레 기자가 추천한 만화가 윤태호, 4)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추천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5) 강혜정 (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국제협력위원장이 추천한 일본 언론인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가톨릭대학 초빙교수(전 아사히신문 기자). 

 

심사위원회는 위 다섯 후보자 외에 최근 박근혜 대통령 측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상황을 취재해 한국 민주주의가 당면한 절박한 위기를 경보한, 한겨레와 종편 JTBC 등 언론매체도 수상 후보로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상 후보로 상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공감대가 이뤄져 심사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심사위원들은 다섯 분야 후보자가 모두 리영희상을 수상할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된다며 이구동성으로 수상자 선정이 어렵다는 의견이었습니다. 

 

1) 첫 번째 후보자 박준영 변호사와 박상규 프리랜서 기자는 경제적 사회적 약자라는 신분 때문에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강자들이 휘두르는 법의 피해자가 돼 고통 받고 있는 사회적인 약자 보호에 자신들의 몸을 던진 사람들이었습니다. 박 변호사는 법을 모르고 변호를 의뢰할 경제적 능력이 없어 “죄 없는 죄인”으로 옥고를 치르는 약자들을 재심을 통해 감옥에서 끌어내는 재심 청구 전문가가 됐습니다. 

 

박상규 기자는 이러한 박 변호사의 활동을 인터넷이나 신문에 보도해서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동반자가 됐습니다. 그의 글을 읽고 독자들이 내는 기부금(클라우드 펀딩)은 박변호사가 법의 피해를 보는 약자들의 죄를 씻어주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2) <훈장과 권력>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한 KBS 탐사보도팀과 뉴스타파 취재팀은 광복 후 68년간 대한민국 정부가 수여한 수훈 72만 건의 전수 조사를 통해 이승만 정권과 친일 군사 정권이 훈장을 정권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용한 대한민국 역사의 치부를 드러낸 탐사보도입니다. 친일 부역세력들에게는 대한민국 공로훈장을 수여한 반면 민주화투쟁을 하다 희생된 박종철 이한열 같은 민주 영웅들에게는 한 사람도 훈장을 수여하지 않은 음모를 드러낸 보도였습니다.

KBS 최문호 기자의 탐사팀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부에 수훈자 기록의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훈장을 통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조명하려 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수훈기록의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나라에 공을 세운 사람의 수훈 기록이 어떻게 비밀문서가 될 수 있습니까? KBS 탐사팀은 수훈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3년 만에 승소해 수훈기록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송국 경영진이 수훈 관련 프로그램의 방영을 이 핑계 저 핑계를 내세워 지연하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경영진의 속내를 간파한 최문호 기자는 역사의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겠다는 일념에서 KBS에 사표를 내고 시청자가 내는 후원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사내 언론자유가 보장된 탐사저널리즘센터의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겨 지난여름 <훈장과 권력> 프로그램을  방영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언론의 현주소입니다. 

 

3) 만화가 윤태호(47세)

웹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만화가로 예리한 만화 필치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치 경제 경찰 언론계에 서로 얽혀 있는 부패 고리를 다뤄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내부자들>은 작년에 영화로도 상영돼 선풍을 일으킨 바 있다. 아직 젊기 때문에 앞으로 그의 사회비판 만화가 우리사회의 양심을 깨우는 경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4)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는 한국에서 보다 먼저 일본에서 1991년 아사히 신문에 김학순 할머니의 인터뷰를  보도해 일본군 위안부의 성노예 생활 실상을 알린 양심적인 언론인입니다. 일본 극우주의자들은 이러한 다카시 기자의 기사를 날조라고 비난하고 그의 가족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는 2016년 3월부터 한국으로 건너와 가톨릭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지난 9월에는 《나는 ‘날조 기자’가 아니다―우에무라 다카시 전 기자의 ‘위안부’ 최초 보도, 그리고 그 후》(한국어판, 푸른역사)를 출판, 자신의 위안부 보도가 진실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5) 어느 한 후보도 타락시키기 어려워 고민하던 심사위원들은 토론 끝에 환경보건 분야의 전문가로 가습기살균제를 사회문제화 하고 문제의 진실을 밝혀내는데 중심적 역할을 한 백도명(60) 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 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만장일치로 제4회 리영희상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자세한 수상자 선정 이유는 재단이 발표했기 때문에 심사위원회가 백도명교수를 제4회 리영희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백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해결의 공로자일 뿐 아니라 삼성반도체 조사 책임자로 참여해 발암물질을 발견했고 석면퇴치운동에도 적극 참여한 행동하는 환경보건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백교수를 제4회 리영희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관련해서 돈과 권력의 유혹에 넘어가 진실을 왜곡하는 과학자도 있을 법 한데 백교수는 그런 회유에 넘어가지 않고 약자인 피해자의 편에 서서 진실을 밝힌다는 과학자의 정신에 흔들림이 없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리영희상 정신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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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상 수상소감

 

백 도 명

 

 

리영희 선생님

 

제가 개인적으로 만나 뵙지도 못했는데, 돌아가신 이후에야 지면을 통해 인사드립니다. 뒤늦게나마 무엇보다 큰 가르침, 그리고 이렇게 꾸짖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75년 대학에 들어가면서 읽게 된 선생님의 책 덕분이었습니다. 책을 돌려 본 다른 학우들에게도 그러했지만, ‘전환시대의 논리’, 그리고 ‘8억인과의 대화’는 ‘어 그래?’라는 순간을 불러 온 책들이었습니다. 특히 의대생이었던 저로서는 ‘맨발의 의사’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의 문화와 그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혁명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습니다. 냉전시대의 도그마로 가려진 우상의 건너편에도 인간이 있다는 자각을 가져다 준 만남이었다고 이제야 말씀드립니다. 

 

그 이후 저는 의사가 되었고, 직업병, 환경병을 다루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없던 시절 리영희 선생님께서 한겨레신문을 만드시는 줄 알았지만, 당장 함께 하지 못하고 주주가 되는 것은 귀국한 이후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제가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뒤에도 냉전과 독재가 만들어낸 우상을 깨부수는 선생님의 모습을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었지만, 아프시다는 말씀에도 의사이지만 치료에는 젬병인 저로서는 그냥 소식을 전해 듣는 처지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그러다 직접 만나 뵙지 못한 사이, 어느 한 지인을 통해 선생님의 대담이 출간되었다는 것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금 선생님의 이름을 되뇌일 때면 우상을 깨뜨려 진실을 드러내기, 합리적 의심을 말과 글 그리고 실제 삶과 행동으로 담아내기가 떠오릅니다. 저는 소위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당연시 치부되는 자연과학분야에 종사하지만,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내는 우상이 단지 사회과학분야만이 아니라, 제가 일하는 분야에도 횡횡함을 봅니다. 흔히 안전과 건강의 문제를 위험한 기계나 유해한 독성에서 찾지만, 결국은 그 위험성과 유해함의 관리에 필요한 비용과 우선순위의 문제로 귀결되며, 이는 더 나아가 위험성과 유해함 즉 안전과 건강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인권에 대한 시각에서 기인함을 깨닫게 됩니다. 수없이 많은 기계와 편리한 물질들에 둘러싸인 오늘날의 우리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걷어내었을 때, 안전보건의 문제는 기계와 물질의 생산, 분배, 판매를 선점하고 독점하기 위한 권력과 그를 행정관리 한다는 명분으로 포장한 권력이 결탁하는 과정에서 기인함을 목격합니다. 원칙적으로 완벽한 안전이란 없으며, 의심되지 않는 안전은 최선의 안전이 아님이 그 동안 거듭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픔에 대한 과학적 엄중함이 비용과 관리의 문제, 나아가 가치와 인권의 문제를 가리는 겉포장이 되고 있는 현실을 봅니다. 

 

한편 선생님의 첫 저작, 전환시대의 논리를 통해 제 삶의 화두가 된 물음은 왜 세상이 변화할까 아니 변화해야 하는데도 왜 변화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선생님께서 주신 화두는 언론자유는 실천을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다는 말씀과 함께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삶에 그 답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선생님의 삶에서 글쓰기라는 실천을 넘어, 글과 삶이 하나가 되는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역사가 만들어졌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행동이 배움의 과정이며, 그를 통해 만들어지는 삶이 주위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내가 먼저 나서며, 내가 스스로 변해야만 세상이 변할 수 있는 것인데, 아직도 그에 못 미치고 있네요. 여성주의를 어색해 하는 남자로서, 고학력 지식인으로서, 이성애자로서, 그리고 정상인으로서 같이 해야 할 많은 사람들인 아내와 아이들과 주변사람들과 그리고 동시대인들의 아픔 위에 아직도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합리적 의심이라는 과정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오늘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백만의 목소리가 모아지는 날입니다. 박근혜씨의 이탈과 변명과 무시가 그 동안 쌓여 있다가, 그간의 의심이 합리적 의심이었음을 박근혜씨의 입을 빌어 확인하는 순간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왜 좀 더 일찍 박근혜씨의 이탈과, 변명과 무시를 합리적으로 의심하지 못하였는지, 혹시 그 동안 내 안에 있는 박근혜식의 이탈과 변명과 무시가 그를 용인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각자 모두가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진정한 변화는 임계점에 이르러 끓어오르는 물과 같은 변화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부 같이 변해야 합니다. 진보는 단지 각자의 앞만 바라보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바라보고 나아갈 때 앞서 갈 수 있습니다. 정치적 진보가 문화적 진보를 돌아보며, 문화적 진보가 사회적 진보를 돌아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에 머무르고 있는 회색지대 지식인의 탈을 아직 벗지 못한 제가 초록빛 들판에 황토빛에 물든 손발로 버티고 선 농부처럼 합리적 의심을 증명하는 삶을 묵묵히 살아내신 선생님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오늘을 빌어 리영희 선생님의 삶과 함께 그러한 삶을 존경하고 그에 깃든 정신을 기리고자 하는 재단관계자분들의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 

 

 

세검정 다락방에 숨어 광화문 광장을 바라보며

 

백도명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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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백도명 교수 이력 

 

학력 

1975. 3. ~ 1977. 2.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의예과

1977. 3. ~ 1981. 2.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1985. 9. ~ 1986. 8.  London University (LSHTM) 산업의학 석사

1986. 9. ~ 1990. 8.  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 산업의학 박사

 

연구경력

1982. 3. ~ 1983. 2.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부속병원 인턴

1988. 2. ~ 1990. 6.  Harvard University Teaching Fellow

1990. 7. ~ 1992. 2.   US CDC NIOSH Visiting Scientist

1992. 7 ~ 1995. 6.   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산업의학실장

2004. 1 ~ 2006. 6.   원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2006. 8. ~ 2007. 6.   WHO Euro ECEH Scientist

2014. 10 ~ 2015. 8.  WHO WPRO consultant

1992. 2. ~ 현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사회활동

2003 ~ 2005 노동건강연대, (전)상임대표

2007 ~ 현재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Ban Asbestos Network Korea), 공동대표

2008 ~ 현재 Collegium Ramazzini, Fellow

2013 ~ 2014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전)상임의장

2014 ~ 현재 삼성반도체백혈병 중재위원회, 위원

2010 ~ 현재 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

 

전문분야

직업환경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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