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특별법 시행을 앞둔 우리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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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특별법 시행을 앞둔 우리의 입장

최예용 0 6041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넷, 가피모 공동 보도자료 20178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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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의미와 문제점을 짚고, 법 개정과 현행법의 적극 운영을 요구한다.

 

드디어 201789일부터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를위한특별법이 시행된다. 1994년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처음 출시된 후로부터 23년만이고, 2011831일 정부의 역학조사발표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후로부터  7년만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파악한 바 최소 39개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판매되었고 이중 판매량 정보가 확인된 옥시싹싹 등 18개 제품의 총판매량은 829만개이다.

 

2011년 사건초기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피해접수를 시작한 이후 지금은 정부의 공식 피해접수창구는 환경부 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인데 201784일까지 모두 5,729명이 피해신고했다. 이중 21%1,222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서 모두982명에 대해 폐손상에 관해서 피해관련 판정을 했는데 이중 28%280명이 정부의 구제대상인 1-2단계이고 나머지 72%는 모두 구제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최근 환경부의 연구용역으로 한국환경보건학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350만명~400만명이고 이중 10%가량인 30만명~40만명이 가습기살균제 사용후에 건강문제가 발생해 병원치료를 받았다. 이들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인데 현재까지 신고자는 이들의 1-2%에 불과한 빙산의 일각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11년 이후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서 진상규명도 피해대책도 재발방지도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피해신고조차 제대로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6년 이 사건이 크게 사회이슈화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해 2016년 하반기에 국회에서 국정조사가 이루어졌고 2017년 초에 피해구제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정부의 구제는 긴급구호의 개념으로 환경보건법상의 환경성질환에 근거해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피해자중 1-2단계 판정자에 한해서 병원비용 일부와 사망자의 경우 장례비 일부를 지원한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제비용을 제품 제조판매사로부터 돌려받는 구상권을 전제로 해왔다. 때문에 확실히 돌려받을 수 있는 1-2단계의 소수 피해자만을 구제대상으로 삼아왔던 것이다. 이는 위험에 처한 국민을 긴급구호한다는 의미인 구제의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는 대상만을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의미로 전락하고 말았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국가의 화학물질과 화학제품 안전관리 실패와 기업의 제품안전관리 실종이라는 두가지 문제가 겹쳐서 발생해 수십년간 수십만명의 소비자와 국민이 목숨을 잃거나 건강을 해친 재난이자 참사라는 점이 밝혀져왔다.

 

89일부터 시행되는 특별법은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       의미1; 사건발생 6년여만에 특별법에 의해 피해대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환경보건법 상의 환경성질환 규정에 의해 진행되었지만 사실상 관료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되면서 우왕좌왕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법치국가에서 발생한 초유의 환경참사에 대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에 의해서 피해대책을 진행하게 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       의미2; 계정이라는 이름으로 제조판매사들을 모두 아울러 피해기금을 내도록 한 점은 여러가지 부족한 점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의학적, 독성학적, 환경보건학적인 과학적 한계가 큰 상황에서 한없이 연구조사만 할 수도 없는 어려움을 이런 방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 시도라는 점에서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은 다음과 같은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한계와 문제점을 안고 있다. 

 

·       문제점1; 국가의 책임이 반영되지 않았다.

국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단지 간단한 행정서비스만을 할 뿐이다. 구상권을 전제로 한 구제는 구제가 아니다. 피해자들이 제조판매사들로부터 받아야할 배상의 일부를 국가가 먼저 지급해주고 나중에 받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       문제점2; 제조판매사의 책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당초 야당의원이 제시한 법안에 있던 징벌제도는 빠져버렸고, 제조판매사들의 책임을 1250억원이라는 돈으로 국한시켜버렸다. 이제 이 법의 시행으로 제조판매사들은 얼씨구나 하고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책임에서 벗어나 버린다. 피해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아직 신고조차 되지 않은 피해자들이 수십만명이나 되는데 말이다.

 

·       문제점3; 이 법은 진상규명을 위한 법이 아니라 미봉책에 불과하다.

제대로 책임자를 가리지도 않고, 피해자를 찾아내지도 않고, 피해대책도 미봉책으로 얼버무리는 법이다. 피해자 규정에 있어서도 제조사들이 낸 돈으로 운영되는 계정에 의한 지원자는 피해자로 규정받지 못한다. 수해가 발생해 기업들이 낸 성금으로 지원받는 수해의연금을 받는 경우와 다를바가 없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살인기업들이 낸 쥐꼬리만한 돈을 그것도 일부만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그마저도 감지덕지 해야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이 법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 이 법의 시행과 동시에 곧바로 다음과 같은 방향의 법개정이 추진되어야 한다.

 

·       개정방향1; 단순 구제가 아니라 진상규명과 사회적 해결을 위한 법이 되어야 한다.

·       개정방향2; 그동안의 구상권을 전제로한 피해대책을 바꾸어 국가책임이 명확히 반영되고 이에 따른 정부기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       개정방향3; 소급적용하는 징벌제를 도입하고 제조판매사들의 책임에 따른 기금규모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       개정방향4; 피해자 인정이 폭넓게 규정되어야 한다.

·       개정방향5;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급 위원장이 맡는 위원회로 격상되어야 한다.

·       개정방향6; 피해자찾기, 책임규명, 재발방지와 사회적교훈이 법시행의 목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한편 반쪽자리 법이지만 지금의 내용만으로도 적극적으로만 운영한다면 상당히 개선된 피해대책이 가능하다. 그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구제대책1; 환경차관이 위원장인 구제위원회는 폐손상 구제대상을 기존의 1-2단계에서 3단계까지 확대한다. 이렇게 하면 1-3차 판정에서 3단계를 받은 122명을 추가로 구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구제범위가 폐손상의 경우 현재 28%에서 약41%까지 늘어난다.  

 

·       구제대책2; 구제위원회에서 추가적인 인정질환을 확대한다. 이미 연구가 끝난 천식은 물론이고 간질성폐렴이나 특발성폐섬유화 같은 질병을 신속히 판단해 확대해야 한다. 더불어 전신질환의 내용을 담는 가습기살균제 증후군개념을 도입해 폭넓게 구제범위를 확대한다.

 

이상과 같이 89일부터 시행되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별법의 의미와 한계 그리고 개선방향 및 현행법에서의 구제대책을 제시했다. 조속히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사실 문제는 제도라기 보다는 운영이다. 국가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나몰라라 하는 정부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도 무용지물이다.

 

이제 정부가 바뀌고 마침 오늘 문재인대통령이 피해자를 만난다. 기대가 크다. 대통령이 피해자를 만나서, 1) 진실한 국가의 사과, 2) 국가의 책임표명, 3) 획기적인 피해대책 제시, 4) 제조판매사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의지 표명, 5) 확실한 재발방지로 안전한 사회만들기 약속 의 내용들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야당시절부터 그리고 지난 대선기간동안에 약속한 내용들이다.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오늘을 계기로 신속하되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는데 청와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201788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내용문의; 최예용 소장 010-3458-7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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