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한달평가; 실망의 한달, 기대의 남은 두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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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한달평가; 실망의 한달, 기대의 남은 두달

최예용 0 7503

 

1.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36일째를 맞은 11일(목)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본관 정론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유가족 대표들, 50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와 소비자단체협의회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 활동을 평가하고 이후 특위의 활동 방향과 목표를 제안합니다. 

 

2.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ㆍ소비자환경시민단체들은 한 달여의 국정조사를 ‘무기력하고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하며 그 성과와 아쉬운 점을 지적합니다. 또한 다음 주 조사대상 정부 부처들의 기관 보고에 이어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영국 현지 조사와 29일부터 벌어지는 청문회를 앞둔 특위가 오는 10월 4일 활동 종료 전까지 해야 할 활동 방향과 목표를 제안합니다. 

 

3.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ㆍ소비자환경시민단체들은 5가지의 성과로 꼽았습니다. 1) 환경부 등 가습기살균제 관련 정부 부처들과 옥시 등 제조 판매사 현장조사로 통한 여론 환기, 2) 옥시 영국 본사 등 영국 현지 조사 추진, 3) 헨켈의 가습기살균제 제조 판매 사실 확인, 4)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만든 SK케미칼의 독성 인지 사실 확인, 5)‘DCMIT’ 등 새 유해성분 확인 등입니다.

 

4. 그러나 특위가 참사 해결 의지를 보여줬다고 보기에는 활동내용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1) 보도자료라도 내놓은 의원들 손에 꼽을 정도로 활동내용 부족, 2) 여야 의원들과 전문가 조사위원들의 초당적 협력 부재, 3) 특위 현장조사의 비공개 진행, 4) 조사대상기관 중 검찰 배제 등이 그것입니다. 남은 두달 동안 이러한 내용들은 모두 철저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특히 모든 활동내용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5.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ㆍ소비자환경시민단체들은 이같은 평가를 바탕으로 특위에 다음과 같은 15가지의 활동 방향과 목표를 제안합니다. 

 - 1)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인 CMIT/MIT 제조, 판매한 SK케미칼, 애경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이끌어내고, 2) 가해기업들의 사과 및 피해대책 공식 발표를 촉구하는 등 참사의 책임을 제대로 묻고, 숨겨진 진실을 명확히 드러내야 합니다.

 - 3) 옥시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의 책임 공식 인정 및 본부 CEO 라케쉬 카푸어의 방한 통한 사과와 피해대책 발표를 이끌어내고, 4) 전 사장인 거라브 제인 등이 한국 검찰 수사에 응하도록 하고, 5) 국회 청문회에 옥시와 영국 본사 임직원이 참석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6) 홈플러스 운영시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책임이 있는 영국기업 테스코(TESCO)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7)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89.3%가 3개의 유럽 기업들에 의한 것인 만큼 유럽연합과 유럽의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인식하도록 만드는 등 특위의 영국 현장조사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합니다. 

 - 8)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던 제조판매사들 기준의 피해배상이 아니라, 입법 논의 중인 징벌제도에 바탕을 둔 구체적 피해구제방안이 보고서에 담겨야 합니다. 9)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지도 않은 것처럼 취급되는 4단계는 삭제하고, 추가 조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한 소수의 피해자만 3단계로 구분하는 내용의 판정기준 보완 연구가 국정조사 중에 보고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책 수립을 통해 억울한 피해자와 유가족이 단 한 명도 없도록 해야 합니다. 

 - 10)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등 민사제도는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보다 강력한 형사처벌제도를 국정조사보고서에 담아야 합니다. 11) 이후 각 특위 위원들이 주도하여 관련 상임위를 통해 입법해야 합니다. 12) 특히 이같은 제도들을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기업부터 소급 적용해야 합니다. 13) 국정조사 뒤에도 피해자 찾기와 대책 마련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 예산과 활동의 근거를 만들어야 합니다. 14) 흡입독성 가능성이 큰 스프레이제품에 대해 판매허가제를 도입하고, 15) 생활화학제품의 위해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원료물질과 제품 안전관리도 일원화하는 등 화학물질 관련 시스템을 정비해 ‘제2의 옥시’를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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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문 

 

실망의 한 달, 기대의 남은 두 달 
가습기살균제 참사 국정조사 한 달, 평가와 제안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활동을 시작한 지 오늘로 36일째입니다. 여야 18명의 국회의원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각 분야 전문가가 조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 첫 국정조사로 기대 속에 출범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특위의 활동에 실망과 희망이 교차합니다. 

 

먼저 국정조사 첫 한 달의 성과와 긍정적 측면을 짚어보려 합니다. 

 

 - 무엇보다 5월 이후 사회적 관심이 떨어져가는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환경부ㆍ노동부 등 정부부처와 옥시ㆍSK케미칼 등 제조판매사에 대한 최초의 현장조사를 진행해 여론의 관심을 끌어 올렸습니다. 

 - 참사의 주범격인 옥시의 영국 본사에 대해 우원식 위원장의 주도로 여야 5명의 특위 의원들이 방문조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 ‘헨켈’이 숨겨온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판매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 SK케미칼이 처음부터 가습기살균제 원료의 독성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 ‘DCMIT’ 라는 새로운 유해성분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더 큽니다. 

 

 - 특위에 참가하는 국회의원은 여야 각 9명씩 모두 18명이나 됩니다. 하나의 국회 상임위원회 규모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18명 한 명, 한 명이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확인시켜 주었다고 보기에는 지난 한 달간 활동내용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 특위 위원들과 전문가들의 헌신과 노력을 폄훼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국정조사 기간 중 개별 의원들이 국정조사 기간 동안 단 하나의 보도자료라도 내놓은 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 국정조사에 참여하는 여야 의원들이 상호 협력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물론이고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들이 수시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정보를 교환해가며 진상규명, 피해대책, 재발방지라는 3가지 목표를 달성해주기를 바랐으나, 그같은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여야 간 완전히 ‘따로국밥’이었습니다. 예비조사위원인 전문가들조차 여야 ‘따로따로’였습니다. 특위가 시작될 때, 한 목소리로 ‘이번 사안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던 모습은 어디로 간 것입니까?

 - 특위의 현장조사 활동을 공개해달라는 피해자와 국민의 요구가 묵살되고 비공개로 한다고 할 때 우리는 비공개조사를 통해 정부와 제조사들이 공개하지 못할 속사정을 자세히 파악해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비공개 조사로 새로이 알아낸 게 대체 무엇입니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국민적 관심을 떨어뜨리고 언론 취재를 가로막는 결과만을 낳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두 달은 모든 활동을 완전히 공개해야 합니다. 이후에도 비공개 조사를 주장하는 정당과 의원들이 있다면, 진상규명ㆍ피해구제ㆍ재발방지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것입니다. 

 - 국정조사 대상에 검찰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은 특위 시작부터 시민사회와 피해자 모두 일관되게 지적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정부 뿐 아니라,제조판매사까지도 중요한 내용들에 대해 ‘검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피해갔습니다. 이제라도 여야는 검찰을 조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특위는 8월 22일부터 영국 현지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합니다. 8월 29일부터는 3일간 청문회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0월 4일이면 90일의 조사기간이 끝납니다. 그러나 지나온 한 달처럼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조사로 끝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우리 피해자와 시민사회가 나아가 온 국민이 이번 국정조사에서 바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고, 피해자들에 대한 분명한 대책이 마련되며, 앞으로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올바르게 제도를 바꾸는 것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분명하고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국정조사에 임해야 합니다. 오는 10월 4일 활동 종료를 앞둔 특위가 남은 두 달 동안 해야 할 활동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1) 책임은 제대로 묻고, 숨겨진 진실을 명확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 우선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인 CMIT/MIT를 제조, 판매한 애경과 SK케미칼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 해당기업들이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피해대책과 사과를 발표하도록 해야 합니다.

 - 문제가 되었던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판매현황과 위해성, 성분도 모두 철저히 확인되어야 합니다. 

 -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국정조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현재 환경부의 전문가소위원회에서 진행되는 관련 연구의 핵심내용이 국정조사 기간 중에 보고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 기관보고 등을 통해서 환경부를 비롯한 산업통상자원부ㆍ보건복지부ㆍ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의 과오와 책임을 명확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2) 영국 현장조사를 통해서는 다음과 같은 성과를 내야 합니다. 

 

 - 무엇보다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가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공식인정토록 하고, 본부 CEO 라케쉬 카푸어가 방한해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전향적인 피해대책을 내놓도록 해야 합니다. 

 - 옥시의 전임 사장 거라브 제인 등이 한국 검찰의 수사에 응하도록 하고, 국회 청문회에 옥시와 영국 본사 임직원이 참석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 영국기업 테스코(TESCO)가 자신들이 책임지고 홈플러스를 운영할 때 팔았던 가습기살균제 제품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책임지도록 해야 합니다. 

 -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89.3%가 3개의 유럽 기업들에 의한 것임을, 이 참사의 주요 원인이 유럽 기업들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영국의 옥시레킷벤키저 제품 사용 사망자가 70%, 영국 테스코의 홈플러스가 10.1%, 덴마크 케톡스가 공급한 원료로 만든 세퓨에 의한 사망이 9.4%입니다.  

 - 유럽연합과 유럽의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영국 ‘지구의벗’과 같은 유럽 시민사회와 유엔인권이사회와 같은 국제기구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루고 함께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조직해야 합니다.  

 - 이러한 내용들이 모두 영국과 유럽의 언론에 적극 보도되어 이슈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 레킷벤키저를 압박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관투자자인 노르웨이 연기금으로 하여금 사건의 책임과 대책을 요구토록 하고, 영국과 유럽에 거주하는 교민들에게도 관심과 지원을 요청해야 합니다.  

 

3)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대책은 구체적이고 분명해야 합니다.

 

 - 국정조사 기간 중 옥시레킷벤키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피해배상 계획은 피해자는 물론이거니와 국민을 우롱한 처사입니다.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던 제조판매사는 피해배상을 발표할 자격조차 없습니다. 입법 논의 중인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바탕을 둔 민·형사 소송에 근거해 정당한 처벌과 배상이 전제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징벌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해 보고서에 담아야 합니다. 

 - 잘못되고 제한적인 지금의 판정기준을 보완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3~4단계로 판정되어 피해보상은 물론 어떤 지원이나 대책에서도 배제되는 불합리한 등급 구분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합니다. 새롭게 밝혀진 연구결과와 피해연관성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판정기준을 마련해서 3~4단계 판정 피해자 대부분이 1~2단계로 재평가되도록 해야 합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지도 않은 것처럼 취급되는 4단계는 삭제하고, 추가 조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한 소수의 피해자만 3단계로 구분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 이같은 방향의 판정기준 보완 연구가 국정조사 기간 중에 보고되도록 촉구해 국정조사 마감 뒤에는 곧바로 재판정에 들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4) 제2의 옥시를 막아야 합니다.

 

우리가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하나같이 ‘옥시 같이 나쁜 기업은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시민사회가 진행한 옥시불매 캠페인이 큰 호응을 얻었던 이유도 같습니다. 사실 국정조사가 진행된 것도 ‘옥시불매’라는 국민적 분노가 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캠페인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 잘못된 기업 활동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는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보다 강력한 형사처벌제도까지 마련되어야 합니다. 

 - 국정조사보고서에 이러한 구체적인 안이 담겨야 하고 이후 곧바로 관련 상임위에서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여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기업부터 적용해야 합니다. 

 - 국정조사 기간이 끝나더라도 국회는 피해자를 찾아내고, 이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을 챙겨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특별법을 제정하고 예산을 배정하여 활동의 근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준 중요한 교훈은 쉽게 쓰는 생활화학제품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체에 노출 우려가 높은 제품들 특히 흡입하게 쉽게 만들어진 스프레이형 제품들에 대한 안전관리가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생활화학제품의 위해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원료물질과 제품의 안전관리도 일원화하는 등 화학물질 관련 시스템의 정비 또한 특위가 반드시 짚어야 할 과제입니다.

 

우리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 소비자환경시민단체들은 특위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수고가 적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힘내주기를, 조금 더 치열해주기를 당부하려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것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사망자들과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와 유가족의 눈물을 닦을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만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었으며, 내가 피해자라는 마음으로 특위를 원하고 지켜보고 있는 국민의 요구에 답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부디 특위 위원들은 남은 두 달에 모든 걸 걸고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2016년 8월 11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ㆍ가습기살균제피해자유가족연대ㆍ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ㆍ소비자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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