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자전거캠페인4일차]군산기자회견

[SOS자전거캠페인4일차]군산기자회견

최예용 0 3339

'청정' 기업이 산업폐기물 바다에 버린다고요?

[SOS자전거캠페인④] 해양투기연장반대 전국 1200km 11박12일, 4일차 군산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김영환(skyhopping)
해양투기 응징 자전거 캠페인 4일 차 아침이 밝았다. 숙소에서 오늘 기자회견 장소인 대상 군산공장까지는 차를 타고 무려 15분 거리. 박능규 군산시민의 힘 사무처장님 증언에 의하면 군산에서 15분 거리면 심리적으로 굉장히 먼 곳이라고 한다. 서울은 장 보러 가는데도 15분 걸리는데…. 서울과 군산의 시간은 흘러가는 속도가 다른 것 같았다.

한적한 도심을 보며 매일 출·퇴근으로 2시간을 사용하는 필자는 군산에 사는 이들이 부러웠다. 누군가는 또 군산이 부럽다고 하면 서울 촌놈이 몰라서 그러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난 진심으로 사람이 살기에 소도시가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은 너무 넓고, 사람도 많고, 복잡하다.

자전거를 타고 30분 정도를 달려 대상 공장 앞에 도착했다. 세계 최고의 산업폐수 해양투기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 할 생각을 하니 살짝 설렜다. 그런데 자전거에서 내리니 이게 웬걸. 어제만 해도 멀쩡하던 대상의 정문 간판이 오늘은 덮개로 가려져 있다. 뭘까. 자기 공장 간판을 가리다니. 새로운 유머코드인가. 난 이런 소심한 적군을 둔 적이 없다. 해양투기는 적법한 것이기 때문에 당당하다던 보도자료 속 대상은 어디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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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덮개가 씌워진 대상 군산공장 정문 간판, 부끄러운 해양투기 때문에 얼굴을 가리고픈 대상의 마음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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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이 바로 세계 1위 산업폐수 해양투기 공장 대상 청정원이다.
ⓒ 박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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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원'이란 브랜드로 잘 알려진 대상 군산공장은 지난 2년간 무려 13만 7000톤의 산업폐수를 바다에 버리며 세계 1위 해양투기 공장이 되었다. 왜 세계 1위냐면, 해양투기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고, 우리나라에서 청정원이 해양투기를 가장 많이 하니 청정원은 해양투기 세계 1위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지구 1위, 우주 1위 따위의 표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역시 뭐든 1등하고 볼 일이다.

중금속 오염과 적조 현상의 원인이 되는 해양투기에 대한 청정원의 입장은 이렇다.

1. 해양투기는 한국에서 합법이다.
2. 폐수 육상처리는 아직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다.

생각해보자. 1번은 환경오염에 대한 청정원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자기들이 버리는 폐수 때문에 바다가 썩어가고 국민의 식탁이 오염되어 가고 있는 것이 명명백백한데 법적으로 문제없으니 자긴 잘못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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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너네 쓰레기장이냐, 해양투기 기업 청정원은 각성하라! 기자회견 중인 전주환경연합, 군산시민의 힘, 바다위원회 활동가와 회원들.
ⓒ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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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바다 바닥에 어떻게 중금속이 쌓여있고 오염물질이 떠다니는지 잘 모르겠으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서 매년 만들어놓고 자기들이 봐도 좀 심각해서 비공개하는 투기해역 모니터링 보고서를 1부 드리겠다. 이거 복사하는 집에서 제본하는데 7만 원 들었다. 가난한 시민단체 카드로 일시불 결제할 때 손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정말 몰라서 그러셨던 것이라면 내 사비를 들여서라도 그냥 드리리라. 대충 사진만 훑어봐도 '아, 바다에 쓰레기 버리면 안 되겠구나'하고 양심이 금방 작동할 것이다.

2번은 말장난이다. 육상처리가 뭐가 대단한 기술이어서 아직 완성이 안 되었나? 한국 빼고 다른 나라들은 모두 육상처리를 하고 있다. 공장이 그렇게 많은 중국도 바다에는 쓰레기를 안 버린다. 청정원이 완성 안 됐다는 그 기술은, 폐수를 기가 막히게 처리해서 폐수를 쓰레기가 아니라 가져다 판매할 수 있는 재활용 자원으로 만드는 그런 기술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냥 따로 연구하시고 지금 당장부터라도 비용을 들여 육상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말하면 해양투기에 비해 육상처리 비용이 너무 비싸서 경영이 어렵다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육상처리가 비싼 것이 아니라 그동안 기업들이 국민 건강을 볼모로 너무 싸게 해양투기 해왔던 것이다. 오히려 자기들 때문에 안 먹어도 될 중금속 더 먹었던 시민에게 미안한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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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정원아, 그러니까 잘 좀 해. 장동건은 아니지만 정원이 이름을 사랑스럽게 불러본다. 군산시민의 힘 박능규 사무처장과 자전거 캠페인 중인 바다위원회 최예용, 김영환.
ⓒ 군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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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공장을 쫓아다니며 항의하는 내 모습이 혹시 대기업이나 소위 '가진 사람'이면 무조건 다 미워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난 그런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기업에 높은 수준의 경영을 기대하는 사람이다. 호불호를 떠나 '기업'은 그 자체로 우리 삶과 너무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들, 심지어 자전거 캠페인 물품 하나하나까지도 기업에서 생산되지 않은 것이 없다. 기업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대상 청정원 정도 되는 기업이라면, 적어도 협력사나 근로자 가족들을 포함하여 수십 만 명은 그곳에 삶을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 책임이 더욱 막중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 올바르게 경영해야 한다.

대기업이건 뭐건, 바다에 말도 안 되는 양의 산업폐기물을 버리고서 자기 제품이 '청정'하다고 광고하는 것은 정말 너무한 것 아닌가? 난 이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기자회견 한판하고 새만금 방조제를 건너 부안으로 향했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서, 새만금 정도는 당연히 한번 가봐야지 하고 냉큼 일정을 수정하여 새만금으로 따라갔지만, 후회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33km의 끝없는 방조제. 새만금 때문에 정말 여러 사람 고생이다. 그렇게 해양투기 캠페인 넷째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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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 방조제 위에서. 오른쪽의 바다는 파도치며 살아 움직이지만, 왼쪽의 바다는 방조제에 가로막혀 흐르지 않는다. 사진 김영환>

ⓒ 김영환

* 이글은 오마이뉴스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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