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그만, 올레길에서 쌍안경으로 감상하면 되잖아

쇼는 그만, 올레길에서 쌍안경으로 감상하면 되잖아

최예용 0 2088

쇼는 그만, 올레길에서 쌍안경으로 감상하면 되잖아

 한겨레신문 2013.07.19 19:54수정 : 2013.07.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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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안 퍼시픽랜드에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와 똘이가 돌고래쇼를 하고 있다. 같은 남방큰돌고래인 춘삼이와 삼팔이는 바다로 돌아갔지만, 이 둘은 불법포획 증거가 없거나 수족관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몰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주/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제돌이’ 방사와 남은 과제

“테왁(해녀가 자맥질을 할 때 가슴에 몸을 받쳐 뜨게 하는 뒤웅박) 위에 손을 올리고 기대서 쉬어요. 그때 옆으로 돌고래들이 있어. 그러면 내가 ‘물날로, 물날로’ 그래요. 나는 위로 다닐 테니 너희는 아래로 내려가라고. 그러면 돌고래가 알아들었는지 아래로 내려가.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니깐. 해녀들이 배 타고 바다에 들어가면 돌고래들이 호위하듯이 따라왔다가 또 사라져. 아주 요상한 물건이야. 절대 사람을 해치지는 않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서 식당 ‘잠녀의 집’을 운영하는 해녀 백경애(65)씨에게 남방큰돌고래는 물질할 때 만나는 제주 바다의 한 조각이다. 19살부터 바다에 나갔던 백씨는 물질할 때 종종 머리 위가 시커멓게 어두워지는 경험을 했다. 할망(할머니) 해녀들이 ‘지나가는 돌고래 떼’라고 알려주었다.

돌고래들이 내는 휘슬음과 클릭음도 자주 들었다는 백씨는 돌고래와 해녀가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서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7일 손님들이 오가는 바쁜 점심시간, 자신의 가게에서 백씨는 돌멍게를 칼로 자르고 있었다. 백씨의 어깨너머 보이는 창밖으로 제돌이와 춘삼이가 머무는 가두리가 보였다.

옛날 해녀들의 위험신호 “곰새기 나왕쪄”

제주 해녀와 남방큰돌고래는 평화롭게 살아왔다. 다투지 않고 해녀는 전복을 캐고 남방큰돌고래는 고등어를 잡았다. 지금도 제주 서남부의 해녀들은 돌고래를 ‘수애기’, 동북부의 해녀들은 ‘곰새기’라고 부른다. ‘외곰새기 노닌 딘 가지 마라’는 제주도 속담이 있다. ‘외톨이 돌고래 있는 곳은 상어가 올 수 있어 위험하다’는 뜻이다. ‘감새기 올 때 궂인 거 하나 조친다’(돌고래 올 때 상어가 따라온다)는 말도 있는데, 돌고래는 해녀들에게 바다의 위험을 알려주는 신호수였다.

김녕리에 사는 해녀 정동선(58)씨가 기억하는 물질의 원칙도 돌고래와 관련된 것이었다. 정씨가 말했다. “어릴 때 어른들이 주의를 줍니다. 외곰새기는 위험하니 만날 때 조심하라고. 그래서 바다에서 곰새기 만나면 주변에 있는 해녀 언니들한테 알려줘요. 여기 곰새기 나왕쪄(온다)!”

해녀에게는 안전이 우선이다. 거대한 돌고래와의 만남은 그래서 아름답지만은 않다. 돌고래는 해녀에게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이다. 자연에 몸을 맡긴 채 사는 운명은 해녀나 돌고래나 같다.

16일 늦은 오후 중문관광단지 옆 중문 해녀의 집에서 만난 해녀 원화자(73), 원순자(69) 자매는 이른 저녁식사 중이었다. 자매도 선뜻 돌고래에 대한 기억을 나눠주었다. 언니가 먼저 말했다. “물질한 지 50년 넘지요. 어릴 적부터 물질하면 돌고래를 안 볼 수가 없어. 자주 봉게. 어떤 건 상어같이 커서 무서워.”

돌고래가 사람을 해쳤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해녀들은 돌고래가 찾아와 장난을 치곤 한다고 말한다. 해녀 주변에서 미역을 감고 헤엄치거나 테왁을 툭툭 건드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동생 순자씨는 언니와 달리 돌고래를 좋아하는 눈치였다.

“나는 막 겁나진 않애. 떼 지어 물레방아처럼 빙빙 돌아다녀. 해녀들은 고기(돌고래) 보면 돌아가고 고기도 사람 보면 저기 있구나 하는 거지. 서로 그래. 그렇게 살아.”

제주도 해안가 1㎞ 안을 빙글빙글 도는 남방큰돌고래는 해녀와 같은 바다를 공유한다. 그런데 해녀들은 점점 돌고래 수가 줄고 있다고들 말한다. 2011년까지 확인된 개체 수(추정)는 114마리. 전문가들은 그물에 걸려 죽거나 좌초(스트랜딩)하는 돌고래가 늘고 있어서 이 상태라면 2050년 20마리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제돌이와 춘삼이가 바다로 돌아간 18일에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서 길이 1m의 새끼 남방큰돌고래가 좌초해 ‘제돌이 야생방류를 위한 시민위원회’ 사무실로 실려왔다. 몇 안 남은 남방큰돌고래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두 마리를 야생으로 내보냈지만, 야생의 한 마리는 또다시 숨져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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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목지곶 해안에서 열린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 방사 행사에 참여한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이 축하글을 들고 서 있다. 제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유명한 학살지, 다이지에서 온 아랑과 해랑

돌고래쇼에서 ‘해방’돼 고향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들이 있지만, 제주도에는 여전히 쇼를 하는 남방큰돌고래가 두 마리 더 있다.

16일 오후 5시5분 서귀포시의 퍼시픽랜드에서는 원숭이쇼, 바다사자쇼에 이어 돌고래쇼가 이어지고 있었다. 무대에 오른 돌고래는 비봉이와 똘이였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춘삼이, 삼팔이와 함께 공연했던 비봉이와 똘이는 각각 불법포획 증거가 없거나 수족관에서 태어났다는 등의 이유로 몰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비봉이와 똘이는 세 번의 점프를 하고 작은 생선조각 세 개를 받아먹었다. 수면 위로 배를 드러내고 헤엄치던 돌고래들은 꼬리로 물을 튕기며 리듬을 맞췄다. 조련사가 박수를 유도했다. 기이한 치어리더를 본 관람객 200여명이 환호했다. 둘은 약속한 듯 똑같이 행동했다. 조련사가 비치볼을 물 위로 던지자 먼저 부리로 공을 받은 뒤 떨어진 공을 꼬리로 때려 무대에 있는 사육사에게 보냈다. 잠수복을 입은 조련사가 물에 들어가자 관람객들의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이번엔 비봉이가 말을 듣지 않았다. 조련사의 손에 부리를 갖다대고 준비자세를 취하는 똘이와 달리 비봉이는 지루함을 느꼈는지 조련사의 손을 외면하고 꾸물댔다.

야생방사 의미 이어가려면 친환경 고래관광 필요하지만 남방큰돌고래는 114마리뿐 돌고래 비봉이와 똘이는 제주 퍼시픽랜드에 남아 아직도 돌고래쇼를 하고 있다

해녀가 물속에서 전복 캘 때 돌고래는 고등어를 잡으며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지냈다
인간의 욕망과 즐거움을 위해 더는 돌고래 희생시키지 말아야

15분의 공연이 끝나자 돌고래들은 관람석 바로 앞으로 이동했다. 관람객들에게 돌고래가 생선을 먹는 걸 보여주는 일종의 서비스 시간이었다. 조련사가 수조 벽을 탁탁 때리자 비봉이와 똘이가 개울에서 장난치듯 고갯짓으로 물분수를 만들었다. 물을 맞은 관람객들이 박수를 쳤다.

제돌이 야생방사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남방큰돌고래를 해양수산부가 법적보호종인 ‘보호대상야생생물’로 지정하는 등 엄격한 보호조처를 시행하자, 퍼시픽랜드는 ‘돌고래 학살’로 악명이 높은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 큰돌고래 두 마리를 사들였다. 세계적으로 돌고래쇼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큰돌고래는 남방큰돌고래보다 몸집이 크고 색깔이 어둡다. 두 마리에게는 아랑과 해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날 아랑과 해랑이는 비봉이와 똘이가 떠난 불 꺼진 공연장에서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10여분간 훈련을 했다. 20일 무렵 공연에 투입될 예정이다.

제돌이는 많은 것을 바꾸고 떠났다. 전국에서 돌고래쇼를 지속하는 곳은 이제 퍼시픽랜드 하나뿐이다. 서울대공원은 돌고래쇼를 폐지하고 교육적 목적의 생태설명회로 바꾸었다. 울산의 고래생태체험관과 제주 서귀포시의 아쿠아플레넷도 이름을 ‘생태설명회’로 바꾸었다.(무늬만 생태설명회라는 비판이 있다) 지난해 국제포경위원회에 과학포경 방침을 밝힌 정부는 국내외 반대여론에 밀려 철회를 결정했다. 환경부는 건립 준비 중인 거제씨월드가 러시아에서 북극 흰고래를 수입하려 하자 생태환경에 맞지 않는다며 신청서를 반려하는 등 처음으로 무분별한 전시·공연용 돌고래 수입에 제동을 걸었다. 인간의 욕망과 즐거움을 위해 돌고래가 희생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 정책과 제도도 하나씩 바뀌고 있는 중이다.

요즘 어민들 적극 신고…천연기념물 지정은 논란

돌고래와 인간은 어떻게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제돌이의 야생방사가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고래관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수족관에서 봤던 제돌이를 야생의 바다에서 보자는 주장이다.

고래관광은 수족관에 고래를 가두지 않고 야생에서 고래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배를 타고 고래 서식지에 접근하거나 육상에서 떨어져 고래를 관찰한다. 아이슬란드와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스코틀랜드 등은 세계적인 고래 관광지다. 국내의 경우 울산에서 큰돌고래, 낫돌고래, 밍크고래 등을 대상으로 선박을 이용한 고래관광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도의 남방큰돌고래도 고래관광으로 이용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남방큰돌고래는 사계절 내내 제주 연안에 서식한다. 특히 자주 발견되는 해역은 먹이 사냥이 쉬운 모래로 이뤄진 해역과 정치망이 설치돼 먹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김병엽 제주대 해양과학대 교수는 “제주시 구좌읍과 성산읍 등 북서부 해안가, 애월읍과 대정읍 등 동부 해안가의 돌고래 출몰 빈도가 높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하면 고래관광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 이보다 좋은 고래 관광지는 없다”고 말했다.

선박을 이용한 고래관광 여부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의 양상훈 학예사가 쓴 ‘제주 연안의 고래류’ 보고서를 보면, 선박 고래관광은 소음 등으로 인해 남방큰돌고래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김병엽 교수는 “이미 제주에서 일부 유람선들이 돌고래 떼를 보면 무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등 생태를 교란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선박을 이용한 고래관광을 하려면, 선박 소음 줄이기, 돌고래와 일정한 거리 두기 등 친환경적인 선박 운영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올레 등을 이용한 육상 고래관광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다. 육상 고래관광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머리 만 등에서 생태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해안가에서 쌍안경으로 고래를 관찰한다. 선박에 비해 고래관찰률이 낮지만 고래 뼈 등을 이용한 생태설명회, 워킹투어 등을 통해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인다. 그런 면에서 제주올레는 워킹투어와 고래관광을 결합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수 있다.

다만 제주 고래관광의 가장 큰 난관은 적은 개체 수다. 현재 114마리로 추정되는 개체 수로는 높은 고래관찰률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망에 의한 혼획 등으로 남방큰돌고래는 매년 10마리 정도가 좌초돼 발견된다. 고래관광이 성공하기 위해선 우선 남방큰돌고래를 멸종위기선에서 구출해야 한다. 김병엽 교수는 “제돌이가 유명해지면서 정치망에 우연히 걸려든(혼획) 남방큰돌고래에 대해 어민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하기 시작했다. 요즈음은 대부분 정치망에서 구조해 바다로 풀어준다”고 말했다. 남방큰돌고래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해녀와 제주 해안가 등을 남방큰돌고래와 묶어 생태·문화 유적으로 관리하자는 의견이다. 백령도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의 경우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관리받는다.

제주도는 남방큰돌고래를 고래관광에 이용하거나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데 소극적인 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백령도 물범과 달리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전 해상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돌고래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며 피해의식을 호소하는 어민들의 이해와 상충되는 게 많다. 과거엔 돌고래 공연 업체에 갖다주면 보상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경우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돌이는 인간과 돌고래 관계의 회복을 상징한다. 정치망 혼획과 불법포획으로 멸종위기선에 근접한 남방큰돌고래는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또한 고래관광으로 인간과 돌고래의 관계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들은 내다본다. 우리가 가둔 고래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고래가 허락했을 때 우리는 고래를 볼 수 있다. 제돌이의 야생방사는 그것을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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