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피해구제, 우선 ‘사회 합의’ 부터

환경오염피해구제, 우선 ‘사회 합의’ 부터

최예용 0 3947

환경성질환 역학조사 ‘정밀 시행’해야
인과관계 규명, 폭넓은 판례 누적필요

 

[환경재단=환경일보] 김택수 기자= 각종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기업들의 환경오염사고로 인적·물적 피해가 늘어남에도,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국회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안도 여야의 첨예한 의견충돌을 보여 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환경회의, 환경법률센터, 환경정의, 환경운동연합 등은 환경정책법의 구체적 입법 방향을 모색하고자 전문가와 시민으로 구성된 토론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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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환경회의, 환경법률센터, 환경정의, 환경운동연합 등은 환경정책법의

구체적 입법 방향을 모색하고자 전문가와 시민으로 구성된 토론회를 마련했다 <사진= 김택수 기자>

환경보건시민센터(이하 센터)는 최근 5년간 환경부 공식조사결과를 토대로 환경성 질환자 2125명(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 추가 시 2526명)으로 집계된 피해사례를 밝힌 바 있다.

보상금, 산재의 10~20%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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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

<사진= 김택수 기자>

 

센터 최예용 소장은 “환경성 석면피해구제법은 석면폐증 피해자에게 생활요양수당을 2년만 지급한다”라며 “특히 중피종 등의 질병구제는 동일 질병 산재보상 수준의 10~20%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 소장은 피해사례를 제시해 “환경 건강피해 조사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절차로 진행해야 한다”라며 “환경보건법상 내용을 적극 활용해 환경성 질환 발생이 의심되면 건강상태만 살펴보지 말고, 정밀한 역학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낮은 수준의 피해구제는 결국 피해발생을 반복하게 하며, 산재보상수준과 민사소송결과에 따르는 피해보상제도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환경오염피해는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해구제는 인과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사건 중심으로 판례가 누적돼야 구제의 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배상책임한도, 사유 증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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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박태현 교수

<사진= 김택수 기자>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박태현 교수는 “법원은 특정 물질이 질병을 일으키는지를 역학연구의 신뢰도 수준에 따라 증거로 채택하고 있다”라며 “축적된 판례를 통해 법원은 원인미상의 질환을 연구나 동물실험 등을 고려해 원인으로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배상책임한도 적용을 받으려는 사업자는 사유를 증명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정부안은 중대한 과실의 경우, 책임한도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나 중대과실과 일반과실 구분도 쉽지 않은 점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할 수 없더라도 법관이 개연성을 인정해 환경오염의 책임을 지울 길을 터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안에 따르면 사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에서 환경오염손해배상책을 지되 사업자 자산의 중대 과실은 시설의 설치·운영과 관련한 법령을 위반한 경우는 책임한도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라며 “이는 환경분쟁조정법상 환경피해 개념만을 빌려와 정신피해는 제외된 협소한 측면이 있다는 것도 문제 시 된다”라고 말했다.

건강・물적피해 함께 보상

이에 보상과 긴급지원을 구분해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박 교수는 “국가가 환경오염손해를 발생시킨 원인자가 불분명할 경우 환경오염피해구제기금에서 피해자의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라며 “긴급구제지원은 원인자가 있으나 배상을 받지 못하면 구제기금에서 긴급지원하고 피해자·정부가 원인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제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법률 제정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기업 면죄부 경계해야

환경정의 박용신 사무처장은 “환경오염피해 배상한도를 정해 사고기업이 사후 재기할 수 있다는 논리는 대기업에 환경이행 책임의 면죄부를 주는 형태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라며 “배상한도를 정하지 않거나 배상한도를 기업규모별로 조정하는 형태가 법안에 고려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기금의 피해구제부분은 현재 건강피해만을 대상으로 설계돼 있으나 물적 피해 보상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이는 손해배상한도 설정 부분과 연계해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환경오염 사고의 특성상 일회성 폭발이나 누출사고뿐만 아니라 점진적 누진적 피해도 보험 담보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해 이를 바탕으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환경일보 2013년 6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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