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해빙 가속화…2100년 해수면 최대 82㎝ 상승

지구해빙 가속화…2100년 해수면 최대 82㎝ 상승

최예용 0 3177

한겨레신문 2013년 10월2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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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환경] IPCC 기후변화평가 5차 보고서

“대기와 해양의 온난화, 지구 전체 물순환의 변화, 적설 면적과 빙하의 축소, 지구 평균 해수면의 상승, 일부 기후 극한 현상에서 인간의 영향이 탐지됐다. 인간의 영향이 20세기 중반 이후 관측된 온난화의 지배적 원인일 가능성이 극히 높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는 지난 27일 발표한 제5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AR5)의 일부인 ‘과학적 근거’ 보고서에서 인간 활동에 의한 대기중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임을 과거보다 한층 분명한 표현으로 지적했다.

 

아이피시시 보고서에서 ‘가능성이 극히 높다(exetremly likely)’는 표현은 가능성이 95% 이상이라는 의미다. 아이피시시가 2007년에 낸 제4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AR4)에서는 인간이 온난화의 주범일 가능성이 90% 이상임을 의미하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very likely)’ 표현이 사용됐다. 2001년 제3차 보고서(TAR)에서는 인간이 온난화의 주범일 가능성이 66% 이상임을 나타내는(반대 가능성도 34%까지 남아 있음을 의미하는) ‘가능성이 높다(likely)’는 표현이 사용됐다.

 

과학자들은 제4차 보고서 작성 이후 세계 기후변화 과학계의 연구 성과가 집대성된 새 보고서에서 이번 세기 말까지 지구가 도달할 온난화 수준에 대해 과거보다 다소 완화된 전망을 제시했다. 지난 23~26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아이피시시 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이 보고서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은 이번 세기 말(2081~2100년) 지구 평균기온은 인류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 정도에 따라 1986~2005년 평균기온과 견줘 최소 1.0℃에서 최대 3.7℃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1.0℃는 온실가스를 당장 적극적으로 감축하는 경우(RCP2.6 시나리오), 3.7℃는 온실가스 감축 없이 지금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를 지속하는 경우(RCP8.5 시나리오)의 최적 상승 전망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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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평균기온 상승폭 전망은 아이피시시가 6년 전에 했던 전망과 비교해보면 다소 줄어든 것이다. 아이피시시는 2007년 제4차 보고서에서 이번 세기 말(2090~2099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1980~1999년 평균기온에 비해 최적 전망치 기준으로 최소 0.6℃에서 최대 4.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아이피시시는 이번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 온도가 서로 반응하는 민감도도 과거 예측치보다는 다소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놨다. 아이피시시는 제4차 보고서에서는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로 증가할 경우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인 ‘평형 기후 민감도(ECS)’가 2.0~4.5℃ 범위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는 같은 경우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1.5~4.5℃로 수정해, 2001년 제3차 보고서에서 전망했던 범위로 되돌아갔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새로운 평가는 (기후 민감도에 대한) 이해도의 개선, 대기와 해양의 온도 자료의 확장, (지구의 에너지 수지 변화량인) 복사강제력(RF)의 새로운 추정치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이피시시는 그러나 최근 일부에서 1998년 이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사실상 정체돼 있는 사실을 지적하며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단기간의 자료에 근거한 자연변동성은 시작과 종료 시점에 민감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장기간의 기후 경향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며, 기온 상승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온난화 추세는 지속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아이피시시는 2016~2035년 20년 사이의 지구 평균 온도가 1986~2005년에 비해 0.3~0.7% 증가한 범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해, 최근의 기온 상승 정체기가 곧 끝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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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으면 2100년 기온 3.7도 오를 가능성 온난화 둔화 현상 곧 끝날듯 바닷물 수온 상승 효과 더 커져 영구동토층 37~81% 감소 전망 해수면 상승예상폭 6년새 40%↑탄소 배출량 마지노선 1조톤 제시 산업혁명 후 이미 5450억톤 방출 나머지 배분권 새 쟁점 떠오를듯

이산화탄소의 농도와 기온 변화 사이의 민감도, 기온 상승 전망치 등이 과거 예상보다 다소 낮아졌다고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한 경계를 늦춰도 괜찮을까?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아이피시시 보고서가 과장됐다고 하지만, 아이피시시 보고서는 오히려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다. 아이피시시는 이산화탄소와 강력한 온실효과를 지닌 메탄 방출, 지구 반사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구동토층의 해빙 효과는 불확실성이 있다며 아직 보고서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면 기후변화에 대한 경계를 풀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아이피시시는 이번 보고서에서 “전 지구적 지표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북반구 고위도에서 지표 부근 영구동토층 면적이 감소할 가능성은 사실상 확실하다”며, 21세기 말까지 지표 부근(상승 3.5m까지)의 영구동토층 감소 면적이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최소 37%에서 최대 8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이번 5차 보고서의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 분석에서는 2007년 4차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과학적 이해도가 낮고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고려 대상에 넣지 않았던 극지 빙하·빙상의 변화가 포함되면서, 해수면이 6년 전 예상했던 것보다 40%나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아이피시시는 이번 보고서에서 1971~2012년 기후 시스템에 축적된 에너지의 90% 이상이 바다로 흡수됐다고 밝히고, 이에 따른 바닷물 열팽창 효과 등으로 해수면은 이번 세기 말(2018~2100년)까지 1986~2005년 대비 최소 26㎝에서 최대 82㎝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제4차 보고서에 제시됐던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별 해수면 상승폭 전망치 범위(18~59㎝)에 안심했던 해안가 주요 도시들도 더이상 마음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5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의 해수면 상승 전망치가 4차 평가 보고서에 비해 크게 높아진 이유에 대해 윤원태 기상청 기후정책과장은 “5차 보고서에서는 극 지역의 빙하·빙상 역학을 상세히 반영한데다, 바닷물 수온 상승에 의한 열팽창 효과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얼음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빨리 녹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을 통해 대기 속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 5450억t 가운데 1550억t과 기후 시스템 안에 증가한 에너지의 대부분은 바다에 축적돼, 바닷물 산성화와 수온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을 끄는 대목은 지구 기후변화가 걷잡을 수 없게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억제선을 분명히 제시했다는 점이다. 아이피시시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대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 이내에서 억제하려는 목표를 66% 이상의 확률로 달성하기 위해선, 산업혁명 이후의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이 1조t을 넘어서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2011년까지 누적 배출량이 이미 5450억t인 것을 고려하면, 인류가 기후를 크게 교란시키지 않고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이제 4550억t 남은 셈이다.

아이피시시가 이처럼 이산화탄소 배출허용 총량을 제안함으로써, 앞으로의 기후변화 협상에서는 이산화탄소 4550t 배출권을 각 나라 사이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안 소장은 “아이피시시가 이번 보고서에서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을 1조t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세계 각국이 나눠 먹을 파이의 크기를 정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 파이를 각 나라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나눠갖느냐가 앞으로 국제 기후변화 협상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 IPCC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연구 성과 집대성 5~6년마다 발간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는 아이피시시가 1990년 이후 매 5~6년 간격으로 당시까지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각 분야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펴내는 방대한 보고서다. 아이피시시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 기후변화 문제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로 전세계 195개 나라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유엔에 보고돼 국제사회 기후변화 협상과 대응 행동의 근거로 사용되는 특별한 지위와 영향력 때문에 매우 오랜 시간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나온다. 지난 27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확정된 보고서는 ‘과학적 근거’, ‘영향ㆍ적응 및 취약성’, ‘기후변화 완화’ 부문과 종합평가 등 모두 4권으로 구성되는 보고서 가운데 첫 번째인 ‘과학적 근거’ 보고서의 ‘정책결정자용 요약본’이다. 이 보고서의 초안 작성에는 209명의 주저자와 39개 나라의 50명의 검토자, 32개 나라의 600명 이상의 기고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동료 평가를 거쳐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을 중심으로 한 수천 편의 논문에 대한 문헌 조사를 바탕으로 1000쪽 안팎의 본보고서와 36쪽의 요약본을 작성한 뒤, 전세계 관련 연구자들의 검토 의견을 받아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거쳐 스톡홀름 회의에 제출했다.

아이피시시 회의에서 참석한 세계 각국 정부 대표들은 이렇게 올라온 초안을 검토하고 승인해 공식 보고서로 채택하게 된다. 보고서가 국제사회 기후변화 협상의 기초가 되는 민감한 자료이기 때문에 이 조율 과정은 조금이라도 자기 나라에 불리하게 서술되는 것을 막으려는 각 정부 대표들에 의해 한 줄 한 줄 꼼꼼하게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보고서 승인을 위한 아이피시시 총회는 마지막 날에는 늘 예정시간을 넘겨 다음날 새벽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외신을 보면 이번 5차 보고서도 스톡홀름에서 예정된 대로 목요일에 채택되지 못하고 금요일 새벽 5시20분까지 마라톤 조율을 거친 끝에 확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5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의 두 번째 권인 ‘영향ㆍ적응 및 취약성’ 보고서는 내년 3월25~29일 일본, 세 번째 권인 ‘기후변화 완화’ 보고서는 4월7~11일 독일에서 각각 열리는 아이피시시 회의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세 권의 보고서를 압축한 종합보고서는 내년 10월 말 덴마크에서 열리는 아이피시시 총회에서 최종 승인 채택될 예정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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